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티하이커 Dec 21. 2017

나고야 공항의 숨은 명소

아이치현 도코나메시 센트레아

스카이데크 Sky Deck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 옥상에는 활주로와 불과 300미터 거리인 스카이데크가 있다.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네시 정도 무렵이었으나, 일본은 우리보다 해가 일찍 지는데다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석양이 찾아올 무렵이었다. 하늘은 정말로 ‘바닐라 스카이’였다. 색깔이 하늘색에서 분홍색으로 바뀌기 직전이었다.



스카이데크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이 바람을 쐬러 나와있었다. 전문 사진작가로 추정되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 단위로 나들이 온 사람들도 있었다.



주부 국제공항(센트레아 국제공항으로 불리기도 한다)은 영종도처럼 바다를 매입해 세워진 공항이다. 그래서 활주로 너머엔 바다가 있다. 스카이데크에서 이름 모를 여러 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내가 도착한지 얼마안되었을 때 비행기 한 대가 활주로에 섰다.

 처음엔 걷다시피 천천히 달리더니 속도가 점점 빨라졌고, 조금 지나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시야를 가리던 건물을 벗어나자 대지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수 있었다. 그 1분 남짓한 순간이,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감동적이었다. 마치 새끼 독수리가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가끔 여행 중 눈물날만큼 감격적인 순간이 있다. 아테네의 올림픽 경기장이라든가, 파리의 콩코드 광장, 루브르 미술관에서 본 다비드의 그림, 배터리 파크의 석양이 그랬다. 이번 여행에서는 계획에 없었던 스카이데크에서의 기억이 인상적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과정을 보고 감동을 느낄줄은 몰랐다.



마츠에 신지코 이후, 전문 포토그래퍼를 여행지에서 발견한건 오랜만이었다. 물론 금각사 같은 곳도 사진 찍는 사람이 많긴 했지만 거긴 너무 유명한 관광지라 전문인이 아닌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신지코나 스카이데크는 일반적인 관광지가 아니다보니 그들끼리 아는 촬영지 같아 보였다.

이날 본 포토그래퍼는 일본인이 아니라 서양사람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렌즈를 장착한 굉장히 비싸 보이는 카메라를 가지고 스카이데크를 여기저기 활보하며 비행기 사진을 찍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았다면, 더 머물며 벤치에 앉아 다른 비행기의 이륙 장면도 보고 일몰도 감상했을텐데 이후의 일정 때문에 떠나게 되어 아쉬웠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이륙 장면을 한번 더 보았다면 처음의 감흥이 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지만, 설령 감기가 걸릴지언정 그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여행에서는 계획된 것보다 우연히 만난 것들이 보석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 <솔직하지 못해서>를 썼고,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과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고야 3대 명물, 미소카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