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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Jan 05. 2016

#23 브런치란?

아침 점심의 줄인말 '아점'

브런치란 아침과 점심의 병용식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간단히 '아점'으로 부르고 있다. 아침점심의 줄임말인데, 줄임말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만든다. 나도 요새 겨울방학이라 모든 식사를 브런치로 떼우고 있다. 아침에 학교갈 필요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기상시간이 늦어졌다. 일어나고 나면 점심 때라 돈을 아끼기 위해서 그냥 점심 때 간단히 해결함으로써 아침과 점심을 둘다 해결해버린다. 얼마나 경제적인가. 하지만 브런치란게 단순히 아침을 먹기 애매해서 점심을 아침겸 먹는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브런치라는 의미가 지인과 갖는 소박한 사교의 장으로 해석된다. 나 처럼 혼자 집에 덩그라니 남겨져있을 때, 밖에서는 점심시간이 아니고 썰렁한 공기를 풍길 때, 그럴때 홀로 남은 사람을 반겨주는 것이 브런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밥먹는데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물론 여자와 단둘이 먹는 밥은 다르겠지만 평범한 식사에서는 단지 영양분 보충의 의미만을 가질 뿐이다. 게다가 브런치는 왠지 있어보이는 글자라 비싸보이고, 된장남처럼 보여 꺼려지기도 했다.

한적한 식당에서 지인과 함께 식사. 행복의 하나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전 까지는 브런치에 대한 단어에 부정적이였다. 그냥 아점으로 하면 되지 굳이 영어까지 끌고와서 있어보이고 싶은가. 계피향과 시나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어보이는 말만 쓰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또 생겨나지 않을까 싶어 한심하기도 했다. 누가 외국에서 가지는 브런치의 의미를 의식하며 브런치를 먹겠는가. 있어보이니 쓰는 것 뿐이다. 다만 그 의미를 알고 브런치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면 그만큼 삶에 소소한 행복을 주는 단어는 잘 없다. 아무 약속도 없는 주말, 느지막하게 일어난 오전 11시, 휴대폰을 뒤적거려 가볍게 지인과 브런치를 가지면 하루가 행복으로 가득찬다. 일에 치여사는 평일에는 느낄 수 없는 충실감이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이름은 정말 잘 지은 것같다. 매일 아침, 출근시간, 귀가시간, 잠들기전에 브런치를 켜고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있다. 덕분에 SNS에서 벗어나 유익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앞서 말했다 시피 브런치는 지인과 소소하게 가지는 식사를 의미한다. 작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양식을 서로 공유하기도하고, 독자들에게 나누어주기도한다. 독자 또한 진지한 글에는 진지하게 화답하며 좋은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 등장한지 반년가까이 지났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라는 문구로 등장한 플랫폼은 처음에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말은 그럴 듯 했지만 결국 블로그와 다를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당신의 글을 책으로 발간해준다라고 했을 때, 엄청나게 흥미가 생겼다. 9월부터 쓰기시작해서 연말에 잘 쓴 글을 선정해서 책으로 발간해준다는 내용이였다. 작가의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라 여겨 발벗고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작가도 아니고 일개 취미생활로 글을 쓰는 나 조차 혹하고 브런치를 다운 받았을 정도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내 포기했다. 생각없이 글을 쓸 뿐인 내가 무슨 책이냐 싶었다. 차라리 좀 더 준비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라는 생각으로 보류해두었다.


9월로부터 2달이지나고 11월이 되었을 때,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첫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였다. 작가신청. 브런치는 작가 신청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글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였겠지만 뭔가 커다란 벽이 나를 가로막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작가라는 말이 나를 옥죄어왔다. 내가 작가라고? 중학교 수준의 글을 쓰는 내가 무슨 자격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무작정 신청을 해버렸다. 그땐 아무런 글도 쓴것이 없고, 단지 자기소개만 열심히 적어서 신청을 했었다. 어떻게 보면 순진했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정만 보이면 되겠지라고 안이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역시나 탈락이였다.


그 뒤부터 일단 글을 썻다. 평소에 친구와 나누던 주제에 관한 나의 생각, 남들 앞에서 말하지 못했던 나의 생각들 글 저장소에 목록이 하나 하나 늘어갈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아직 작가도 아니지만 뭔가 하고 있다는 충실감. 하지만 그럼에도 2번째도 떨어졌다. 그 뒤 엄청난 상실감이 찾아왔다. 뭐가 부족한 것인가. 그 뒤부터는 합격한 분들의 수기를 읽어보았다. 찾아보면서도 기업면접도 아닌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찾아보면 찾아 볼 수록 너무 간단히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오랫동안 글을 써오신분들이고, 전문 작가, 기자인 분들도 있었다. 그 분들에 비하면 나는 정말 우물안의 개구리였다. 3번째 시도는 반 자포자기였다. 그때 정확히 내가 자기소개에 뭐라고 적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앞서 보낸 두번의 자기소개와는 좀 달랐다. 나도 모르게 절박한 내 심정을 써내려갔고, 그냥 무작정 신청 버튼을 눌렸다. 그리고 1시간도 채 되지않아서 답장 메일이 날라왔다. 합격이였다.

쓰는게 즐겁다

그 뒤부터 지금까지 작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아직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지만 왠지모를 뿌듯함과, 직업의식 같은 것이 생겼다. 이 점이 브런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른 플랫폼과는 확연히 다른점 중 하나이다. 플랫폼에 글을 올리는 서비스중 가장 유명한 것은 네이버 블로그이다. 브런치와는 경쟁회사의 플랫폼이기도 하기에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나도 예전 사진 찍기에 한창 맛들렸을 때 블로그를 잠시 했었던 적이 있었다. 자기만족에 불과했지만 속마음에서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가끔 파워블로거가 되는 법들을 찾아보았다. 조회수 올리는 방법부터, 저품질 탈출법 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찾아보면서 느낀점은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되? 라는 생각이였다. 일종의 홍보인데, 글의 질이 아니라 조회수를 올리는 방법을 이용해 사람들 눈에 띄게한다니 거부감이 들었다. 게다가 리뷰형식의 블로그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글을 쓰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았다. 일단 유명해지는게 먼저였다. 게다가 누가 검색창에다가 소심한 매력이란? 이런 주제를 검색하겠는가.

처음 내 글이 메인에 떳을 때 뭐랄까 희열감같은게 느껴졌다. 누군가 읽어주는게 기쁘구나. 관심병인가?

그러나 브런치는 좀 다르다. 글이 중점이기 때문에 브런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부 글을 읽기 위해 들어온다. 공감가는 글을 찾기도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글에 비평을 남기기도하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들도 서로의 글을 읽으며 배울점, 고칠점 등 서로 상부상조하는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에 글을 쓰면서 현직 기자, 강사, 그리고 작가 준비생들의 글을 보며 글을 조금씩 수정해 나갔다. 그리고 글 쓰기에 대한 팁을 올려주시는 분도 있어 구독하여 계속 참고하는 중이다.  


매거진이란 제도도 따지고보면 그냥 단순 일반 블로그와 같이 카테고리를 나눈 것일 뿐이다. 전혀 특별한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구성을 엄청 매력적으로 만들어두었다. 글을 하나하나 채워나갈 수록 뭔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느껴진다고 해아할까. 뭐랄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성이 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는 아직 떨어진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네이버 블로그가 훨씬 글이나 사진등을 편집해서 올리기 편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이어리에 사진을 오려 붙이고, 스티커를 사서 꾸미고, 글을 채워나가는 과정이 왠지 모르게 브런치에서는 느껴진다. 알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풍겨져나온다. 아직 베타 서비스라 어설픈 점이 그렇게 다가온건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좋은 플랫폼이다. 어설프게 썻지만 내가 UI에 조예가 깊 것도 아니고 느낀점을 써봤자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다른 사람은 부족한 기능에 답답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이상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좋은 플랫폼을 만들어준 브런치 팀에 감사를 표하며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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