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England Dia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 Sep 18. 2016

Season2, Terrible week

끔찍한 한주..

지옥 같은 한주다. 아직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지친다. 난 지금 왜 카페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와 앉아있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똑똑해지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공부와 글쓰기에 영혼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 지금 무작정 패드를 키고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아무말이나 적어내려가는 중이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시간은 3주전으로 아니 약 두달전으로 되돌아가야한다. 거기서부터 지옥은 확정되어있었고 이번주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입을 벌리고 집어삼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7월, 여행을 간다고 많이 헤이해져있을 때였다. 여행간의 간격이 짧아 2-3주 정도 있는 시간동안 막 지냈다. 지각도 하고, 결석도하면서 쉰다는 핑계로 나태하게 지냈다. 그리고 2주간의 홀리데이와 함께 여행이 끝났고 돌아온 나를 기다리고 있는건 기분 나쁜 소식이였다.


잠깐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난 어학연수를 11개월로 왔지만 그 11개월 전부를 한군데 학원에서 보내는 건 아니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현명한 선택이였다만 한 가지 허점이 있었다. 두 학원 수업일이 겹칠 수 도 있다는 점이였다. 다행히 코스를 선택하고 날짜를 맞춰보니 첫번째 학원은 8월 28일에 끝이나고 두번째 학원은 9월 12일에 시작했다. 사이에 2주라는 시간이 있어서 쉴 수도 있고 넉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가지 오산이였던게 8월 28일이 홀리데이를 포함하지 않은 날짜였다. 한마디로 내가 쓴 3주만큼의 시간이 늘어났다. 그래서 정신차려보니 딱 한주가 겹쳤다. 여기서 첫번째 멘붕이왔었다. 한주간의 시간을 버려야하는 것이였다. 물론 못할 것도 없긴 하지만 찜찜한건 여전했다. 하지만 나태해질대로 나태해진 나의 정신은 그냥 안 듣고 말지로 결정을 내렸고 한동안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두번째 멘붕이 찾아왔는데 바로 학원 입학 시험이다. 두번째 학원에서는 일반 영어가아니라 한국 돌아가기 직전에 타이트하게 공부하겠다고 시험영어반을 신청을 했었다. 그런데 시험 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학 시험이 필 수 였다. 처음에는 별 걱정이 없었다. 그냥 대충쳐도 붙는다는 생각이였고,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찾아가서 후다닥 시험치고 나왔었다. 그리고 다음날 날라온 메일 한통은 나를 비관의 극치로 빠져들게 했다.


'시험준비반을 듣기에는 부족한 점수 입니다.'


그때 그 메일을 읽으면서 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의아했을까, 잘 못 읽었다라고 현실을 부정했을까, 아니면 자신에게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안좋은 기억은 잊으려고 하는게 본성이다. 그렇게 잊어버리고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 그 힘든 심정을 아무렇게나 글로 옮겼다. 음악을 들으며 생전 해보지않은 가사를 곱씹으며 공감이란걸 해봤고 술을 즐겨마시지 않음에도 밤마다 맥주와 친구하며 지냈다.


'그럼에도 난 비겁했다.'


결국 흔한 '아몰랑' 이란것 처럼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타협해버렸다. 가족들에게 그런 사실을 알리기도 싫었고, 일기에서 조차 부끄러움에 한탄만 할 뿐, 나의 잘못과 실패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난 비겁하다. 지금에서야 자기 고백식으로 밝히는 이유도 결국 몇번의 시도 끝에 다시 붙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짜피 세상은 결과만을 중요시 여기니깐. 그런 사고방식이 이미 뼛속깊이 베어들어 있었다. 다시치면 어짜피 붙는데 유난 떠는거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재시험의 기회도 정말 악착같이 부딛혀서 얻어낸 결과다. 만일 재시험을 치지 못하고 떨어졌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무튼 어두운 얘기는 여기까지하고, 어찌저찌 시험반은 확정이났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대망의 3번째 멘붕이 뒤통수를 가격했다. 바로 출.석.율.. 내가 진짜 이걸로 뒤통수를 맞을거라곤 상상도 못했기에 더욱 충격이였다. 내가다니던 학원은 출석율 80퍼센트 이상을 채워야 수료증이 나온다. 혹시나하고 쎄한 마음에 확인을 해본 결과 79%... 지금부터 한번이라도 빠지면 수료증이 안나오는 상황이였다. 솔직히 마지막주는 그냥 대충대충 나가고 오후에있는 다른 학원 수업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불가능하게되었다. 그래서 지옥같은 한주가 시작되었다.


하루 일정을 말하자면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수업을 들으러 간다. 학원 정규수업은 12시 까지 진행되는데 12시15분 부터 있는 쓰기수업은 어쩔수 없이 포기 할 수 밖에없다. 다른 학원 수업이 12시15분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정규수업도 12시까지 풀로 듣지 못한다. 학원사이의 거리가 20분가량 걸리는 정도라 진짜 사정해서 11시45분에 나갈 수 있었다. 나오자마자 학원으로 달려 도착하면 딱 수업시간이고, 그 때부터 다시 4시까지 쉴틈없이 수업이 진행된다. 한마디로 4시까지 아무것도 못먹고 공부만해야하는 것이다. 딱 개강한 기분이였다. 아침마다 카톡을 확인하면 친구들이 개강의 스트레스로 불만을 토로하는데 내가 이제 그래야할 판국이다. 물론 딱 1주일이지만.. 힘든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끝나고도 끝이난게 아니다. 시험준비반이다보니 과제가 엄청나다. 그리고 스스로 2시간씩은 공부에 할애해야겠다는 다짐도 있어서 끝나자마자 집에와서 밥을 해먹고 카페로 달려와 과제를한다. 그리고 끝이나면 틈틈히 글 쓰는 연습도하고 말이다. 스파르타다.


에구 겨우겨우 일기도 마무리지었다. 힘들다고 투정부리긴 했지만 즐겁다. 왠지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썻던 글이 생각이 났다. '하고싶은 것이란' 한창 열정에 불타올라 썻던 글인데 그게 벌써 거의 1년전일이다. 지금 브런치를 되돌아보며 회상하면 진짜 꾸준히 잘 달려온 것 같다. 틈틈히 헤이해진적도 있었지만 뿌듯하고 동기부여도 되어서 런던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한 기분이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매거진의 이전글 Season2, British Librar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