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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Nov 05. 2016

눈물, 감정의 원액

때로는 한 감정의 최고 수치

토요일 늦은 아침, 일어나서 단 한 마디도 없이 5시간을 의미 없는 행동으로 보냈다. 감정이 멈춘 듯 한 느낌이 강하게 왔다. 심장이 멈춘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처럼, 감정이 멈췄을 땐 항상 영화를 봤었다. 찬물을 한 가득 마신 후, 영화를 골랐다.


[미래를 걷는 소녀]가 끌렸다. 충동적으로 영화를 고를 땐, 심플하거나 감성적 고민이 보이는 제목이 기준이 된다. 내용이 쉽게 예상되는 제목의 영화들은, 대부분 그 예상과는 다른 내용들이었고 영화 내용에서의 반전이 아닌 내가 만든 예상 스토리가 빗나가는 소소한 반전이 좋았다. 그래서 아무 고민 없이 이 영화를 골랐다.


원 제목은 동경소녀, 국내에 들어오면서 주인공 '미호'라는 이름에 어울리도록 미래를 걷는 소녀로 바뀌었다. 내용은 판타지 멜로였다. 영화의 중후반, 후반의 끝쯤에서 눈물이 고였다. '이건 눈물을 흘려야 하는 장면이야'라고 조미료를 과하게 넣은 영화들과는 달랐다. 애매한 해석이지만 고이게 되는 눈물, 여 주인공의 슬픔을 공감하는 눈물이 존재하는 영화였다.


아무 말 없이 움직이는 시체처럼 보낸 토요일 오후, 괜찮은 영화 하나가 지쳐 멈춰있던 감정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혈색이 돌아오는 것 같았고, 혼잣말이라도 중얼거릴 수 있는 의지를 가지게 됐다.








눈물을 생각하면 슬픔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눈물이 등장하는 시점에 슬픔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슬픔이라는 것은 없다. 조금 정확히 하자면 슬픔이란 힘들다, 괴롭다와 같은 고통의 감정들이 이유가 되어 만들어진 최종적인 표현이다. 기쁨도 역시 즐거움과 행복에 가까운 감정들이 이유가 되어 타인 또는 나 자신에게 표현할 때 쓰는 최종적인 표현일 뿐이다.


현대인들은 표현에 서툴다. 그러다 보니 억누르는 감정들을 들고 다닌다. 그게 어디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하나의 작은 물풍선처럼 마음속에 넣고 다닌다. 그 물풍선을 가장 드러내지 않고 터뜨리지 않는 사람들을 선발하는 대회처럼, 아무도 그걸 누군가에게 드러내려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으로 '고백'이 있다. 이 고백은 억누른 '슬픔'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풀리지 않는 '모든 감정'이 그 고백의 주제가 된다.


정의로운, 인간다운, 건강한, 즐거운, 행복한...


이 모든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대한 상태 관리능력이 필요하다. 몸에 관련한 치유나 발전에 대한 내용들은 많은 매체에서 다루고 있지만, 심적 건강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몸이 건강해야 심적으로 건강할 수 있다는 이론에서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가족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친구에서

연인에서

나의 꿈에서

우리들의 정치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겠다는 의지를 잃어버리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친구들이. 그저 아무 말 없이 내 생명을 연명하기 위한 필수 행동들만 할 뿐이다. 뭐가 됐든 우리는 어떤 무엇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인 움직임'이 아닌 다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감정의 심장을 항상 뛰도록 유지하는 마음을 관리하는 능력을 발전시키고 유지해야 한다.


방법은 많다. 영화에 모든 감정을 넣고 감상을 해도 되고, 아무도 보지 않는 나의 공책에 고백을 해도 된다. 내 색을 가진 음악을 듣고 만들어도 되고, 이미지로 축약해서 그림을 그려도 된다. 고백의 대상은 무엇인지에 따라 좋고 나쁨이 없다. 다만 그 고백으로 인해, 우리가 마음적인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눈물이라는 것은 모든 감정의 원액과 같다. 어떤 상황에서 눈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해당 감정의 끝을 보고 있다던가, 자신이 강제적으로 제어하던 감정들이 어떠한 자극에 의해 원액이란 본질로 드러나는 것 같다. 나 자신에게 또는 타인에게서 만들어지는 눈물을 이해하려 노력해보자.


인간이 가진 복잡한 감정에 대해 알아가는 작은 한 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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