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24조 (실종선고 취소의 효과)
"저기요, 누구시죠?"
문 앞에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몸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마치 어디서 방금 빠져나온 사람처럼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의 눈은 서늘하게 빛나며 마주치는 이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했다. 순화은 그 순간, 마음 속 어딘가에서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병찬?"
순화은 숨을 삼켰다.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가, 바로 7년 전 바다에서 사라졌던 자신의 남편, 병찬이었다. 법원에서 실종선고를 받고 이미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사람. 그 후로 순화은 혼자가 되었고, 상실의 아픔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 그리고 몇 년 전, 새로운 사람인 찬호과 결혼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었다. 병찬은 다시 돌아왔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깊고, 무언가 할 말이 가득해 보였다. 하지만 순화의 마음속에는 이미 새로운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찬호, 그와 함께한 일상, 그리고 그와 쌓아온 새로운 가정. 병찬이 돌아온다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정말 살아있었어..." 순화은 목이 메어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남편이라고 불러야 하는걸까?
병찬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돌아왔어. 오래 걸렸지만 이제야 집에 돌아왔어."
그 순간,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순화은 몸을 돌려 그쪽을 보았다. 찬호였다. 그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순화과 병찬을 번갈아 보았다.
"여보, 이 분은 누구..?"
순화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이건 정말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살아 돌아온 전 남편과 현재의 남편이 동시에 마주하는 순간이라니.
병찬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집의 첫 번째 주인이었습니다. 이제야 돌아왔네요."
순화은 눈물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마음이 복잡했다. 두 남자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그녀의 손을 떠나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찬호은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 셋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순화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앉아서 이야기 좀 해요.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요."
그들은 거실로 들어가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인생은 때때로 예측 불가능한 막장 드라마와 같았다.
실종선고 후 재혼의 효력은 재혼한 배우자와 그 상대방의 선의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재혼 당시 두 사람 모두 실종자가 살아있을 가능성을 몰랐다면(선의인 경우), 재혼은 유효합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실종자가 생환할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악의인 경우), 그 재혼은 무효로 간주됩니다.
순화,
찬호,
모두 병찬이 살아있었던걸 몰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