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결혼, 둥이 탄생을 지켜 본 우리의 첫 차
최근 우리는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해왔던 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차종은 말리부.
우리가 지어준 이름은 ‘말붕이’
남편은 나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이 차를 운행해왔다.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결심, 직장을 갖고 나를 만나 연애하던 추억, 결혼하고 둥이들을 맞이하던 날 등 말붕이는 우리의 수많았던 중요한 순간에 늘 켜켜이 함께해왔다.
말붕이는 남편의 든든한 친구였다.
그리고 둥이들이 태어나고 나선,
우리 가족의, 우리 아가들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주었다.
우리의 첫 차를 떠나보내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작별의 인사를 보낸다.
<To. 우리의 소중한 첫 차, 말붕이>
정신없는 하루를 마치고 저녁이 되니
이제야 너를 떠나보내는 게 실감이 난다
어느덧 내일이면 니가 우리를 떠나는 날이야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되새기니 울컥한 마음이 드네
남편과의 두번째 데이트 때 처음 함께했었지
그 날 수줍어하는 우리들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남편보다
니가 더 설레어했을지 몰라
주인님이 좋은 분을 만나셨으면 좋겠다라는
왠지 모를 마음이 전해졌다고나 할까
그만큼 넌 든든한 우리 편 같았어
남편의 수줍은 고백을 들은 세번째 날
주정차 위반 카메라 앞에서 황급히 내리느라
내 대답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었지
자신이 거절 당한 줄 착각한 네 주인의 푸념을 듣느라
그 날은 많이 피곤했을거야
연애할 때부터 결혼하고 우리 아가들을 맞이할 때까지
넌 항상 우리 곁을 지켜줬어
둥이들을 처음 태우던 날,
너무 조그마한 아기들을 태워 간다며
조마조마하던 마음으로 바구니 카시트를 설치하고 둥이 탑승 표시도 네게 달았었지
어쩌면 그 날, 니가 우리보다 더 기뻐했을지 몰라
첫째 아기 심장에 구멍이 있다는 가슴 아픈 얘기를 병원에서 듣고 나와
망연자실하던 우리를 대신해
너는 더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새 가족을 맞이하는 벅찬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운전해주었지
처음 도스터를 데리고 세브란스에 가던 날
생후 9일 된 아기를 데리고 왕복 세시간을 운전해 다녀오던 그 날
긴장되고 걱정되는 마음에 뒷자리에서도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
그런데 너는 너무나 씩씩하고 안전하게 우리를 잘 데려다 주었어
마치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의 추억이 쌓일 때마다
넌 항상 늘 우리 옆에 있어줬는데
그걸 알면서도 매번 느끼진 못했어
금방 인사하곤 잊어버리곤 우리 일상을 보내고 너를 다시 찾곤 했지
니가 내일이면 우리를 떠나
중고차 시장으로 가서
홀로 외로워하며 놓여있을 모습
그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아프기도 해
니가 새 주인을 만나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며
우리를 다시 그리워하면 어쩌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눈물도 흐르네
오늘 밤 우리는 너와 함께한 우리의 시간들을 되새기며 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눈시울이 붉어졌어
너무나 고마운 긴 시간들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우리를 지켜주고 안전하게 이곳저곳 데려다줘서 고맙고.
늘 우두커니 옆에 있어준 우리의 든든한 지원군.
말붕아!
새 주인과 새로운 삶을 시작해도
항상 행복하고, 너답게 씩씩하게 존재하기를 바래
내일 너를 보낼 때
내가 주책없이 너무 울어서
“누가 보면 차 주인인 줄 알겠네” 소리 듣지 않도록
주책맞게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씩씩하게 웃으며 인사 보낼게
우리의 첫 차인 너를 기억할게
고마웠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