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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Nov 11. 2017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Views> by Drake, 2016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의 메가히트앨범, <Views>의 앨범 아트를 기억하는가? 작년 <One Dance>의 인기로 내 트랙리스트의 한켠엔 One Dance가 있었고, 나는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될 때마다 스마트폰 액정화면에서 종종 저 사진을 보았다. 앨범아트의 주인공은 개미만한 크기로 건물에 걸터앉아 있는 드레이크가 아닌, 등대 혹은 월미도 디스코를 닮은 정체불명의 건축물이었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 뮤지엄 마일의 끝에서 <Views>의 주인공을 닮은 기묘한 건축물을 만났다. 그 요물의 이름은 구겐하임 미술관이라고 했다.



구글맵의 리뷰나 평점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뉴욕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입장료는 결코 싸지 않기 때문에, “저 돈을 내고 그리 많지 않은 소장품을 보기엔 돈이 아깝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이드북에서는 스크류바처럼 전층이 통로로 이어지는 로이드 라이트의 창의적인 건물 하나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가이드북을 믿고 미술관 안으로 들어왔다. 입장료를 내려니, 공사 중이라 2층과 4층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전층을 온전히 관람할 수 있던 시절에도 돈이 아깝다고 했는데, 반쪽짜리 전시만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주최측의 양심이 남아있어서 요금은 조금 할인되었다.



확실히 달팽이 같이 특이한 관람 구조이긴 하지만, 공사 때문에 산통이 깨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4층의 특별관은 공사현장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했으며, 레드카펫을 닮은 붉은 벽과 앉으면 금방이라도 잠에 빠질듯한 푸른 벨벳 소파가 인상깊었다. 전시관의 분위기는 고급스러우면서,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격식이 없었다. 뭐랄까, 리버럴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듯한 분위기였다. 이를테면 몇 명이서 작품 앞에서 토론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같은 날 방문했던, 고전적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는 공기가 완전히 달랐다.

그제서야 구겐하임 미술관이 소장작품과는 별개로, 그 공간만으로도 멋진 장소였다는걸 깨달았다. 결론적으로는, 그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았다. 저 붉은 전시관에 레드 와인만 제공되면 딱이었을텐데.


Woman with Yellow Hair, Pablo Picasso, 1931

2층의 상설전에는 피카소의 작품이 상당히 많았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이 상당히 거칠고 조금은 난폭하다고 생각했는데, 위의 금발의 여인은 정말 평온해보였다. 게다가 테이블에 팔을 기대어 잠들어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본 피카소 그림 중 가장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작가도 다르고, 모델의 분위기는 정반대이지만 앙리 마티스의 <젊은 여인>이 떠올랐다. 펭귄 클래식북의 표지를 장식한 그림이었다. 왜 그 그림이 떠올랐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둘다 금발이고 피부가 분홍빛이라 그랬는지도.


Le Moulin de la Galette, Pablo Picasso, 1900

파블로 피카소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이다. 물랭 드 라 갈레트는 파리 몽마르트의 풍차가 있는 무도회장이었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있는 동명의 그림이 유명하다.


Le Moulin de la Galette, Auguste Renoir, 1876

바로 이 그림이다. 그림이 그려진 시기로는 24년 차이인데, 같은 장소임에도 분위기는 상반되어보인다. 물론 밤과 낮이라는 시간 차는 있겠지만, 르누아르의 무도회장은 공원 같고 건전해 보이는 반면, 피카소의 무도회장은 퇴폐적이고 향락적으로 보인다. 특히 왼쪽에 위치한 가장 눈에 띄는 여인은 매우 사악해보이는 미소를 띄고 있다. 밤의 무도회에 참석한 여자들은 눈 주위가 짙어서 스모키 화장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가면을 쓰지 않았음에도 가면 무도회처럼 보인다.






Kathie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 술에세이 <바에서 쓰는 일기>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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