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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입이 시급한 랍스터롤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

by 시티하이커

루크 랍스터 Luke’s Lobster



짭짤한 음식을 좋아해서, 뉴욕의 음식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먹어보면 그 명성에 비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았다. 감자 튀김은 정말 맛있었지만 햄버거도, 스테이크도, 브런치도, 우리나라에서 먹는게 더 나았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즐거운 경험을 위해 행복한 고민을 하기보다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루크 랍스터, <뉴욕 홀리데이>

그러던 어느날, 가이드북에 소개된 랍스터롤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마침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을 합해 여섯 시간에 가깝게 전시를 관람하는 바람에 몹시 배가 고팠다.


루크 랍스터, <뉴욕 홀리데이>

운동 삼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루크 랍스터 어퍼 이스트사이드점까지 20분 정도 걸어갔다.



루크 랍스터 어퍼 이스트사이드점은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같은 주택가더라도, 바 고토 Bar Goto 를 찾아갈 때 지나쳤던 로어 이스트사이드보다 조용하고 안전해보였다.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집들이 밀집되어 있는듯한 주택단지였다.



사람이 많아서 버거 조인트 먹으러 갔을 때처럼 줄을 서거나 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네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손님은 두 팀밖에 없었다. 커플 한 팀과 노트북을 하는 남자 한 명이었다.



커플 중 한 명은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테이스트 오브 메인 Taste of Maine 을 먹고 있었다. 랍스터롤, 쉬림프롤, 크랩롤을 모두 먹어볼 수 있다.

그러나 랍스터롤을 주문하기로 결심했다. 새우나 게살은 한국에서도 아무때나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랍스터롤을 시키니 통피클이 딸려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사이드와 음료를 시켜 같이 먹고 있길래, 사이드로 칩을 곁들이고 음료는 IPA를 주문했다.

칩은 식초맛이 너무 강해 결코 맛있다고는 할 수 없었고, IPA는 너무 써서 절반 이상 남겼다. 그러나 주메뉴인 랍스터롤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정말 비싸다. 샌드위치 한 개에 17달러인 셈이니까. 거기에 사이드나 음료를 추가하면 우리 돈으로 25,000원 정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가득하던 뉴욕에서 발견한 한 줄기 빛이었기 때문에 당시에 그 돈이 아깝지 않았다.



통통한 랍스터살이 풍성하게 들어있다. 가격이 17불인 이유는 랍스터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랍스터의 식감이 따뜻하지 않고 차가운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짭조롬한 맛은 바다를 통째로 삼키는 듯했다.

그리고 이 음식의 백미는 랍스터보다는, 오히려 빵일지도 모르겠다. 의외로 염두하지 않았던 빵이 다크호스였다. 질 좋은 버터를 양껏 넣었는지, 정말 고소하고 겉은 바삭하며 안은 촉촉했다.

어찌나 맛있었던지, 뉴욕에 묵는 일주일동안 세 번이나 가서 랍스터롤을 먹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도쿄에는 이미 진출해 있었다. 쉐이크쉑도 도쿄를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했는데, 루크 랍스터가 우리나라에도 입점할 날을 기다려본다.






Kathie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 술에세이 <바에서 쓰는 일기>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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