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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Sep 11. 2016

Season2, British Library

도서관이야 갤러리야

요즘 공부를 너무 안했다. 학원도 대강대강 다니고, 매일 하던 복습도 마지막으로 한게 언젠지 기억도 않난다. 물론 거의 매일 카페에 들려 공부하는 척을 하긴 했으나 공부보다는 글 쓰기에 더 집중했기에 공부를 했다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아무튼 학원도 이제 끝날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새로옮기는 학원에서는 시험 영어 공부를 해야하니 공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한국돌아가기 전까지 영어공부에만 묻혀있어야하니 조금 더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애써 떨쳐냈다. 공부는 언제나 꾸준히 해야하는 법이다. 그래서 요새 학원이 끝나면 학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장소로 향했다. 카페 같은 익숙한 곳이 아닌 무려 도서관이다.


나는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고요함이 주는 압박감이 스트레스를 준다. 조용히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괜시리 기침을 하게 만들고 없던 비염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해낸다. 나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땀은 물론이고 없던 생리현상이 랜덤으로 발생한다. 대처 불가능 할정도로 마구잡이로 발생해서 언제나 도서관에 있을 땐 주변 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도서관은 별로다.


킹스크로스 역 근처에 British Library라고 엄청 큰 도서관이 있다. 대도서관이라고 불릴법한 정도다. 이제껏 그 앞을 버스로 지나치면서 항상 한번쯤은 가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한번도 가지 않았었다. 도서관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 예전에 누군가에게 도서관안에 가방을 들고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가방 들고들어가려면 돈내고 캐비넷을 빌려야한다나 뭐라나. 이런핑계 저런핑계를 대며 도서관을 기피하다가 얼마전에 친구가

British Library 가 공부하기 엄청 좋다고 같이 공부하러가자고 하는 바람에 가게되었다. 물론 가기전에 몇번이고 거절했다. 도서관 처럼 꽉막힌 곳은 안좋아하니깐 안되겠다고, 조용해야하는거에 강박감 같은게 있어서 안맞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거절을 하는 나를 정말 이상하게 보는 것이 아닌가. 그 친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듯한 표정이였다. 혹시 내가 잘 못 말했나 싶어서 문장을 꼼꼼히 되돌아봤지만 이해못할 부분은 없었다.

살짝의 실랑이 끝에 친구가 이해했는 듯 나를 무작정 끌고 갔다. 나보고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내말을 이해하고 그런건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 마침내 도서관 입구에 도착했다. 도서관 입구에는 두명의 가드가 출입하는 사람들의 가방을 검사하고 있었다. 뭘 검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괜시리 떨렸다. 가방을 활짝 열고 안에 불빛을 비추며 꼼꼼히 검사를 받고 안으로 들여보내졌다. 내부는 외부처럼 엄청 웅장했다. 도서관이 웅장하다라고 하니 좀 이상하지만 박물관에 들어온 느낌이였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전시회를 열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들어가자마자 한쪽에는 Punk 전시장이 있었다. 1970년대에 유행했던 펑크 패션과 음악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쉐익스피어의 300주년을 기념하여 쉐익스피어 전시회도 있었다. 이런 부분만 봤을 땐 도서관이 아니라 그냥 박물관이였다. 이런 분위기의 도서관은 처음 봤다. 한국에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대형 도서관을 가본적이 없다.) 새로웠다.

그라운드의 홀을 지나 1층으로 올라가면 카페와 식당이 있었다. 카페와 식당이라니? 1층 전체가 공개된 책상과 테이블로 가득했고 누군가는 음식을 주문해서 먹거나 다른 이는 책과 펴고 노트북을 켜고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고있었다. 마치 거대한 카페를 보는 듯 했다. 아니 카페라기보단 대학교 학생회관 같은 느낌이다. 그럼 도대체 도서관은 어디있는건가? 의문이 들었다. 도서관은 중앙에 테라스를 각 분야별로 넓게 둘러싸고있었다. ㅁ자 형태의 공간이다. 아무튼 각 분야별로 나뉘어진 도서관은 철저히 방음이 되어있었고 그 덕에 밖에서는 웅성거리며 이야기를 하거나 음식을 먹거나 할 수 있었다.


British Library은 대부분 자리가 가득차있다. 식당 앞의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밥만 먹고 일어나거나 하는 경우에나 겨우 자리를 잡을 정도다. 뭐 그렇다고 아예 자리를 못잡을 정도로 가득 차있다는 건 아니고 어디든 자리는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명당은 언제나 만석이다. 둥근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책을 꺼내어 공부 할 준비를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켜놓는건 일반적이고 영국인과 동양사람이 앉아서 과외 비슷한 형식의 영어 수업을 하거나, 인터뷰를 하거나, 우연히 같은 자리에 앉게 된 사람과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던가.. 뭐랄까 그냥 보기만해도 런던의 생활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런 분위기는 좋아한다. 살짝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스타벅스에 이어서  British Library 팬이 될 것 같았다. 거리도 가깝고 점심 먹고 딱 이곳으로 오면 거리상으로도 완벽하다. 스타벅스처럼 주기적으로 올지는 미지수지만 시험공부를 시작하면 꽤 자주 들릴 것 같다.


그럼 오늘은 여기 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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