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Dark Night
어제 더워졌다고하기가 무섭게 오늘 기온이 급강하했다. 아침에 조금 쌀랑해서 불안하기는 했는데 그저 밤동안 식어서 그렇겠지라는 생각으로 얇게 있고 학교로 출발했다. 문밖을 나오니 바람이 없는 언덕 아래에는 아직 서늘함이 남아있다. 훤히 들어난 팔에서 털이 곤두서는게 보였다. 오후되면 더워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언덕을 오르는데 유난히 바람이 거세고 하늘은 어제와달리 먹구름으로 뒤덮여있었다. 바람도 유난히 강했기에 바로 뒤져본 일기예보에서는 하루종일 비와 그리고 어제와 달리 기온이 뚝 떨어진 그래프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언덕을 다 올랐을 때 결국 집으로 되돌아 뛰어갔다. 도무지 반팔만가지고는 이 험난한 날씨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반팔을 벗어던지고 맨투맨과 바람막이로 무장한뒤 집을 나오자 아까와 달리 한없이 포근한 기분이였다. 역시.. 바람이 체감온도를 떨어뜨리고 있었던 것이였다.
겨우겨우 학원에 늦지 않게 도착하고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는데 반 친구한명이 갑자기 웃긴게 있다고 사진을 보여주는데 사진 내용이 뭔가 특별한 날을 축하하는 듯한 사진이였다. 그리고 문장이 써져있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영국의 여름을 축하합니다 (5/4~5/9)
보는순간 어이가없어서 실없이 웃기만했다. 정말 여름이 끝난건가 싶었다. 아니 반팔 꺼내놓고 딱 한번 입어보고 아껴입으려고 여행이나 특별한 날에 좀 입으려고 내비뒀더니 다시 가방속으로 들어가게 생겼다. 이럴줄 알았으면 계속 좀 입을껄... 매정한 날씨같으니.. 적어도 2주정도는 지속될줄 알았던 여름이 7일도 못버티고 수그러들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영국의 여름은 끝나버렸다.
뭐 지나가버린건 지나간거고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숙박시설을 예약했다. 그전에 숙박시설을 알아보려고 컴퓨터앞에 앉았는데 익숙한 한국어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여자분이였는데 알고보니 동갑에 온지 3일되었다고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처음 10분정도는 이야기를 했다기보단 거의 인터뷰당했다. 알고보니 자기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삶을 기록하고있다고 한다. 그래서 꿈이나 영국에 온 이유나 이래저래 취조당했는데 나름 색다른 경험이였다. 덕분에 꿈이나 목적에대해서 다시한번 상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뒤부터는 영국 생활에대해서 이래저래 조언을 해줬는데 A(실명 쓰기도 그러니 A로하자)는 지금 한인민박에서 묵고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빨리 집을 찾아야한다고 하는데 영국사랑에서 집을 찾고있길래 싸게구하려면 다른 사이트를 써라고 조언은 해주었다. 다만 다른 사이트들은 전부 영어로 되어있어서 조금 불안하다며 일단 영사에서 찾아보겠다고 한다. 집 이야기가 끝나고 오이스터카드며, 생활비며 최대한 아는 선에서 조언을 해주거나 정보를 제공했다. 그렇게 A가 정보를 토대로 집을 찾고 이래저래 준비하는 동안 나는 옆에 앉아서 여행지 숙박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숙박 예약은 정말 간단했다. 우리나라처럼 카드결제에 공인인증서나 비밀번호 같이 복잡한 절차도 필요없는데다가 비행기 예매할 때 사용한 Skyscanner로 집을 간편히 알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별 걱정이 없었다. 다만 그렇게 다 준비해두고 혹시나 싶어서 유럽여행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한국에도 좋은 사이트가 있다고 알려주어서 두개 사이트를 비교해가면서 알아보았다. 그래서 적당히 싸고 적절한 곳으로 숙박시설을 선정한 뒤에 바로 결재를 했다. 뭔가 정말 짧게 끝났는데.. 정말 저게 전부다. 물론 찾아볼때, 도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 체크아웃, 인 시간은 언제인지, 인터넷이나 세금은 붙어있는지 등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아서 기록하면서 예약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다.
9일 동안 숙박을 하다보니 숙박비가 꽤 나왔다. 36만원가량이긴 한데 8박치고는 싼편이라고는 할 수 있다. 4만원이면 뭐.. 걱정없다. 이렇게 전반적인 준비가 끝났다. 남은건 짐, 그리고 여행 세부일정 뿐이다. 이렇게 하고나니 여행 준비도 딱히 별거 없구나 싶었다. 사실 20살때의 나였다면 정말 고미을 많이하고 계획도 철저히 준비했을 것이다. 시간단위, 아니 분단위로 말이다. 다만 예전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그 뒤로는 무계획이 일종의 좋은 여행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들 알겠다시피 정말 죽어라 철저하지 않는 이상 세운 계획을 정확히 따를 수 없다. 혹시 모를 일들도 생길 수 도 있고 늦잠 잘 수도 있다. 날씨는 예측 할 수 없고 길가의 수많은 사람들은 더욱이 불가능하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세상을 살아 갈 유일한 방법은 규칙없이 사는 거야."
이 대사는 뭔가 구속되어있던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다만 그래도 사람이 잘 변하지는 않는다. 영국에 와서도 돈에 구속되어서 처절히 살아가는 중이다만 그래도 조금은 발전해서 이래저래 다방면으로 일탈 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여행에도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처음 가는 나라에대한 선망, 그리고 공포. 하지만 이 또한 이겨내고 소중한 경험을 쌓아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