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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Sep 04. 2016

Season2, Park, Park and Japan?

공원, 공원 그리고 일본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아니 울리기는 했다. 알람은 총 3번 울렸다. 자기전에 한번, 새벽에 한번 그리고 아침에 한번. 하지만 알람은 2번만 그쳤다. 잠에 빠져들기 직전에 쓸데없는 걱정이 울려서 골을 또랑 또랑 울리더니 새벽 5시에는 밤새 급격히 얼어 붙은 기온에 창문이 찌르릉 거리면서 소름을 울렸다. 잠을 잔건지 만건지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옷을 껴입고, 히터를 틀고 다시 침대속으로 도망쳐 들어갔지만 너무 안이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공기와 온몸 꼭꼭 덮고있는 따스한 면은 그 어디보다 아늑한 공간을 창출해내었고 그대로 귀도, 눈도, 입도 닫고 깊숙히 잠에 빠져들었다.


뻔하지만 지각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각했다는 것을 자리에 누워 시계로 확인하고 나면, 몸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10분만 더 였던 칭얼거림은 어느새 1시간만 있다가로 진상을 부리고 있었다. 이럴 때면 내 몸이, 의지박약의 정신이 원망스럽지만 짧은 원망을 채 끝내기도전에 다시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시간이 12시다. 지각 조차 할 수 없는 시간. 머리를 박박 긁으며 한숨을 내쉬며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무거운 엉덩이를 드디어 일으켜 세운다.


그럼 오늘은 뭘 할까?

 머리 감는 내내 고민을 해보지만 드라이기 소리가 귓가를 멍멍하게 울릴 때까지 딱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갈 준비를 끝내고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문득 창틈, 커튼 넘어로 스며들어오는 햇살에 눈이간다. '공원'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따스한 햇살에 마침 점심시간이니 피크닉이란걸 가보기로 계획했다. 런던에는 공원이 무수히 많다. 그린이라고 불리는 공원 영역이 어딜가든 최소한의 공간만큼 확보되어있다. 그런 공원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큰 공원이 있는데 바로 하이드 파크다. 그에 견줄 만한 곳은 런던 동물원이나 그린파크 정도뿐이다. 동물원은 유료라 내 머릿속 목록에는 애초에 존재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린파크는 단지 하이드 파크 옆에 붙어있고 버킹엄 궁전이 있어서 지나가는 길에 들려볼 생각이다.


12시경, 나는 2층버스에서 가장 명당인 2층의 맨 앞좌석에 앉았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좀 처럼 앉기 힘든 자리다. 뻥 뚫린 전면의 유리로 부터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노곤노곤하게 졸았다 깨었다를 반복하며 공원으로 향했다. 집으로 부터 꽤 먼거리였기에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공원이 가까워 질 때 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뭔가 군중들이 피켓과 마이크로폰을 들고 행렬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사이비 종교에서 행사나온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길을 걷다가 하나님을 믿어라고 흑인 교민이 랩을 하는 것도 들은적이 있었기에 그와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점점 버스와 행렬간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피켓에 적힌 글자가 눈에 읽힐 때쯤, 익숙한 단어들이 보였다. 스쳐지나가는 통에 잘 보지는 못했지만, Taji, Japan, Dolphin 이였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넘겼을텐데 단어의 조합이 묘했다. 타지는 뭐고, 일본과 돌고래는 왜 엮여있는걸까? 서둘러 기억해둔 단어를 무작정 구글링했다. 검색결과가 매우 의외였다. 딱 저 3개단어로 이루어진 사건이였다. 일본에 타지라는 지역에서 돌고래 학살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일본인이 돌고래를 잔인하게 죽이는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고 그 동영상이 일파만파 퍼져서 전세계에서 그들을 향해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좀 의아한점이 있다. 그 사건이 일어난건 꽤 오래전 일이다. 어제도, 한달전도 아닌 족히 1년은 지난 일이였다. 오늘이 기념일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행렬의 사람들이 꽤 격정적이였다. 흥미가 동해서 그자리에서 바로 내려 행렬에 동참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만뒀다. 일본인에대한 적개심이 넘쳐있을 텐데 안그래도 서양인들이 구분하기 힘든 한국인이 행렬에 끼었다가는 굉장히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공원으로 가던 길에 집중했다.


공원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다보니 공원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해가 뜨면 무조건 밖으로, 공원으로 라는 메커니즘이 입력되어있는 곳이다보니 해가 뜬날이면 주중, 주말 관계없이 공원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그늘에서 선선한 바람과 가끔씩 흔들리는 나무가지 사이로 흩날리는 햇볕을 즐기고있다. 아이들은 호수가에서 백조들과 오리와 비둘기 떼들과 술래잡기 하느라 바쁘다. 그에 질세라 청년들은 인라인스케이트나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등 운동을 즐기고 있다. 연인들은 공원에 있는 꽃밭에서 사진을 찍기도하고 그 사이에서 꽃향기보다 달콤한 사랑을 속삭인다. 그리고 그 모든걸 지켜보는 쓸쓸히 혼자 시간을 즐기는 나와 같은 고독한 사람들도 있어 시끄러움만이 아닌 조용함도 같이 균형을 맞추고 있는 공간이다.

처음에는 그저 날씨 좋고, 지각했고, 할게 없어서 온 공원이였지만 점점 약해지는 햇살과 쌀쌀해지는 바람이 앞으로 공원에서 즐길 날이 점점 줄어들고있음을 알려줬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불평불만을 글로 풀어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날로부터 몇개월이 지나 추위는 온데간데 없고 햇살이 가득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그만큼 빨리 흘러갔다는 생각에 공허함과 아쉬움이 먼저들었지만 왠지 모를 뿌듯함도 같이 차올랐다.


 한참을 벤치에 앉아서 경치를 구경했다. 눈 앞에는 호수가 있고, 순백의 백조들이 날개를 펼쳐올리고 꼬리를 흔들며 기지개를 펼치고 있다. 이따금씩 비둘기 떼들이 날아오르는게 철새 떼들이 떠나는 모습같아 정겨웠다. 겨울만 되면 머리위에서 날아가던 철새 떼들을 보면서 나도 날아서 해외로 멀리 날아가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나는 런던에 있다. 해가 점점저물며 호수를 낮게 비추었다. 마지막 햇빛을 마음껏 받아라는 듯 빛이 벤치를 향해 반사되었다. 눈을 찌푸리고, 손으로 가려보지만 피 할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리며 자세를 바꾸며 빛과 싸웠지만 항복했다. 더 이상 호수를 쳐다 볼 수 없었다. 빛이 난반사되어 그저 백색의 공간이 되어버린 호수 한가운데로 부터 이따금씩 새들이 날아오를 뿐이였다.

공원에서 꿀같은 휴식을 즐기고 돌아가는 길에 일본의 대사관이 보였다. 공교롭게도 버스 타는 곳이 대사관 앞 근처였는데 아까 봤던 시위대들이 서있었다. 대사관 바로 앞과 건너편 길에 가득 차 있었다. 멀리서 지켜봤는데 남녀노소 모두로 구성되어있었다. 놀랐던건 어린아이도 있었다는 점이다. 그 아이들은 뭘 알고, 뭘 보고 왔을까. 부모님을 그저 따라온 것일까. 돌고래를 죽이는 영상을 보지 못해서 얼마나 심각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심각한 나라 망신이다. 한편으로는 동물 때문에 전세계가 들고 일어나는 것도 진귀한 광경이라는 생각도 든다.


3일전에 있었던 일이다. 공원을 갔다오고. 난 뒤에는 딱히 별로 한 것도 없고, 날씨도 안좋아져서 카페에 잘 안갔었다. 그래서 이제서야 미루고미루던 일기를 쓴다. 사실 일기 말고도 요새 쓰는 글... 이라기보단 글쓰는 연습을 하는 중이라 쓸데 없는 글만 주구장창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일기를 안쓸건 아니다. 특별한 일없는 평범한 날에는 굳이 영양가 없는 말로 주저거릴 바에야 다른 글을 쓰는게 낫다고 생각하기에.. 틈틈히 일기를 올려야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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