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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Jul 18. 2017

나쁜 거야! 나쁜 거야?

맛있지만 토하고 싶었던 빵 

중학교 2학년. 옆 반에 까불거리는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점심시간이 되면 특유의 팔자걸음으로 자기 존재를 확실하게 드러내며 들어오곤 했다. 그 친구는 매점에서 사 온 라면에 나무젓가락으로 벌어진 입구 부분을 고정해둔 채 자신의 사기행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천 원짜리 지폐를 반으로 찢고, 그 나누어진 지폐 조각을 손가락 반만 하게 다시 접고 그걸 버스 동전통에 넣어 거스름돈을 두 번 받는 내용. 충격적이었고 명백한 사기였다. 그 친구 앞에 놓인 라면도 그 거스름돈으로 샀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후부터, 내 반찬과 그 친구의 라면 국물의 교환은 뜸해졌다.


그 날 저녁. 버스기사 아버지를 둔 친구에게 해당 사기 내용을 전달했다. 그 친구는 꾀나 예전 수법이고, 새로 운전하시는 기사분들 아닌 이상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사기행각을 벌였던 그 친구가 운이 좋았던 것이라며 그래도 이렇게 알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다음 날 그 이야기를 들었던 다른 친구 한 명이 매점에서 포켓몬스터 초코빵을 사줬다. 평소 잘 사지 않은 친구인데 이상하다 싶었지만 맛있게 빵을 흡수했다. 다 먹고 그 친구는 묻지도 않았는데 고백을 했다. 어제 들었던 그 사기행각을 실천해봤고 삼천 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얻은 것을 고백했다. 난 공범이 된 기분이었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받은 그 소명은 왜 이 친구에겐 없는 걸까 생각했다. 만약 그 사기가 걸리면 벌을 받을 텐데, 착하지 않은 사람이 될 텐데, 이 친구는 무섭지 않은 걸까 생각했다. 그리고 감정 섞인 의견을 던졌다.


    "너 착한 새끼는 아니구나"

    "나 아직 착한데? 안 걸렸잖아"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다. 배신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 얻어먹은 포켓몬스터 초코빵을 토하고 싶었다. 그러기엔 너무 맛있었다. 그래도 머리는 쉬지 않고 계속 생각했다. 토해야 한다고. 결국 토하진 못했지만 그날 저녁 그 맛있는 엄마의 밥을 먹지 않았다. 밥맛이 없다는 어른들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처음 경험했다.








인간만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같은 배움을 얻고 각각 다른 사고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나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이해하고 개선하려는 사고방식과, 그 문제점을 고스란히 이용하여 자신의 부를 챙기는 사고방식을 야기한다.


미래의 인류에게 감춰진 문제점을 직시하도록 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만들어 낸 정보들은, 본연의 목적보다 악용의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사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시간은 오래 걸리고 문제를 이용하여 부를 챙기는 시간은 짧다 보니 이런 경우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만약 우리가 책이나 교육으로 접했던 많은 지식인들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래서 현시대의 인류가 자신이 남긴 것으로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그들은 어떤 말을 할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마 일생에서 가장 큰 허무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 인간이 혁신적 사상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 그리고 업적을 남긴다는 것. 이건 인류에게 어떤 의미일까.


발전과 나눔의 기준이 되는 것일까

사욕과 약탈의 용병이 되는 것일까


윤리와 정의가 튼튼하게 자리 잡은 인류라면 악용의 사례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이 든다. 누군가 '그러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피해 보는 이들을 위해 공유한 것들은 누군가에 의해 '그러면 이익?'이라는 수법으로 사용된다. 실천한다. 자신만의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윤리-정의라는 것. 인간이기에 주어진 이 숙제는 많은 시간 동안 속 시원한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평생 숙제이자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 우리는 지금 잘 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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