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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티하이커 Jan 10. 2018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아이치현 나고야시 나카무라구 메이에키

HARBS 다이 나고야 빌딩점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아침 비행기가 아닌 이상은 일찍 일어나 산책도 하고 카페에서 아침도 푸짐하게 먹고 공항으로 갔다. 심지어 홍콩에 갔을 땐 아주 일찍 일어나 아침 시장이 열리는 것도 보고, 차찬텡에서 (비록 맛은 없었지만) 홍콩식 아침식사도 하고, 꽃시장과 새시장도 구경했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에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진건지, 마지막 날 일찍 일어날 수 없었다.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다가 나고야 로컬카페의 모닝세트 시간을 또 놓쳐버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사태의 원인은 여행지의 술이었던 것 같다. 아주 늦게 귀가한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술을 안 마실 때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늦게 잘 수밖에 없고 피로도 더 쌓일 것이다. 지켜질진 모르겠지만 이 여행 이후로는 가급적이면 여행지에선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심지어 평소에 집에 있을 때 주말에 일어나는 기상 시간보다 훨씬 늦게 일어나니, 아무리 여유 있는 여행을 지향한다고 해도 시간적으로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나고야에 왔는데, 나고야의 모닝세트를 못 먹게 됐다. 배는 고팠다. 그래서 여행책을 뒤적이다가 차선책으로 하브스(HARBS)라는 케이크 카페에 가기로 했다.


하브스, <나고야 100배 즐기기>

가이드북에 의하면 하브스의 케이크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고 한다. 도쿄 등 일본 각지에 있지만, 나고야 사카에에 본점이 있다.


점원은 스트로베리 케이크와 마론 케이크를 추천했지만, 밤보다는 딸기가 더 좋아서 꼭 딸기 케이크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체크아웃했다.


대나고야 빌딩

혹시나 해서 전날 저녁에 봤던 사라 베스에 가보았다. 그랬더니 점원이 바깥에 있는 대기줄에 서라고 했다. 족히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줄이었다. 깔끔하게 체념하고 예정대로 하브스를 찾아 나섰다. 하브스는 나고야역에서 길을 건너 ‘대나고야’라는 쇼핑센터에 있었다. 대나고야 빌딩 식당가에는 하브스 말고도 다양한 먹거리들이 많았다.


메뉴판도 정말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정말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가게인데, 의외로 남자 손님도 꽤 있었다.


스트로베리 타르트

메뉴판 만큼이나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케이크들은 예쁘고 먹음직스러웠다. 엄청난 생크림이 올라간 스트로베리 타르트가 먹고 싶었지만, 가이드북에서 추천한대로 스트로베리 케이크를 시켰다.


다즐링, 700엔

케이크는 커피보다는 차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다즐링을 주문했더니, 케이크보다 먼저 주전자 하나가 나왔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나와서 차라리 커피를 시킬걸 그랬다며 살짝 후회했다.


드디어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가 등장했다.


스트로베리 케이크, 850엔

먹기 좋게, 또는 고급스럽게 나이프와 함께 나왔다. 한 조각 잘라서 먹어보고 이렇게 맛있는 딸기 케이크는 처음이라며 감동했다.

먹기 전에 바로 상상이 되는, 흔하고 평범한 딸기 케이크 맛이 아니었다. 생딸기는 신선했지만 케이크와 함께 먹을 때 맛이 튀지 않았고, 생크림은 부드럽고 고소했지만 우유맛이 강해 딸기향을 덮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너무 달지도, 느끼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달콤하면서 포근한, 정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케이크였다. 케이크에도 “밸런스가 좋다” 라는 말을 쓸 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그 어떤 나고야의 명물보다도, 이 케이크가 가장 맛있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케이크나 타르트도 먹어보고 싶은데 막상 일본에 가서 하브스에 들어가면, 이 케이크의 맛을 잊자 못해 또다시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먹을 것 같다.






Kathie

식도락과 예술, 도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 그리고 공간 그 자체에 대한 글을 씁니다. 도시의 자연과 로컬문화를 사랑하므로, 여행에세이보다는 도시에세이를 지향합니다. 그림에세이 <매일, 그림>과 여행에세이 <나고야 미술여행>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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