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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Dec 12. 2017

단 하나의 목적

아이치현 나고야시

마라의 죽음



여행에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외치고 이를 주제로 글을 쓴적도 있지만, 사실 '단 하나'의 명료한 목적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은 적은 없었다.

특히, '지금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던 적은 없었다. 단지 그 때가 황금연휴이거나, 비행기 티켓이 특가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심지어 비행기 표를 끊어 휴가 하루를 내면, 조금 눈치 보일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고민 끝에 (동기 언니와 상담도 했다) 12월에 나고야로 가기로 했다. 왜나하면 12월 3일에 내가 고대하는 미술관 특별전이 끝나기 때문이었다.


서울아트가이드, 10월호


2014년부터 4년째 김달진 미술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서울아트가이드를 정기구독 중인데, 이 잡지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전시일정도 간단히 소개된다. 어느 순간부터 '예술'은 나의 중요한 여행 테마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주의 깊게 해외전시 페이지를 읽던 중, 일본 섹션에서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그림을 보았다.

10대 때인가, 역사 시간에 프랑스 대혁명을 배울 때 함께 소개되었던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마라라는 인물을 알게될 때, 그의 행적보다도 그의 죽음을 그린 그림 한 점이 인상 깊었다. 게다가 다비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세 명(다비드, 마네, 쿠르베)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다비드를 좋아하게 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넉달 전에 루브르 미술관에서 그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과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를 보고 반해버렸다.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 자크 루이 다비드, 루브르 박물관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 자크 루이 다비드, 루브르 박물관
소크라테스의 죽음, 자크 루이 다비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이번 뉴욕 여행에서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다비드 그림의 아름다움은 화면이나 도판으로는 모두 드러나지 않았다. '마라의 죽음'도 실제 그림을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고야성 근처에 나고야 시립미술관이 있는데, 10월 7일부터 12월 3일까지 프랑스 랭스미술관 초대전을 연다. 들라크루아, 밀레, 피사로, 고갱의 그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프랑스의 랭스에 가기는 어려울테니 (사실 평생에 한 번은 가보고 싶다. 유명한 샴페인 산지인데다가, 잔다르크에서 등장하는 랭스 대관식의 배경이기도 하니까) 나고야에 초대된 특별전이라도 꼭 봐야겠다. 그런 일념하에, 12월에도 비행기를 탄다. 그동안 한 번도 관심의 대상이 된적이 없었던 나고야를 향하여.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과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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