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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연필 Jul 31. 2017

사람인가 의식인가

내가 아직도 사람으로 보이니

초등학교 4학년 주말.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조금씩 추워지는, 가을의 끝을 알리는 온도에서 열심히 공을 차고 있었다. 운동장에 있는 모두가 땀에 젖어서 뛰어다녔다.


1시간이 조금 넘게 전반전을 하고 살짝 얼린 쿨피스 두 팩을 먹는 시간. 서로 더 먹겠다며 달라붙고, 다 마시고 나서는 흙바닥에 앉아 서로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며 지적질을 했다. 그러다 싸우기도 했다. 후반전을 시작하기 전 잠깐 하늘을 봤다. 그리고 내 눈이 두배는 커졌다. 함께 목소리도 커졌다.


"어? UFO다!!!"


소리를 지르자 마자 모두가 하늘을 봤고 탄성을 질렀다. 한 녀석은 부모님한테 말해준다며 학교 후문 내리막길로 냅다 달렸다. TV에서는 UFO 관련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고, UFO는 초등학생들에게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UFO는 3분 정도 하늘에 있었다. 날씨는 맑았다. 파란 하늘에 구름은 없었다. 검은 하늘에 하얀 볓빛의 모습처럼 파란 하늘에 주황색 불빛 20개 정도가 뭉쳐있는 형태였다. 이 날 저녁 뉴스에서 우리 지역의 UFO 목격 관련 제보 영상이 보도됐다. 나는 신나서 부모님께 직접 봤었다고, 내가 가장 먼저 봤다고 자랑을 했다.


주말에 있었던 이 사건은 함께 목격했던 목격자만 나를 포함 스무 명이었다. 다음 날 아침 월요일 등굣길은 당연히 UFO를 봤던 목격담으로 '너 어제 UFO 봤어?'라는 질문들로 가득했다.


며칠이 지나서 UFO의 조작 사진과 영상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방영됐고, 학교에서는 그 날 함께 UFO를 봤던 친구들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을 받게 됐다. 가장 처음에 발견한 나에게로 화살이 돌아왔지만, 나는 분명히 봤고 거짓말이 아니라고 계속 대답했다. 


시간이 지나 분명히 함께 봤던 친구들도 사실은 자기는 못 봤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고 억울했다. 그래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거짓말쟁이가 됐다.








초등학교 때의 내 목격은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목격이 미확인 비행물체인 것은 분명하지만 외계인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기에, 외계인의 존재를 반 정도 믿고 있다. 당시가 1996년이었고, 3분 동안 한 자리에 있다가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비행기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때는 왜 외계인은 지구로 올까라는 질문을 가진 적 있다. 납치를 해서 실험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게 아닌지 단순하게 생각도 해봤고, 당시 방영되던 X-FILE 드라마의 내용처럼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목적으로 온 것인지 궁금해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UFO 열기는 식어갔고, 더 이상 UFO 관련 주제로 잡담이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술자리나 모임에서 심리학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내가 봤던 UFO를 상기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어떤 생명체며 어떤 특성을 가졌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결국 사람이고 결국 나는 사람에 대해 나름의 사고와 생각을 하게 됐다.


인간-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나를 바라보는 능력'이 떠올랐다. 다른 생명체는, 우리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생명체 중에서는 없는 것 같다. 존재할 수 있겠지만 지금 현재로서의 내 생각으론 없는 것 같다.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면서 비교, 비판, 분석하는 수준의 지적능력을 보유한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적어도 지구에 존재했다면, 현재의 사람들에게 발견되거나 또는 우리 사람들이 발견당해서 서로를 연구하는 상황을 맞이했을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이런 걸 사람의 의식, 인간의 의식이라 말할 수 있다. 의식이 존재하기에 각자의 이름을 가진 상태에서, 경험과 성격과 특별함을 가진 '자기 자신'이 존재한다. 만약 의식이 없다면 그 사람을 우린 의학용어로 식물인간이라 부르고, 생명만을 연장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의식은 '또 다른 사람'으로 형성되고 특색을 가지게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의식을 가진 채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순수한 의식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리고 나를 만들어준 부모라는 사람으로 시작해서, 각자의 역할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등장으로 그 의식은 점차 완성되고 때론 변형된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생명체로써 생명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해놓고,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성장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또한 성장해서 일정한 나이가 된다한들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결국 우리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대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크게는 인류의 발전으로, 작게는 한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의식에 대해 바라보고 질문하고 답을 해야 한다.


다시 궁금해진다


나는 그때,

UFO를 목격한 걸까

UFO의 의식을 목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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