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다
런던의 하늘은 낮다.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하늘에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언덕을 향해 한 달음에 달려 올라가면
또 다시 낮은 하늘이 나를 반기고
구름이 낮음을 탓한다
런던의 구름은 빠르다
달리고 달려도 쫒을 수가 없어서
내가 느리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언덕 아래를 힘껏 뛰어 내려가면
도무지 따라갈 수 없음을 깨닫고
바람이 빠름을 탓한다.
런던의 바람은 강하다.
바람에 밀려 날아 갈 것만 같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만 같아서
언덕 아래에 멈춰 앉아 바람을 피하면
다시 올라갈 용기를 잃어버리고
내가 약함을 탁한다.
런던의 나는 약하다.
하늘을 오르지도
구름을 따라잡지도
바람을 뚫지도 못하고
하늘이 높음을 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