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있어서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건이 하나 있다.
3박 4일 방콕 여행을 앞두고 짐을 24인치 캐리어에 야무지게 싸놓고도 정작 공항에 늦게 도착한 것이다.
임기응변으로 수하물 체크인을 놓친 나는 캐리어를 한진택배에 맡기고,
들고 있던 숄더백과 에코백에 필요한 짐만 쑤셔 넣어 게이트로 뛰었다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의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은근 그날의 복장이나 착장이 나의 기분이나 그 하루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다거나, 날씨나 상황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하루를 망친 듯 기분이 영 언짢다. 그래서 늦을 위기에도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올라가
바지를 갈아입거나, 모자를 바꾸거나, 신발을 갈아 신는 일이 종종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신경을 많이 쓴 착장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다닐 때도 짐을 많이 가져가진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끌어모아
날씨, 날짜별 일정에 따라 경량성과 편의성 그리고 마음의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최적의 짐을 싸기 위해 아주 고심한다.
그런 내가, 짐을 통째로 공항에 남겨두고
붐비는 공항철도에서 숄더백에 넣은 몇 가지 짐만 들고 방콕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려와는 다르게
아주 개운한 경험이었다.
그해 초엔 미국 출장, 그리고 제주도 여름휴가 직전에도
독일 출장 일정으로 24인치 캐리어를 끌며 지쳐 있었던 터라,
(참고로 그 캐리어는 내가 가진 가장 큰 사이즈다.)
그래서 이번 여름휴가만큼은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날로 중고 Osprey Kyte 46 모델을 사 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