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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ug 30. 2016

Season2, UK Korean Lovers

영한 사랑 모임

월요일에 뱅크홀리데이가 찾아왔다. 왜 뱅크홀리데이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적절하게 쉬는날이 생겨서 매우 기뻣다.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특정 날짜에 공휴일이 있는게 아니라 무조건 월요일에 맞춰서 공휴일이 정해진다. 물론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무튼 덕분에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토, 일, 월 이렇게 꿀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복불복처럼 어느 년도에는 휴일이 적고 어느년도에는 황금 연휴가 생기는 일이 없다. 어떻게 보면 휴일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서 좋긴하다. 최소한 2018년을 기다려야하는 이유 같은 부질없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으니깐 말이다. 오죽했으면 몇년 뒤에나 찾아올 황금연휴를 지금부터 기다리겠는가. 그만큼 휴일에 목말라있는 사람들이 많고 영국은 그런점에서는 꾸준히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는 훌륭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여기는 휴일에는 왠만해선 무조건 쉬어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우리나라처럼 휴일에도 일해야지 돈안벌고 놀아서 뭐하겠어라는 생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덕분에 어지간한 프렌차이져가아닌 이상에야 문연 가게를 찾기 힘들다.


아무튼 토, 일, 월 이렇게 3일을 허무하게 보내자니 너무 잉여같아서 오랜만에 불토란 것을 즐겨보기로했다. 어디 가볼만한 곳이 없을까 하면서 뒤져보다가 오래전에 묵혀뒀던 밑업 어플이 기억이 났다. 한창 연수생활 초반에 심심해서 모임을 찾아다니면서 놀때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흥미를 잃고 까먹고 있었다. 관심목록을 느기적 거리면서 스크롤을 내리다가 영한사랑 모임이란 것을 발견했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밑업이였지만 괜히 한국인만 많이 올 것 같아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가지 않은 모임이였다. 마침 다른 랭귀지 익스체인지 모임도 없고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모임은 옥스퍼드 스트릿쪽의 그렇게 크지 않은 펍에서 열렸는데 혼자 모임이 있는 장소에 들어가니 굉장히 뻘쭘했다. 펍 한구석에서 익숙한 한국인들이 보여서 다가가기는 했지만 그냥 조용히 자리잡고 앉아 눈치만 계속 봤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왔고 그러던 중 매우 반가운 얼굴을 봤다. 얼마전에 캠든타운에 랭귀지익스체인지 에서 만났던 한국 분이였다. 서로 놀라서 인사를 주고받고 그분의 안내 덕분에 그룹에 참여 할 수 있었다.


모임은 상상했던 것 보다 규모가 꽤 컷고 외국인들이 많았다. 아니 한국인수가 훨씬 적어서 당황했다. 처음 생각은 한국인들이 대부분이겠지라는 생각이였는데 아니였다. 게다가 영국인들 뿐만아니라 세계각지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좋은 모임을 이제껏 미루고있었다니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전부 기억 할 수는 없지만 몇몇 특별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한명은 클로이라는 여성분이였는데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나 했다. 처음 그룹에 끼었을 때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카톡 아이디를 교환했는데 친구 추가를 하려고 아이디를 적어넣으니 이미 친구인게 아닌가. 나랑 클로이는 당황해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이게 뭔일인가하고 서로를 쳐다봤다. 혹시 대화를 했나 싶어서 대화창을 열어보니 무려 4개월전에 서로 카톡을 했었다. 4개월전이면 여기온지 고작 한달 되었을 때, 한창 인터넷 사이트로 외국인 친구를 만들 때 였다. 순간 서로 손바닥을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렇다, 이미 클로이와 나는 카톡으로 서로 친구를 먹었었고 몇번의 연락뒤에 서로 줄어들다 까먹어버린 것이다. 무슨 이런 일이 다있나 싶었지만 덕분에 더욱 급속히 친해질 수 있었다.


또 다른 분은 이름을 까먹어버려서 잘 기억은 안나는데.. (이름이 너무 어려웠다.) 무술에 엄청 광팬인 여성분이였다. 그녀는 뭐 태권도 부터 시작해서 합기도 영춘권 등 온갖 무술은 다해봤다고 한다. 얘기를 하다가 그자리에서 시범으로 무술을 보여줄 정도였다. 태권도는 돌려차기에 겨루기에 시합까지 나간적이 있고 프랑스에서 집시들이 쫒아오자 팔목을 그대로 꺾어 넘겨버리기도 했다고.. 이런 무술에대한 열망처럼 매우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였다. 이분과 정말 오랜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솔직히 대부분 듣기만함 약간 술주정 같긴했지만) 주된 이야기는 독립심이였다. 자기 동생이 너무 오냐오냐 큰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동생의 교육 그리고 자신의 인생관 등 좀 무거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해서 들으며 맞장구도 치고 내 의견과 비교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녀가 한 말중에 특히 이 말이 기억에 남았다.


"난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그들이 자신에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기싫다. 그건 죽는 것보다 슬픈일이다."  


듣다보니 너무 공감되지만 가슴이 찔리는 이야기였다. 과연 나는 가족이 실망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는가, 떳떳한가. 그녀와의 대화는 나에게 무거운 과제를 남기고 끝이났지만 즐거웠다.


다른 사람은 알랙스라는 친구였는데 이 친구는 정말 대단했다. 중국계 영국인이였는데 런던에서 나고자라 그냥 영국인이다. 이런 그가 한국에서 2년 가량 살았는데 신기한건 그가 한국에 간 계기다. 알랙스가 한국에 가기전에 그는 그의 여자친구와 세계 여러국가를 돌면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중국이랑 일본 등 여러 아시아 국가를 돌았는데 그러다가 눈에 띈게 한국이였다. 한국에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심지어 한국이란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냥 무작정 한국으로 향했다. 정말 대단했다. 이래저래 한국 초등학교에대한 그의 이야기중에 웃겼던 일화도 많았다. 초등학교 끝나고 다른 학교에서 싸우러 찾아와서 운동장에서 치고박고 싸웠다던가 (영화인줄) 초등학교도 학생 수준이 달라서 가르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던가. 그 뿐만아니라 나랑 공통점도 꽤 많았다. 부산에 개금에서 살았던것과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다는 점. 뭐 같은 지역에서 살았던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외국인이 한국에와서 국토종주를 한건 좀 의외였다. 게다가 그 때는 자전거 종주길이 만들어지기도 전 이였다. 이마트에서 싸구려 자전거 하나사서 친구랑 3박4일동안 그 거친길을 헤쳐 완주했다는게 대단했다.


이렇듯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며 끝이 나나 싶었는데 클럽을 가자고 꼬드겼다. 타이 스퀘어라는 아시안 클럽이라고 아시아인들이 많은 곳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가고싶진 않았지만... 나도 남자인지라.. 여자들이 클럽가자고 꼬드기는데 안 갈 수가 있겠는가. 클럽을 좋아하진 않지만 구경삼아 가기에는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가기로 했다.


클럽에는 역시나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동남아인들로 가득했다. 간혹가다 서구쪽 사람들도 있었지만 진짜 드물었다. 아무튼 아시아클럽이다보니 익숙한 음악들이였고 한국음악들도 간혹가다 나왔다. 아무튼 클럽에서 신나게 노는 법을 몰라서 그냥 구경하면서 가끔 춤을 추다가(이게 춤인지.. 그냥 들썩이는건지) 애들이 막 이상한 미션같은걸 시키는 통에 별에 별짓을 다했다. 그러다 한명이 누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번호 따려고 시도하고 부끄러워서 못하자 다른 친구가 대신 따와주고... 뭐 신기했다. 여자가 먼저 남자한테 다가가서 번호 따는 모습은 드무니깐. 역시 외국인가. 한참을 놀다가 더이상 지쳐서 못 움직일 때 쯤에야 먼저 가겠다는 말을 하고 클럽에서 도망치듯이 나왔다. 진짜 클럽은 나랑은 안맞는 것 같다. 보는 재미는있었지만 역시 클럽 자체를 즐기지는 못했다.


집에 도착하니 3시가 넘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밝아온 일요일의 아침을 맞이하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일요일이 지나갔다.... 진짜 일요일 내내 잠만자고... 오늘, 월요일이 되어서야 아침에 일어나 밥을 제대로 해먹었다. 휴.. 늙었나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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