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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Dec 13. 2017

비수기의 단거리 비행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센트레아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으로



연휴에 휴가를 붙이는 여행이 아니다. 금요일에 휴가를 하루 쓰고, 2박 3일 간단하게 나고야에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무진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 일행 중 절반은 제주도에 가는지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하차했다.


영종도 가는 길


비수기의 여행인데도 리무진 정류장에 사람이 꽤 있어서 놀랐는데, 제주항공 카운터에도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어서 한번 더 놀랐다. 전날 밤에 모바일 체크인을 했기 때문에 셀프 체크인(수하물만 부치는 곳) 줄에 섰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줄지 않았다. 30분 정도 기다렸을 때쯤 제주항공 직원이 나타나, 모바일 체크인은 ‘짐 없는 사람’ 줄에 서라고 했다. 짐이 있었지만 짐 없는 줄에 섰고, 난 모바일 항공권이 있었지만 직원은 “그냥 티켓 출력해드릴게요.” 라며 종이 티켓을 주었다. 이 모든 과정은 5분 안에 끝났다. 엉뚱한 줄에서 30분 이상 허비한게 허무했다.



보안 검색하러 줄을 설 때 비로소 지금이 여행 비수기라는걸 알 수 있었다. 거의 대기가 없었고, 바로 보안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나고야행 제주항공 34번 게이트


저가항공이라 셔틀 트레인을 탈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34번 게이트에서 탑승했다. 탑승시간인 11시 50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그런데 연착의 아이콘 제주항공답게 탑승하라는 말이 일언반구도 없다. 조금 지켜보고 있으니, 이제서야 승무원들이 탑승한다. 아, 역시 지연이구나. 그럼 그렇지.



20분이 지난 12시 10분쯤 탑승을 시작했다. 이래서야 12시 20분에 출발이 가능할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첫날 알찬 관광은 무리일 것 같다. 어째 이보다 비행시간이 두 배인 홍콩보다 여행 시작 시점이 늦을 것 같았다.





이젠 더이상 창가에는 뜻이 없고, 단지 빨리 내리는게 중요할 뿐이기에 통로 자리 중 가장 앞쪽을 선택하여, 내 좌석은 5C였다.

뉴욕갈 때 탔던 A380과 비교가 안될만큼 작은 비행기였다. 2*2로 앉아야 하는 좌석을 억지로 3*3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통로쪽인 덕분에 사람들이 내 뒤로 지나갈 때마다 팔에 머리를 맞았다.



좌석 머리맡에는 11월 2일부터 마츠야마에도 취항한다는 광고가 붙어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시절부터 일본 전역 소도시에 노선을 구축해놓은 에어서울의 아성을 넘보는 것 같다. “여행을 일상처럼”은 참 마음에 드는 카피지만, “마츠야마를 일상처럼”은 참 부담되는데? (그리고 돈 때문에 “여행을 일상처럼”을 실행하긴 쉽지 않다. 결국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은 “일상을 여행처럼”일 것이다)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의 홍콩익스프레스


비행기 안에서 일본어를 공부하려고 busuu 앱 레슨 일부를 오프라인으로 저장까지 해왔는데 막상 비행기를 타니 너무 졸렸다. 자리는 좁고 불편했지만 비행시간 내내 잤다. 그 시간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인천에서 출발 신호를 늦게 받아서 1시가 넘어서야 비행기가 떴는데, 2시가 넘으니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어딘가에서 “정말 금방 도착하네.” 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착륙 안내 방송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는건 알고 있었다. 조금 과격한 고도 조정과 기수 회전을 거차고 2시 20분이 조금 넘었을 때 활주로를 밟았다.

정말 놀라웠던건 40분 이상 늦게 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원래 예정된 도착 시간을 칼같이 맞췄다는 것이었다. 워낙 지연과 연착이 많다보니 비행 시간을 넉넉하게 늘려 스케쥴을 잡는 것 같다.



무사히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나고야는 지방도시이긴 해도 일본의 3대 도시 안에 든다고 들었는데, 공항은 생각 외로 너무 한산했다. 그러나 인프라만큼은 나리타나 간사이 공항 못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깔끔하고 훌륭했다.


나고야의 기업, 야마자키 마작


여행 이틀째 방문하는 야마자키 마작 미술관의 모기업인 야마자키 마작사의 광고가 걸려 있었다. 야마자키 마작은 나고야를 본거지로 하는 기계 회사라고 한다.




이번 나고야 여행은 9번째 일본 방문이다. 이로써 도호쿠 지방(도쿄), 주고쿠 지방(오카야마현, 히로시마현, 시마네현, 야마구치현), 시코쿠 지방(카가와현)에 이어 주부 지방(아이치현)도 여행하게 되었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과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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