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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an 09. 2018

나고야역 치즈 타르트

아이치현 나고야시 나카무라구 메이에키

Cuitte



여행 가이드북을 두고와도 괜찮지 않을까. 심지어 아예 보지 않으면 어떨까.

생각만하고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가이드북 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식당이나 카페가 모두 훌륭한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절반 이상의 확률로 실패했다. 타이베이에서는 가이드북이 일러준대로 다녔더니 한국인만으로 가득찬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나고야에서는 입맛에 맛지 않는 미소카츠를 첫 음식으로 먹었는데, 알고보니 나고야 사람들은 가지 않는 곳이었다.

차라리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은 사전 정보 없이 그때 그때 끌리는 곳에 들어가는게 성공률이 높은 것 같기도 하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재미라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나고야역의 타르트 가게

후시미에서 미소니코미우동을 먹고 잠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드럭스토어에서 집에 선물할 곤약젤리 한 봉지와 클렌징티슈 한 상자를 가방에 넣고 힘겹게 걷던 중에 엄청 큰 ‘초콜렛 퐁당’ 사진을 봤다. 초콜렛이 하늘에서 녹아 떨어지는듯한, 굉장히 매혹적인 광고 사진이었다.



그 어떤 사전정보도 없었지만 먹음직스러운 사진에 이끌려 줄을 섰다. Cuttie라는 발음하기 어려운 테이크아웃 타르트 가게였다.

아무 정보도 없었지만 안심이었다. 왜냐하면 최후의 보루 구글맵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지뢰를 밟으면 안되니까, 재빨리 검색창에 Cuttie를 검색해 평점을 확인했다. 4점 이상인 것을 확인하고 카운터 앞에 섰다.


초콜렛 퐁당


거대한 광고판으로 나를 이끌었던건 초콜렛 퐁당이었지만, 더 흥미를 끄는 타르트들이 있어서 잠시 선택장애를 겪었다.


녹차 치즈 타르트

궁금하지만, 왠지 도전하면 백발 백중 실패할듯한 슬픈 예감이 드는 녹차 치즈 타르트가 있었고, 가장 클래식한 모델인 치즈 타르트가 있었다.


치즈 타르트

올해 2월 교토에서도 치즈 타르트를 먹었고, 치즈 타르트 자체는 흔하디 흔한 아이템이다.  그러나 갑자기 버터와 치즈가 선사하는 고소한 ‘지방’맛을 간절히 원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치즈타르트 한 개를 포장한 단촐한 쇼핑백을 들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동에 꼬치구이, 맥주까지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라는 핑계로 디저트까지 먹었다. 그러나 따끈따끈하지 않고 조금 식은 타르트였지만 교토에서 먹었던 치즈타르트보다 맛있었다. 여행책에 나오지 않는 괜찮은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는 만족감 때문에 더 맛있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그림에세이 <매일, 그림>과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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