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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May 05. 2016

#55 Pigeon's Story

비둘기

드디어 여름이 다가온 것 같다. 아니 여름이라고하기는 좀 그렇고 여름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날씨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바람막이 하나를 걸치고 나갔는데 괜한 걱정이였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니 슬슬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게 느껴진다. 버스나 튜브에서는 그나마 괜찮은데 거리를 걸을 때면 이마의 땀을 훔치며 겉옷을 벗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캐리어속에 몇달간 잠들어있던 여름옷을 꺼낼 때가 왔다. 진짜... 여름 옷 챙겨오고 1년 내내 꺼내입지도 못하고 거미줄치는거 아닐까 싶어서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 다행히 여름이 오기는 오는 것 같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올해는 운이 좋다고 하는데.. 운이 없으면 여름이 없는 년도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꿈도 희망도 없는 나라....


딱히 특별한거 없는 일상이 계속이다. 솔직히 매일 일기 쓰는것도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새로운걸 떠올리려고하니 꽤나 고역이다. 매일 시작하는 날씨이야기도 이제 슬슬 질리기도하고.. 그래서 오늘은 한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보고자한다. 바로 비둘기에 대한 이야기다. 갑자기 무슨 비둘기 소리냐라고 하냐면.. 사실 오늘 길가다가 비둘기에대한 아주 특이한 경험들을 연달아 당하다보니 쓰고싶어졌다. 요새 비둘기는 흔히들 닭둘기라고 불리운다. 정말 이제는 날개가 퇴화하고 땅에 영원히 발붙히고 살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도 무서워하지도 않고 언제나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땅에 떨어진 혹은 사람들이 먹이를 던져주기를 기다린다. 뭐 이제는 거의 도시와 공존한다는 듯한 느낌이라 꽤 친숙하다. 다만 문제는 점점 비둘기들이 현대문명사회를 무시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고 불에 뛰어드는 나방을 보고 불나방이라고 하듯이.. 비둘기들도 이제는 자기들이 죽든 말든 차도로 뛰어드는 걸 서슴치 않는다.


오늘 학원가다가 무슨 일이 있었냐면... 바로 비둘기로 버스 들이박기. 계란으로 바위치기도아니고 무슨 비둘기들이.. 겁도없이 버스가 달려오는데도 무리를 이뤄 도로 한복판에서 모이를 쪼아먹고있었다. 처음에는 바서가 도착하기전에 날아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버스가 바로 코앞까지 도착했음에도 비둘기들이 날아갈 생각조차 안하는 것이 아닌가. 이윽고 버스가 비둘기 떼를 뒤엎자 버스 아래에서 푸드덕 푸드덕 거리는 날개짓 소리들이 버스바닥을 난타질을하며 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내었다. 그 광경이 너무 신기해서 넋놓고 보고있는데 주위사람들은 이 모습이 익숙한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있었다. 더 웃긴건 버스가 지나가는동안 계속 파닥파닥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버스가 다 지나가자 아무렇지도 않은듯 당당한 풍채로 걸어나오는 비둘기들. 놀랍다못해 무섭기까지했다. 그 담대함, 인간이 이룩한 문명을 내려다보는 그 오만함.


이게 끝이아니였다.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영국 비둘기들은 저공비행에 귀재들이다. 비둘기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기는 하는데 내 가슴팍높이 언저리에서 날아다닌다. 그것도 하늘하늘 나는게아니라 마치 미사일을 쏘듯이 나는데 오늘 비둘기랑 교통사고가 났다. 처음에는 휴대폰보면서가다가 뭔가 팍하고 어깨를 스치는데 그게 뭔지 몰랐다. 누가 어깨를 쳤나 하고 뒤돌아보고 다시 시선을 휴대폰으로 향하려는 찰나 눈앞에 뭔가 이질적인게 나를 향해 날아오는게 보였다. 회색빛깔의 정체모를 덩어리였는데 처음에 누가 공이라도 던졌나했다. 그러나 비둘기였다. 비둘기가 가슴 정중앙에 머리를 박더니 나가 떨어졌는데 그 뒤가 더 가관이였다. 보통 동물들은 본능적으로라도 자신과 다른 생명체와는 피해다니는게 정설인데 얘는 부딪혀놓고는 옆에 내려앉아 도도히 고개를 치켜들고 나를 쳐다보는게 아닌가. 꿈이라도 꾸는줄 알았다. 만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니. 비둘기랑 한참을 눈싸움을하다가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다시 길을 갔다. 그 뒤로 몇번을 비둘기와 부딪힐 뻔했다.


튜브에서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마 영국의 날씨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싶다. 왜 우리나라 속담중에 새가 낮게 날면 비가온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비가 일년 내내 오다보니 비둘기들도 자연스럽게 저공비행에 특화된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만에 매우 특이한 경험이였다.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진짜 닭둘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럼 내일 예고를 가볍게하자면 내일은 영국의 보드게임방에 갈 예정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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