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현 나고야시 나카구 니시키
첫 행선지는 나고야 시립미술관이었다. 미술관이 금요일엔 야간 개장이라 8시까지 열긴 했지만 공항에서 점심 식사와 스카이데크 구경으로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여섯시 조금 전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가 나고야역 근처이긴 했으나, 위치가 애매해서 찾는데 오래 걸려 더 조급했다.
미술관을 오늘 포기하고 내일 몰아서 가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은희는 미술관 폐점 시간이 8시이니 일단 가보라고 했고, 숙소에 짐만 풀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해외에서 길 찾기는 Citymapper가 으뜸이지만, 나고야는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구글맵으로 미술관까지 가는 길을 찾았다. 숙소가 지하철역과 조금 거리가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경로가 버스만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기 위해 구글맵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는데 그 어디에도 버스 정류장이 없었다. 마침 그곳은 횡단보도 앞이라서 신호를 기다리는 행인에게 17번 버스를 어디에서 타는지 물었으나, 그분도 알지 못했다. 한참을 헤매다가 나고야시 미술관까지 걷기로 결심했다. 도보로는 22분이 걸리는 거리라 감내할만한 수준이었다.
버스를 못타고 걸어간 덕분에 나고야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관광지 위주의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카에에 있는 오아시스 21의 야경은 보지 못했지만, 물가에 비치는 건물의 불빛도 아름다웠다.
나고야는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높았으나 바람이 많이 불고 차가웠다.
다리를 건너 미술관 가는 길에 신기한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시가 클럽이었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미술관을 나와 나고야역쪽으로 돌아갈 때도 버스를 타지 못했다. 구글맵에서는 고속도로 진입 직전에 정류장이 있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또 허허벌판이었다.
이번엔 버스뿐만 아니라 지하철로 가는 방법도 제시해주었지만, 역 하나 거리인데다가 소요시간도 비슷해서 운동 겸 또다시 걸었다.
후시미역 바로 앞에 있던 카페. ‘우에시마 커피’라는 이름으로 추정된다. 나고야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해서 도시 곳곳에 로컬 카페가 많다. 나고야에서 시작된 커피 체인으로는 고메다 커피, 호시노 커피 등이 있다고 한다. 아침 7시부터 11시 정도까지 커피 한 잔 가격에 커피와 팥을 잼 대신 발라먹는 오구라 토스트와 삶은 계란이 나오는 나고야식 모닝세트가 있다. 나고야에 머무는 3일 동안 한 번은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틀 모두 일찍 일어나지 못해 먹지 못한게 천추의 한이다.
다시 나고야역으로 돌아가는 길,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발견한, ‘Milk’라는 아담하고 귀여운 가게이다. Fresh Wine and Cheese라는 문구를 보고 당장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으나, 의외로 구글맵 평점은 4를 넘지 않아 꾹 참았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여행에세이 <예술과 술의 도시, 뉴욕>과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