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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27. 2016

#46 Cooking for the 3rd time

함박스테이크

요새 체감온도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분명 일기예보에서는 9도정도되는 온도인데 체감은 거의 영하다. 저번 겨울 한국에서 엄청난 한파를 겪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온몸이 시렸다. 진짜 캐리어에 잠들어있는 여름옷은 언제쯤 꺼내 입을 수 있을 까.. 게다가 오늘은 저번과 같이 마블링 날씨가 계속되었다. 마블링 날씨란 오늘 내가 길가다 붙인 예명인데 하늘에 하얗고 검은 구름들이 파란하늘사이사이에 겹겹이 껴있는 모습이 마치 일등급 한우의 마블링 처럼 보였기 떼문이다. 특성을 설명하자면 한발자국 뗄때마다 날씨가 변하는 아주 신기한 현상을 체험할 수 있다. 오늘 그 변덕스러운 날씨가 정점을 찍었다. 학원을 마치고 집을 돌아오는데 분명 화창했다. 구름한점없이 맑아서 오늘 왠일이지 했지만 따사로운 빛살을 뚫고 들어오는 시린 바람은 여전했다. 그러다 버스에서 내리고 잠깐 장을 보러 마트에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뭔가 돌같은 게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박이였다. 이동네는 무슨.... 버스 정류장으로 급히 뛰어가 피하고 버스를 탔는데 버스를 내리니 갑자기 우박이 눈으로 변해서 내리기 시작한다. 눈이 한송이 한송이 어깨에 떨어지는데 투모로우(재난영화) 에서 본 기상의 급격한 변화와 갑자기 몰려온 빙하기... 이러다 정말 지구가 멸망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걷다보니 해가 내리쬐면서 눈이오더니 급기야 비로 변하여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허둥지둥 거리며 가방을 열고 우산을 꺼냈는데 구름이 싹걷히며 다시 해가 뜬다.... 이 모든게 노래한 곡이 끝나기 전에 벌어졌다.


날씨가 너무 기가막혀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오늘은 사실 새로운 요리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몇일 전부터 계획하던 것이였는데 어제 잔반을 처리하고 이제야 시도할 수 있게되었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바로 오늘 메인 코스로 돌입했다.


저번에 장을 보다가 고기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입양해온 놈이 있는데 바로 함박스테이크다. 마음같아서는 분쇄육과 기타 재료들을 사서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기도 했으나... 지금 내공으로 그 판을 벌렸다가는 주방을 박살낼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얌전히 만들어진 팩을 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함박스테이크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바로 소스인데 함박스테이크를 직접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소스는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마트에 스테이크용 소스가 없어서이기도 했고, 문득 백종원식 스테이크가 떠올라서 시도해보기로했다. 물론 소스만.

솔직히 뭐부터 해야할지 몰라서 밥부터 했다. 밥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먼저 밥을 올리고 준비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밥을 올린 뒤 소스에 필요한 재료를 썰었다. 양파, 그리고 버섯.(진짜 생각해보면 런던와서 야채는 양파 버섯밖에 안먹은듯..) 그리고 소스는 인터넷에서 본 그대로 따라했다. 설탕 2스푼, 간장 1스푼, 케찹2스푼 이렇게 넣고 섞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긴가민가했다. 고작 저렇게 넣는다고 시중에파는 스테이크 소스맛이 날까? 걱정이 앞섰다. 간만에 비싼 스테이크를 사왔는데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드니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다행히 냄새가 달콤하니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라 요리의 신비함에 감탄하며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사이 옆에 팬을 올리고 불을 올려 스테이크를 약불에 굽기 시작했다. 뚜껑을 덮어놓으면 육즙이 안달아난다고하니 있어보이게 뚜껑을 덮고 한번 구워보기로 했다.(솔직히 불안했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확실히 구울때 기름이 안튀어서 좋기는 했다.


그렇게 한참을 굽고 밥이 다 되었을 때 쯤에 스테이크도 알맞게 익었다. 기가막힌 타이밍이였다. 그냥 감으로 한건데 얼추 시간이 맞춰져서 쓸데없이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일단 스테이크와 밥을 접시에 옮겨 담고 소스만들기에 돌입. 미리 만들어도 상관은 없지만 스테이크 만든 팬에 만들면 더 좋다고 해서 스테이크팬에 불을 다시 올리고 야체를 볶고 소스를 투입해서 졸였다...... 그래야했는데... 팬에 기름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물을 넣어야했는데 기름이 너무 많아서 그냥 그대로 완성해버렸다. 불안은했는데 간은 알맞아서 바로 스테이크에 들이부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소스인지 기름덩어리인지 알수가 없는 액체가 접시위에서 돌아다니는데 다행히 기름은 기름대로 따로 흘러나와서 어느정도 걸러낼 수 있었다. 다만 붉은 기름이 보기 안좋았을 뿐... 건강에도 안좋을 것 같긴하지만 뭐 죽기야 하겠는가. 다행힌건 맛은 좋았단 것. 맛조차 없었으면 진짜 펑펑 울고 다시는 요리 안했을지도 모른다.

밑에 기름이..... 무슨 기름 유출 사태도 아니고...

후 이렇게 또 한 고비 넘겼다. 오랜만의 단백질이 풍부한 저녁. 내일도 해먹을 예정이니 내일은 좀더 완벽히 만들어봐야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다시 한번 요리이야기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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