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
컵케이크는 너무 달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컵케이크 맛집을 찾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는지라, 레드벨벳 컵케이크가 아이스크림으로 환골탈태했다고 하길래 랙싱턴 에비뉴 59번가로 달려갔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매장. 통유리를 통해 의자에 발디딜틈 없이 앉아있는 인파가 보였다. 마치 대기의자 같이 생겼길래, 기다리는 줄인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저 하얀 의자는 다행히도 대기줄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나 컵케이크를 먹는 장소였다.
메인이 컵케이크라 다양한 종류의 컵케이크가 진열돼 있어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막상 먹으면 너무 달아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초코 청크 쿠키도 함께 판매하는 것 같았다.
와플콘의 색깔이 각양각색이다. 가이드북이 조언한대로 빨간 와플콘을 골랐더니, 비용이 1.5배는 뛴 것 같았다.
생각보다 스프링클에 라인업된 디저트 종류가 많았다. 아이스크림은 콘이 아니라 컵으로 먹을 수도 있었고 (그럼 와플콘이 아니라 더 싸진다), 빵 사이에 끼워 샌드위치로 먹을 수도 있다. 모양은 베스킨라빈스에서 파는 샌드위치 아이스크림, 바로 그것이다.
멋모르고 레드벨벳 아이스크림을 콘으로 시켰더니, 값이 꽤 비쌌다. 그러나 사진은 정말 예쁘게 찍혔다. ‘레드벨벳’이라는 이름답게, 빨간색 와플콘이 인상적이었다. 마냥 채도가 높은 새빨간색도 아니고, 고급스러운 와인빛이다.
그러나 아름답고 세련된 외모에 비하면, 내실은 빈약했다. 코가 막힌 것도 아니었는데, 아이스크림에서 그 어떠한 풍미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혀 끝에서 단맛만 느껴질 뿐이었다.
후각이 마비된 상태에서 설탕만 먹는 느낌이었다. 다 먹고 나니 배는 불렀다. 물론 칼로리도 폭탄이었을 것이다. 맛있는 건 절대 아니었지만 비싼 돈이 아까워서 꾸역꾸역 먹었다.
그곳의 레드벨벳 아이스크림은 향기 없는 꽃이었다.
Kathie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 술에세이 <바에서 쓰는 일기>를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