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Musical Lion King

이건 봐야한다.

by 공대생

소름, 또 소름, 뮤지컬 내내 온몸에서 소름이 멈추질 않았다. 오프닝은 이제껏 보아온 뮤지컬, 연극, 영화 그 어느것을 비교해보아도 역대급이였다. 무대 뒤, 관객석에서 등장하는 거대한 동물들, 물밀듯이 밀려내려오는 물소 떼들의 향연 그리고 밤 하늘을 수놓는 별빛과 그 속에서의 감동. 이 모든 것들이 배우들의 열연과, 음악, 조명 그리고 무대와 어우러져 절정을 선사했다. 드 넓은 초원, 그 넓은 극장을 미칠듯이 고독하게 만드는 사막, 자유로움과 걱저을 모두 날려버리는 산뜻한 정글 모두의 눈에서 한방울의 눈물을 맺히게해 어두운 관객석을 밤하늘에 펼쳐흐르는 은하수로 만들어버린 웅장하고 깊은 초원의 하늘 그리고 모두를 침묵속으로 몰아넣은 하늘과 땅을 잇는 절벽. 그 어느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찬사가 박수 뿐임이 억울하고 분할 뿐이였다.


이 짤막한 글은 뮤지컬을 보고나서 나오자마자 집에가는 길에 급히 끄적인 감상문이다. 이 순간의 감정, 격정을 서둘로 옮겨쓰고 싶었었다. 다만 글 쓰는 재주가 부족하고, 말로 차마 다 옮길 수 없어 답답할 뿐이다. 역시 언어란건 감정을 전달하는데 별로 좋은 수단은 아닌것 같다. 물론.. 시인들은 그걸 어떻게 기가막히게 기록하고 남기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라이온킹 뮤지컬은 대박이였다. 진짜 역대급이라는 말이 입에서 끊임없이 나올 정도 였다. 뮤지컬을 보기전에 일순간이나마 돈이 아까우면 어쩌지라는 나의 아둔함에 몸서리를 쳤다.


뮤지컬은 코벤트가든, 혹은 레이스터 파크 역 근처에 있는 극장가에서 열렸다. 런던에 유명한 뮤지컬들이 몇개 있는데 각 뮤지컬들마다 전용 극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다보니 튜브역입구부터 라이온킹 문양에, 건물에는 온통 노란빛으로 사자 마크로 가득했다. 티켓을 확인받고 입장하자 눈앞에는 기념품샵이 우리를 반겼다. 기념품이... 진짜... 구매욕구를 마구마구 자극하는 물건들 뿐이였다. 머그컵과, 열쇠고리, 각종 장신구들....진짜 라이온킹 팬이라면 안사고는 못베길 물건들이였다. 진짜 나랑 친구랑 뮤지컬 시작하기까지 남은 30분동안 가판대 앞에서 이거 껴보고, 저거 껴보고... 차차 살펴보고.. 내렸다 들었다를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선택한게 바로 팔찌다. 이 팔찌는 5개짜리였는데 라이온킹 각 상징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들이였다. 이게 신기한게 여기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물건같았다. 한국 사이트나, 외국 사이트에도 판매하는 곳이 없는걸로 봐서는 뮤지컬 극장에서 전용으로 파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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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둘다 팔찌하나로 만족하고 스톨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역시 유명 뮤지컬답게 항상 만석을 이루는 것 같았다. 좌석앞에는 멀리서 보기 좋게 망원경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진짜 감동이였다. 그런데 그 앞에 적혀있는 1파운드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바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한가지 신기했던게 바로 직원들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음식과, 기념품을 판촉하고 다니는 것이였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을 몇번 본적은 있지만 이런 건 처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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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잡설은 여기까지하고 뮤지컬얘기로 넘어가자면... 진짜 인생 뮤지컬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다들 라이온킹은 한번쯤은 봐서 알겠지만 라이온킹의 백미는 바로 첫 시작부분이다. 모든 동물들이 언덕주위에 모여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는 그 장면. Life of circle이라는 희대의 명곡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오프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정말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 뮤지컬은 내 상상을 넘어서버렸다. 처음에 빈무대에서 개코원숭이역의 배우가 시작하는 소름돋는 열창을 시작으로 치타가 걸어나오고, 기린, 가젤, 각종 새들 그들이 무대뒤에서 노래에 맞춰 나오며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닿는데 갑자기 등 뒤가 요란해지기 시작하더니 코끼리, 코뿔소 등 거대한 동물들이 관객석을 헤치고 등장했다. 와... 그 순간 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하는데 마지막에 심바를 높게 치켜들면서 노래가 클라이막스를 찍자.... 이건 끝났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돈내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초반에 이렇게 다 쏟아부으면 뒤는 어떻게 할 생각일까?


그 뒤부터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은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음에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게 했다. 하이에나들에게 둘러쌓일 때, 무파사가 등장하는 장면은 뻔히 알고 있는데도 극적이였고, 무파사가 죽는 그 물소떼들의 장면은 진짜 기발한 방법으로 무대위에서 풀어내었다. 진짜 무대감독이란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는 순간이였다. 그리고 스카가 무파사를 절벽에서 밀어낼때에는 안타까웠고... 티몬과 품바가 등장했을 때는 마치 오랜 친구를 본듯한 기분이였고, 한 부분의 코메디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오프닝에 이은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초원에서 무파사의 영혼과 대화하는 장면.... 키야.... 그 장면을 그렇게 표현 할 줄이야... 빛과 어둠을 그렇게 조화롭게 사용하여 마치 하늘에 진짜로 연기처럼 등장하는 것 같은 연출... 그리고 대사와 그에 이어지는 노래의 감동... 뮤지컬이 끝날 때까지 단 한장면도,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이 짧은 순간이 끝나면 뮤지컬이 끝이라는 생각에 슬프기 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끝이났고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나의 첫 런던에서의 뮤지컬은 막을 내렸다.


꽉찬 만족감이였다. 한가지 걱정은 이 뮤지컬을 다음으로 다른 뮤지컬을 봤을 때 기분이 시큰둥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같이 본 친구가 런던에 와서 뮤지컬을 꽤 많이 봤는데 대부분 라이온킹보다는 한수 접어준다는 의견이였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다른 뮤지컬을 손대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지금 말하자면 혹시 런던에 올 기회가 있고, 뮤지컬을 딱 하나만 봐야한다면 꼭 라이온킹을 보기를 바란다. 여러개 볼꺼면 마지막에 보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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