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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Nov 20. 2017

매튜 Mathew

뉴욕 파이낸셜디스트릭트

그로울러 The Growler



Music by Ed Sheeren, <Nina>





뉴욕에 도착한 첫째 날, 호텔에 체크인하기까지 남는 시간을 데드 래빗에서 보냈다. 월드 베스트 1위 바가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건 행운이었다. 일본이나 그리스에 갔을 때보다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뉴욕 사람들은 도도하고 약간 깍쟁이스러웠다. 칵테일 두 잔쯤 마실때쯤 옆자리의 매튜가 말을 걸었다.



매튜는 일주일간 겪어본 다른 뉴욕 사람들과는 다르게 매우 친절하고 싹싹해서 그로울러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로울러는 데드레빗과 아주 가까웠다. 이렇게 가까우니 낮에 놀러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싶었다. 구글맵 평점도 높았고, 숙소와도 가까웠다.



게다가 데드 래빗처럼 정오 전에 오픈하기 때문에 낮술이 가능했다. 낮술이 메리트가 있는 이유는 저녁에 술을 마시고 숙소에 들어가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과음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급적 저녁에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맨해튼 남동쪽 야경을 본 뒤 그로울러를 향해 걸었다. 해가 져서 어두웠기 때문에 시티 맵퍼만 의지하며 그로울러로 추정되는 골목에 진입했다.

막다른 골목이 나왔고, 거대한 아이리쉬 펍이 그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엄청난 인파는 덤이었다. 다들 시끄러워서 조금 무서웠다. 입구를 찾기도 힘들 정도로 인파가 빼곡했다. 그 때였다. 한 무리의 훌리건이 고함을 지르며 행진하기 시작했다. 그 어떠한 표식이나 팻말도 없었지만, 그들이 훌리건이라는걸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스킨헤드 같은 인종주의자들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겁에 질린 나는 빠른 경보로 그 공간을 탈출했다. 그로울러가 이렇게 위험한 곳이었다니. 매튜에게 미안했지만, 토요일 저녁에 그로울러를 방문하지 못했다.

그러고 몇 일이 흘러 어느덧 뉴욕을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인근의 루크 랍스터 월스트리트 지점에서 아침을 먹고, 근처의 리커샵에 들릴 예정이었다.


The Growler


그러다가 우연히 창문에 강아지 두 마리가 그려진 귀여운 가게를 발견했다. 어? 그로울러였다. 낮에도 문을 여는 펍답게 영업중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훌리건이 나타났던 막다른 골목과는 영 다른 곳이었다. 알고보니 훌리건이 출몰한 막다른 곳의 뒷골목이 그로울러가 있는 골목이었다. 전혀 다른 길로 간 것이었다.

막판에 그로울러를 제대로 발견했으나, 토요일 여섯시 이후에만 일하는 매튜를 만날 길은 없었다. 혹시 뉴욕에 가시는 분이 있다면, 토요일 여섯시에 그로울러에 가서 매튜에게 안부를 전해주시길.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 술에세이 <바에서 쓰는 일기>, 기행소설 <태풍>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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