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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ug 19. 2016

Season2, Slump

슬럼프..

슬럼프, 보통 운동선수들이 많이 겪는 문제다. 갑자기 잘나가던 야구선수가 홈런한방에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그냥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꼭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구석에 몰렸을 때 뭔가 답답하고 발전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때도 흔히 슬럼프에 빠졌다고 한다. 이제껏 슬럼프에 빠졌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고민상담을 빙자한 술도 많이 마셔봤지만 결국 조급함이 초래하는 문제다. 이론상으로는 계속해서 꾸준히 해나간다면 벗어난다고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수렁에 빠진 사람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나름 낙관적이라 슬럼프라는걸 느껴도 빠른 시일내에 벗어나는 편이다. 벗어난다기보단 슬럼프였다는 사실자체를 까먹어버린다. 나쁘게 말하면 현실도피인데 이제까지는 이 방법이 꽤 잘 먹혔다. 그러나 이번에 찾아온 슬럼프는 조금 벗어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슬럼프를 정신질환으로 구분하고 심리학적으로 해결하는 연구가 많다. 그리고 다양한 치료책이 만들어졌고 효과를 본 사람도 많다. 심리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인 즉슨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이다. 그래서 나름 스스로 슬럼프에 왜 빠졌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바로 넘치는 인간의 상상력 덕분이다. 예전에 눈높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멀리보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높여야한다고 말이다. 당연한 말이라 목표는 높게 잡고 항상 그를 목표로 달리는 중이다. 언뜻보면 이상적인 방법임에도 발목을 잡기도 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듯이 단점이 존재했다.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해야하나.. 분명 런던에 오기전에 그리던 이상이 있었다. 이 때쯤은 못해도 이 정도는 하지 않을까? 아니 해야만하지 않을까? 그리고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현 시점에 이르러 스스로 중간정검을 해보니, 아무것도 변한게 없었다. 여전히 자신감은 없었고, 아니 오히려 어학연수를 했다는 사실이 더 자신감을 잃게 했다. 지금의 내 모습과 그려오던 모습이 다르니 모든게 쓸모없어진 기분이였다. 게다가 더욱 최악인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이 모양, 이 꼴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내 돈만 들여서 왔다면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다. 난 영어공부에만 목적을 두고 온 것은 아니였으니깐. 하지만 부모님의 돈으로 생활하는 중이고 두분은 내가 이곳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어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과대평가라면 과대평가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기대하는 바가 큰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덕분에 숨이 막힐듯한 답답함에 빠져있다. 물론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고 오라고는 하셨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의 1도 믿지 않았다. 얼만큼 내 공부에 집착을 해오셨는지 25년간 느꼈기 때문이다.


꼭 굳이 부모님의 기대가 아니더라도 내가 내 자신에게 거는 기대 또한 컷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슬럼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개월차쯤에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었다. 그러나 그때는 시간도 많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하자라는 일념하에 떨쳐낼 수라도 있었다. 지금은 시간에도 쫒기고, 냉혹한 자아성찰에도 쫒기는 중이다. 언제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은 힘들지만 지금은 정말... 도망이라도 치고 싶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이 슬럼프의 발단은 시험이다. 곧 시험준비하는 학원으로 옮기는데 그전에 입학 시험을 치러야했다. 그래서 뭐 별거 있겠나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치르고 왔다가 보기좋게 떨어져버렸다. 이 때 정말 당황했었다. 반드시 들어야하는 수업이였기 때문이다. 런던에 오기전에 시험이라도 하나쳐서 자격증을 따겠다는 목표도 사라지고, 부모님이 제일 기대하던 부분이 이것이였는데 수업을 듣기도 전에 실패해버린 것이다. 학원측에서는 메일로 일반영어를 듣고 내년에 수업에 다시 신청해서 들어라고하는데.. 나에게 내년은 없다. 재시험을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고 답변이 올 뿐이였다.


자괴감에 밤을 지세웠다. 난 지금까지 뭘한걸까. 고작 수업에서 외국인들과 웃고 떠들고 놀기만 할려고 런던에 온건가, 그냥 영어를 잘 하는 척만 하고 있었던건가. 온갖 비난의 화살이 입밖으르 떠나 중력에 이끌려 얼굴로 쏟아져 내렸다. 그 따가움에, 낯 뜨거움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머리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었다. 이 순간에도 내가 떨어진 이유는 시험영어를 공부하지 않아서야라고 자기변명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부모님께 사실을 말할 수가 없어서 안부 연락을 읽지도 못하고 있는 이 순간이 지옥같았다.


일이 조금은 일단락 지어지면 일기로 쓰고 싶었다. 하지만 속에 끓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게 너무 힘이들었다. 친구들에게는 말해봤자 이해해주기도 힘들테고, 이곳 사람들에게는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래서 글으로라도 풀어보는 중이다. 활자지만 뭔가 아우성이라도 지르는 듯한 홀가분함은 드니깐 말이다.


후.. 이제껏 한번도 꼬인적 없던 연수생활이 큰 전환점 앞에서 곤두박질 칠 줄이야.. 그저 모른 척 해왔는지도 모른다. 그냥 애서 잘될거야라고 막연히 안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맞닥드렸고 마주해야할 때다. 노력하자.. 노력한다고 해결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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