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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an 10. 2018

나고야 메리어트 호텔 바

아이치현 나고야시 나카무라구 메이에키

Main Bar Estmare




이튿날 저녁 시간은 메리어트 호텔의 고층부에 있는 Estmare라는 바에서 보냈다. 구글맵 후기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이 숙소와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다. 전날 갔던 Bar Neat가 분위기도, 맛도 괜찮았지만 이상한 로컬 아저씨가 있어서 혹시나 그를 또 마주칠까봐 가지 않았다.



딱히 대안이 없어 간 곳이었는데, 딱 그 정도였다. 스타일은 매우 올드했고, 바 자리는 툭 튀어 나와 앉아있기가 너무 불편했다. 빨리 마시고 나가라는 고도의 전략인가 싶었다. 게다가 시가를 피우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공기도 탁하고 냄새가 심했다. Bar Neat에선 아무도 담배나 시가를 피우지 않았는데 말이다.



일본 바의 장점은 한국에선 가격때문에 절대 마실 수 없는 히비키 17년을 마실 수 있다는 건데 (아마 유일한 장점일지도) 최근에는 예전보다 술이 싫어져서 위스키를 입에도 대지 않는고로, 정보 제공용으로 가격만 체크하고 넘겨버렸다.



메뉴를 넘기다보니 셰리와인이 있었다. 바텐더에게 추천을 받아 내 인생 최초의 셰리와인을 주문했다. 달달한 편이라는 Solera 1847이었는데, 한 모금 마시고 매우 후회했다. 가뜩이나 주정에 당까지 강화한 셰리와인인데 그 중에 달다면 안봐도 뻔한 결말인것을. 좀더 드라이한걸 골랐어야 했다. 너무 달아서 목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물이 절실한데, 서비스가 별로라 기본으로 줘야하는 물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생수 한 컵을 제공하는 것처럼, 이토록 단 셰리 와인에도 물 한 컵이 필수이다.

그렇게 내 인생 첫 셰리 와인은 실패로 끝났다. 아마 다시는 셰리 와인을 니트로 마시는 일은 없은 것 같다. 똑같은 부류로 보이는 포트 와인도 (아직은 마셔보지 않았지만) 두려워졌다.



상큼한 맛이 그리워 이 바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시켰다. 무려 크리스마스 칵테일이라고 한다. 메뉴 사진에 있던 생딸기와 얼음이 매우 시원하고 새콤해보여 주문했는데, 역시 일본에서는 칵테일은 기대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 안전한 병음료나, 아니면 차라리 클래식 칵테일을 마시는게 낫다. 스타벅스에서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억지로 마셨던 크리스마스 음료가 떠올랐다. 어쩐지 이름도 크리스마스 칵테일이더라니.



이 바에서 가장 맛있었던 술은 샴페인 멈이었다. 역시 일본에서는 병음료가 가장 안전하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그림에세이 <매일, 그림>과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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