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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ug 25. 2016

Season2, Pain... and Gallery

아파 죽겠지만 누워있을 순 없지

내 목... 내 등....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목 부터 등줄기를 타고 내려와 골반을 스쳐지나 종아리에 다다르는 기나긴 여정을 거쳐 다시 되돌아오는 그 고통. 근육이 한줄기 한줄기 비명을 외치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똑 같은 지옥이 다시한번 찾아온다. 끊임 없는 스트레칭과 마사지로 붓기를 빼고 근육을 풀어주었지만 다음 날 나를 반긴건 식물인간과 다를 바 없는 침대 행이였다. 정말 아침에 알람을 듣고 눈을 떳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팔을 들어올려 알람을 억지로 끈게 전부다. 껏다기보단 폰을 떨어트려서 강제로 재워버렸다가 옳은 표현이다.


분명 그저께 잠을 잘못자서 약간의 통증이 있었긴 했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결린 정도. 움직임에도 불편함이 없었고 그저 피곤해서 그렇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겼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눈을 뜨자 막대한 고통과 함께 그대로 학원에 결석했다. 이게 전부 런던의 날씨 때문이다. 뜬금없이 날씨 탓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정말이다. 런던의 여름을 표현하자면 간이 사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 근처는 모르겠는데 강에서부터 떨어진 곳은 완전 사막이다. 거의 20도까가이 나는 일교차 덕분에 밤마다 덜덜 떨면서 자는 중이다. 자기전에 히터를 틀고자면 될일이지만 그러면 너무 더워서 잠을 못자고, 새벽 2시경부터 급격히 냉각되는 아스팔트 덕분에 한기가 몰아친다. 자연스럽게 이불도 덥지 않고 심지어 윗옷을 벗고 자다가 새벽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이불을 감싸덮고 웅크려서 다시 잠을잔다. 그러다보니 날씨는 춥고 몸은 웅크리고.. 자세는 나쁘니 몸에 이상이 생기는게 당연하다. 지금도 등이 결려서 죽을 것 같다.


아무튼 자체 휴강을 낸 뒤에(무슨 대학도 아니고...) 한참을 침대위에서 꼼지락 거리면서 근육을 풀었다. 새벽 6시에 눈떠서 10가 되어서야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있었다. 아파서 다시 자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면서 학원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는데 정말... 알 수 없는 서러움이 폭발하더라.. 8시가 지나고 학원에 전화해서 아프다고 해야지.. 하는데 폰이 땅에 떨어져서 주울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어처구니가 없어서 천근같이 무겁게 느껴지는 아이패드를 겨우 들어올려 또닥또닥 메일을 써서 보냈다. 이내 괜찮다고 편히 쉬어라고 답장이 왔고 10시까지 오늘뭐하지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스트레칭을 했다.


일어날 때 가장 힘들었던게 역시 목을 드는 일이였다. 목을 움직이기만해도 등까지 통증이 전달되서 자세를 옆으로 틀지도 못하고 손으로 억지로 머리를 들어올렸다, 옆으로 제쳤다 하면서 몸을 틀었다. 최악이였던게 어제 자면서 틀고잤던 히터가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도무지 히터는 끌 수 없고 몸은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온몸이 젖어버렸다. 찝찝함까지 더해진 내 몸과의 투쟁은 20분가량이나 더 지속되었고 결국 일어서는데에 성공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나니 꽤 상쾌했다. 운동하고 난 것 같은 개운함. 다만 아픈건 여전했다. 조금 괜찮아지면 그 뒤부터는 가속도가 붙어서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움직이며 근육이 부드러워져 갔다. 완전히 풀린건 아니지만 돌아다닐 정도는 되서 다행히도 오늘 하루 뭘하고 보낼지에 대해서 생가가 할 수 있었다.


힘든건 할 수 없고 술도 마실 수 없으니 좀 여유롭게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갤러리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찌는 듯한 더위가 찾아온 런던이라 밖에서 돌아다니기가 지옥이였다. 그래서 오늘은 네셔널 갤러리 탐방기!


내셔널 갤러리는 대영박물관과 더불어 영국 최대의 미술관 중 하나이다. 기본적으로 르네상스 부터 19세기 초기의 작품들이 전시되어있고 시즌에 따라 특별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반고흐 전시회가 열렸는데 유명한 해바라기나, 자화상, 별밤 등 명작들을 볼 수 있다. (공짜로)


갤러리는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데 언뜻보면 트라팔가 광장이 내셔널 갤러리의 일부분 같은 기분도 든다. 갤러리의 마당 같은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찾은 트라팔가 광장에는 오랜만에 내려쬐는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갤러리 근처다보니 각종 길거리 예술가들이 나와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연주와 행위 예술을 하고 있었다.

느긋함을 즐기며 광장을 둘러보다 도저히 더워서 못참겠다 싶을 때 쯤에 갤러리안으로 도망치듯이 들어갔다. 최대규모의 갤러리다 보니 안이 거의 미로 수준이였다. 비슷한 그림들이 걸려있다보니 길을 잃기 일수 였다. 지도를 구해서 하나한 살펴보며 돌아볼 수 도 있지만 그냥 여유롭게 둘러보기로 했다. 굳이 그렇게 강박관념을 가지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으니깐.


중간중간 중앙에 쇼파에 앉아 느긋이 그림을 감상하다보면 그림앞에서 스케치하는 사람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거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는 등 정말 예술가들이였다. 어깨너머로 그들의 스케치를 보는 것도 나름 재밌는 일이였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의 그림이다보니 그림의 화풍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감명깊게 본게 베니스를 무대로 가득채운 그림들 이였는데 베니스에 가보지 않았지만 그 시절의 베니스가 눈앞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였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림만의 감성이랄까. 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들이 어떤 눈으로 베니스를 보고 그렸는지를 보면 흥미롭기도하고 색다른 베니스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관광하는 기분이였다.

그 외에도 서양화의 주된 주제인 종교, 인물화 등 이 있었고 마치 사진을 찍은 듯한 사실감이 드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간신히 형태만 남기고 휘몰아치는 감정만 남아있는 그림도 있었다. 뭐 내가 화가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만은 그림을 오래 감상할 수록 향수가 시간이 지날 수록 향이 변하 듯 감상도 변해갔다.


한참을 앉아서 감상하고 옮기고를 반복하다 몸이 슬슬 추워지자 따뜻한 햇살을 쬐러 밖으로 나왔다. 살짝 그늘진 곳에 앉아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따뜻함에 졸음이 쏟아져 잠깐 졸기도하고 수첩에 글도 끄젹였다. 뭐랄까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랄까. 물론 이제껏 농땡이치면서 나태하게 보낸 날은 많았지만 이렇게 가득찬 하루라는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였다. 몸만 좀 괜찮았으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만 덕분에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학원도 째고 일탈감까지 느끼며 하루를 보냈다. 요즘 마음에 여유가 없었는데 조금은 편안해진 기분이다. 뭐.. 아직까지 해결된건 하나도 없지만.. 잘되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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