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치현 나고야시 나카무라구 메이에키
전날 일찍 자지 않았더니 지금보다 어릴 때 여행다니던 것처럼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준비를 다하고 밖에 나오니 10시 50분쯤이었다.
로컬 카페에서 나고야만의 모닝 세트를 먹고 싶었으나 이미 마감 시간인 11시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나고야역으로 향했다. 배가 너무 고팠다.
나고야역 다이코 도리 출구에 카페 드 크리에가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모닝 세트를 판매할 것 같아보였지만 역 앞이라 유동인구가 많아 그런지 만석이었다. 옆의 건물로 들어가다가 입구에서 식당 안내를 보았다. 가이드북에 소개된 곳은 아니었지만 나고야 3대 명물이라는 히츠마부시를 파는 ‘마루야 혼텐’이었다.
11시 오픈이라고 해서 여유 있게 갔는데 옆 가게까지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다행히 딱 11시에 오픈했을 때 식탁엔 안내될 수 있을 정도의 순서였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30분 이상 기다려 먹을뻔했다.
가장 첫 페이지(왼쪽 사진)에 있는 메뉴를 주문했다.
히츠마부시와 장국, 야채절임과 김과 파 등의 야쿠미가 나온다.
히츠마부시를 먹는 방법은 푸짐한 장어덮밥을 4등분해 각각 다른 방법으로 먹는 것이다.
첫 번째는, 그냥 먹는다. 장어구이의 고유한 양념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김, 파, 와사비 등의 야쿠미를 넣고 비벼먹는다. 파를 넣어 먹으니 더 맛있었다. 와사비는 잘 비비지 않을 경우 머리가 아플 수 있으므로 주의할 것.
세 번째 방법은 오차즈케로 먹는 것이다. 오차즈케를 먹으려면 밥에 차를 부어야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차가 없었다. 옆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더니, 종업원에게 무언가를 얘기하니 찻주전자가 하나씩 나왔다. 왼쪽 손님에 이어 오른쪽 손님들도 주전자를 받는걸 보고, 나에게도 저 주전자를 달라고 했다. 주전자가 나온 후 빌지에 무언가를 표시하는걸 보니 추가요금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영양밥 누룽지에 붓는 주전자 물이 무료인데.
남아 있던 야쿠미에 찻물을 부어 만든 히츠마부시 오차즈케. 뜨거운 물때문에 밥이 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마지막 방법은 위의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맛있는 방법으로 먹는 것이다. 김, 파, 와사비 등의 양념 중 파가 제일 맛있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장어덮밥에 파만 송송 뿌려서 마무리했다.
다 먹은 후에 조금 기다리면 그릇을 치우며 후식으로 녹차를 준다. 아무리 봐도 이 녹차는 아까 오차즈케를 만들 때 사용한 주전자에 담긴 바로 그 찻물 같다.
https://brunch.co.kr/@cityhiker/102
개인적으로 도쿄 우에노의 이즈에이 우메카와데이에서 먹었던 장어덮밥보다 맛있었고, 가성비도 월등했다. 물론 우에노에서처럼 선어회 등 다른 음식이 나오진 않았지만, 오직 장어덮밥에 200% 충실했다. 무엇보다, 밥에 양념이 잘 배어있어서 도쿄에서 먹었을 때처럼 밥을 남기는 일이 없었다. 가격도 이즈에이 우메카와데이의 절반이었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그림에세이 <매일, 그림>과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