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현 나고야시
여행에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외치고 이를 주제로 글을 쓴적도 있지만, 사실 '단 하나'의 명료한 목적을 위해 비행기 티켓을 끊은 적은 없었다.
특히, '지금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라는 필사적인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던 적은 없었다. 단지 그 때가 황금연휴이거나, 비행기 티켓이 특가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심지어 비행기 표를 끊어 휴가 하루를 내면, 조금 눈치 보일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고민 끝에 (동기 언니와 상담도 했다) 12월에 나고야로 가기로 했다. 왜나하면 12월 3일에 내가 고대하는 미술관 특별전이 끝나기 때문이었다.
2014년부터 4년째 김달진 미술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서울아트가이드를 정기구독 중인데, 이 잡지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전시일정도 간단히 소개된다. 어느 순간부터 '예술'은 나의 중요한 여행 테마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주의 깊게 해외전시 페이지를 읽던 중, 일본 섹션에서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그림을 보았다.
10대 때인가, 역사 시간에 프랑스 대혁명을 배울 때 함께 소개되었던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마라라는 인물을 알게될 때, 그의 행적보다도 그의 죽음을 그린 그림 한 점이 인상 깊었다. 게다가 다비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세 명(다비드, 마네, 쿠르베)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다비드를 좋아하게 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넉달 전에 루브르 미술관에서 그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과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를 보고 반해버렸다.
이번 뉴욕 여행에서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다비드 그림의 아름다움은 화면이나 도판으로는 모두 드러나지 않았다. '마라의 죽음'도 실제 그림을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나고야성 근처에 나고야 시립미술관이 있는데, 10월 7일부터 12월 3일까지 프랑스 랭스미술관 초대전을 연다. 들라크루아, 밀레, 피사로, 고갱의 그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프랑스의 랭스에 가기는 어려울테니 (사실 평생에 한 번은 가보고 싶다. 유명한 샴페인 산지인데다가, 잔다르크에서 등장하는 랭스 대관식의 배경이기도 하니까) 나고야에 초대된 특별전이라도 꼭 봐야겠다. 그런 일념하에, 12월에도 비행기를 탄다. 그동안 한 번도 관심의 대상이 된적이 없었던 나고야를 향하여.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과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