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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기여행가 Apr 15. 2022

마을을 바꾼 학교 이야기, 풀무학교 그리고 홍성 홍동

지역공동체 우수모델의 뿌리, 풀무학교(홍성 2편)

홍성 홍동면

매서운 바람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느껴지는 계절에 홍동을 찾았다. 그냥 홍동 주소만 찍고 혼자 찾아갔다면 홍동의 많은 부분을 들여다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이하 풀무학교) 출신인 창업생(풀무학교는 졸업생을 창업생이라 부른다.) 한 분의 가이드를 받아 마을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마을은 언뜻 보면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풀무학교가 근간이 되어 풀무생협, 풀무신협을 중심으로 마을을 하나로 묶어주는 갓골어린이집, 지역신문, 홍동밝맑도서관 등이 마을과 어우러져있고 유기농업을 하면서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들어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지역공동체 모델이 되었다. 이상적인 지역공동체는 지역사회교육, 협동조합, 풀뿌리 언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잘 어우러졌을 때 이루어질 수 있는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한다

홍동 마을 풍경, 마을지도는 풀무학교 졸업생 작품이다


지역사회교육 근간, 풀무학교

앞선 글에서 이찬갑, 주옥로 선생이 무교회주의와 농업을 기반으로 한 풀무학교를 설립했고 사람을 길러 지역사회에 계속 내보내고 제도권 학교보다 자유로운 교육방식으로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며 풀무학교만의 문화와 이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풀무학교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설립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풀무의 설립자 두 분 중 이찬갑 선생은 오산학교 출신으로 '교육, 기독교, 농촌'에 의한 민족 구원을 위한 교육을 평생 준비하셨으며, 주옥로 선생은 감신대를 나온 뒤 홍동에서 독립 전도를 하면서 '진리, 학문, 자립'으로 그리스도인, 농촌수호자, 세계의 시민'양성을 위한 중등교육기관 설립을 염원하던 중 홍동 성서 집회에서 두 분이 만나 뜻을 일치하여 학교를 여셨다.


직접 찾아가 본 풀무학교는 상당히 재미있는 곳이다. 학교 구성 자체가 작은 마을을 보는 것 같았다 정문 앞에는 농업교육을 위한 작은 논과 비닐하우스가 있고(실제 학생들이 농사를 직접 한다) 학교 건물, 기숙사, 운동장, 축사 등의 시설이 작은 언덕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학교생활에 있어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운영해 나간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 같이 모여 회의와 토론으로 해결방안을 정리해 나가고 기숙사 배정, 학교 청소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정하고 책임을 진다. 또한 홍동의 주민 구성원 중에는 학교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님 등 학교생활을 위해 이주하신 분들과 졸업 후 마을에 자리 잡은 창업생 등 학교 관련된 분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 학교의 존재가 활력 넘치는 농촌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풀무학교 모습들

학교 홈페이지에 교육목표, 교육과정, 학교생활 등이 소개되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풀무학교를 깊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풀무학교에서 공부를 한 창업생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우연찮게 연이 닿은 한 분을 만나 학교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인터뷰는 다음 글에서 자세하게 소개하며 풀무학교의 이해를 돕도록 하겠다.


마을경제 근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신용협동조합

풀무학교 개교 다음 해인 1959년 9월 6일 학교에 소비조합 구판장(생활용품을 공동으로 구입해서 싸게 파는 판매점)이 생겼다. 학교 위치가 시내에서 떨어져 있었고 가난했던 학생과 교직원들은 학용품과 생필품을 싸게 사기 위해 출자금을 모아 소비조합을 시작했다. 이는 한국에서 해방 후 최초의 협동조합운동의 시작으로 본다.


"한국에서 해방 이후 이루어진 협동조합 운동으로 최초는 홍성 풀무조합을 꼽을 수 있다. 홍성 풀무조합이 1959년에 설립되고 그 이듬해인 1960년에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최초의 신협으로 이야기되는 성가신용협동조합이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에 의해 창립된다.(발췌. 김형미 저, 한국 생활협동조합 운동의 기원과 전개)


이렇게 한국 최초의 협동조합으로 학교 내에서 운영하다 1980년 홍동마을로 확장이 되어 지역주민에 의해 스스로 설립된 최초의 생활협동조합이라는 역사를 썼지만 두 번의 파산을 겪으며 위기를 맞았고 현재는 온라인 판매와 청운대와 산학 협력 등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같이 보기. 풀무학교서 한국 첫 협동조합 출발 - 홍성신문 (hsnews.co.kr))

풀무소비자생활협동조합


풀무신용협동조합(이하 풀무신협)은 1969년 11월 10일 풀무학교 교실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시작됐다. 풀무신협은 교회와 직장 단위 신협이 대부분이던 당시 풀무생협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시작해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조합으로 옮겨간 점과 도시가 아닌 작은 농촌에서 시작한 점이 특징이다. 18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풀무신협은 45년이 흐른 지난 2018년 1월 기준, 조합원 3,357명으로 성장했고 4,500원으로 시작한 자산은 366억 원이 되었다. 이는 많은 신협이 회사채 매입, 도시 지역 기업대출에 의지하던 것과는 달리 순수 마을 주민 중심의 조합원 대출이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홍동면 전 주민이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풀무신협은 앞으로도 든든하게 홍동과 함께 할 것이다.(같이 보기. 한국 신용협동조합 발상지, 부산 (brunch.co.kr))

풀무신용협동조합


풀뿌리 언론의 근간, 풀무/홍동소식 그리고 홍성신문

홍동의 풀뿌리 언론의 시작도 풀무학교였다. 풀무학교 학생들은 개교 이듬해인 1959년 3월 '풀무'라는 이름의 교지를 만들었다 이 교지는 형태나 발간 주기 등의 작은 변화는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이 교지는 학교 내 학생들만이 아니라 학부모인 지역주민, 졸업생, 학교 후원회원 등 관계자에게 전달된다. 이는 그대로 풀무학교와 홍동의 역사기록물로의 가치를 지닌다. 이는 확장되어 조합원을 넘어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1985년 5월 풀무소비자협동조합 회보인 '홍동소식'이 창간된다. 하지만 당시 언론탄압이 심했던 시기에 정부로부터 1986년 12월 10일 고별호를 끝으로 강제 폐간을 당하게 되고 다시 1987년 민주항쟁으로 언론 자유화 조치에 의해 2년 만인 1988년 12월 '홍성신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이는 한국 최초의 지역신문이었고 지금까지도 10만 홍성군민들에게 지역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홍성신문 창간 후 약 10여 년 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 지역 신문이 창간되는 등 언론 자유 신장에 기여했다.

학교 소식지 풀무

이렇게 풀무학교는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교육, 지역경제(협동조합), 풀뿌리 언론의 기초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이외에도 갓골어린이집, 홍동밝맑도서관 등 재미있는 지역공동체 이야기가 홍동에는 펼쳐져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이번 글을 작성하는데 많은 부분 참고한 풀무학교 출신 이번영 선생께서 쓰신 '풀무학교는 어떻게 지역을 바꾸나'를 추천한다.

홍동밝맑도서관


풀무학교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풀무학교 출신 창업생 인터뷰가 홍성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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