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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Jan 12. 2016

#25 첫 비행기의 추억이란?

처음으로 혼자 타보는 비행기

공항에는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양한 사람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냐만 국적, 지역, 연령, 직업 등 수 가장 많은 종류의 가치관이 섞인 장소다. 비행기가 현존하는 교통수단중 가장 빠르고, 가장 멀리 이동 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항은 문화의 다양화가 극대화 되어있는 곳이다. 마치 조그마한 지구촌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번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2~3번 정도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다. 다만 그 때는 부모님과 함께, 학교라는 거대한 단체와 함께 했기 때문에 혼자서 비행기를 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시하던데로만 하면 비행기 타고 내리던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혼자 예약, 티켓팅, 탑승 까지 하다보니 마음속에는 어느덧 긴장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대학생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어리버리하지 않게 보이기 위해 노력을 엄청했다. 태연한척, 자연스러운 자주와서 시큰둥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걸음거리를 차분히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는 것은 기본, 조금씩 천천히 공항구조를 익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숙함은 티가 났나보다. 우리나라 승무원들의 특유의 서비스 정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약 창구를 찾아 헤매던 나에게 다가오더니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입밖으로 도와달라고, 어떤창구를 찾고있었는지 말한마디 없었음에도 내가 필요한 곳으로 안내해주었다. 그 때 사실 조금 소름이 돋았다. 물론 나같은 승객이 많았을테니 익숙해져서 그랬겠지만 놀라운 것은 놀라운 것이였다. 무심코 대한미국 만세라고 외칠 뻔했다. 우리나라가 괜히 승무원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봉이라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였다. 그 뒷면에는 그에 따른 눈물어린 직원들의 고충이 있겠지만 말이다.

너무 넓어....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보는건 처음이 아니다. 어렸던, 지도자가 있던, 그 상황을 체감하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에 이륙할 때의 그 묘한 감각은 아직 또렷이 기억한다. 그래서 탑승하면서 별반 다를 것 없겠구나, 그렇게 단정 지었다. 창가에 자리를 잡았었는데, 중학교 때 첫 비행기를 탈 때와 비슷했다. 날개 쪽 창가, 중학교 첫 수학여행 때 제주도로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자리도 날개쪽 창가 였다. 자리 예약할 때 그냥 창가가 좋아서 위치는 생각도 않고 예약했는데 알고보니 날개 바로 옆 창가 였다. 추운 겨울이였음에도 왠지모를 푹신함이 향수와 함께 모락모락 피워 올랐다. 멍하니 턱을 괴고 눈을 감고 음악을 듣는데 승무원이 어깨를 흔들며 조심히 휴대폰 전원을 꺼달라고 경고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비행기가 이제 막 출발 하려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 휴대폰 전원을 끄고 비행기가 달리는 모습을 봤다. 사실 본다기보다는 느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비행기의 창문은 엄청 작은 타원형으로 되어있다. 겨우 바깥풍경이 보이는 정도다. 그래서 그냥 의자에 몸을 기댄 체, 달리는 속도와 울퉁불퉁거리는 활주로 그리고 엔진음만으로 비행기의 달리는 모습을 머릿속에서 그렸다.

날개 옆은 비행기를 탔다는 기분이 좀 더 선명하게 든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멍멍함과 함께 잊혀진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오랜만의 이륙의 느낌이라 새로웠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였다. 머리가 조금 커서 그랬을까? 어릴 때는 안보이던, 놓쳤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비행기 날개의 미세한 움직임, 신체의 변화, 놀이기구가 떨어지기전 느껴지는 그 짜릿함, 작아져만가는 땅위 풍경, 이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비행기를 탔다는 것에만 의의를 두던 어릴 때와는 달리 그 장소에서의 풍경, 분위기, 느낌들에 더 집중했다. 그러나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는지, 느낌이 너무 편했는지 잠에 골아 떨어져버렸다. 일단 탈 것에 타고나면 잠이 미칠듯이 몰려와 잠이들고 마는 나의 특유의 고질병이 발병하는 순간이였다. 이 때문에 기차여행이나, 가족끼리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가면 중간 기억이 거의 없다. 출발과 도착 사이의 과정이 꿈으로 가득차있다. 혹은 그냥 어두 컴컴한 공백이거나.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 여기는 내 성격 때문인지 이제껏 지나가는 풍경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지금은 주변의 소소한 것을 다시 돌아보려고 시도하는 중이라 그렇지 않지만, 어릴 때는 집옆에 나들이 나가는 것과 강원도로 여행을 가는 것의 차이를 느끼지 못 할 정도였다.

구름 아래의 풍경을 보면 잠이온....

그래서 요즘은 의식적으로 주변을 차분히 둘러보는 것에 시간을 쏟고있다. 다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잠에 골아 떨어졌다. 불가항력이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였다. 구름위를 두둥실 떠가는 요람같은 기분, 가볍게 공기에 의해 흔들리는 선체, 방향전환에 따른 관성의 아늑함. 비행기가 아니라 에어침대였다. 비지니스석에 타면 살림도 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에 우연찮게 비지니스석에 탄 사람의 후기를 본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꿈의 장소, 이상적인 독립공간이였다. 난 사실 정체되어있는 공간보다 어느정도 유동이 허가되어진 공간을 좋아한다. 카페같이 소란속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이 확보되어있는 그런 곳. 비행기 엔진음이 백색소음을 대신해주며, 기압차이에의한 멍멍함이 남들과의 거리를 넓혀준다. 물론 가끔 아플 때도 있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타인에게 전달될일은 극히 적다. 바로옆에 있음에도 말이다. 나중에 직업을 가지게되고 이동할 일이 생기면 비행기를 애용 할 것 같다.

비지니스석은 와인도 준다던데 타보고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위해 다시 온 공항, 이번에는 스스로 당당히 해내보이겠다는 일염으로 버스에서 내렸다....만 내려보니 눈앞에 보이는 간판이 '국제선'이다.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공항이라는 소리에 놀라 급하게 내린 탓이다. 국내선과 국제선간의 거리도 어지간히 멀다. 버스로 2정거장 정도 된다. 걸어가기에는 너무 춥고, 배고프고 시간 여유도 적어서 다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내돈.... 서울에서 눈 뜨고도 코베어간다는데 눔감고 꿈까지 꿔버렸으니 생돈 나가는건 예삿일도 아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국내선에 도착하자, 갑자기 문자가 한통 날라왔다. '지연' 5:30 비행기가 6:00로 지연되었다는 공지였다. 순간 턱하니 힘이 풀렸다. 이번 서울 나들이는 나들이가 아니라 병원방문이 목적이였기 때문에 서울을 둘러볼 시간도 없이 병원 옆 연세대만 잠시 둘러보고 공항으로 바로 돌아왔어야 했다. 시간도 1시간 반 남짓 남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는데 30분 지연이면 조금더 둘러볼 것을 그랬다. 그래도 이건 이것 나름데로 좋은 기회였다. 아침보다 공항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늘고 이제 찾아 헤맨다고 시간을 소비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항에 자리를 잡고 감상에 빠져들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가는 또 나를 불쌍히 여긴 직원들이 도와주러 올테니 눈만 굴리기로 했다.


한국에 여행온 외국인, 무거운짐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 특히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나도 자전거가 취미였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박스에 포장되어있는 상태였음에도 특유의 자전거 브랜드 글자가 싫어도 눈치 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늦은 저녁에 제주도 여행가는 가족들,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며 발맞추어 또각또각 걷는 미소를 잊지않는 승무원들, '역시 승무원은 아름답구나. 연애하고싶다.' 라는 덧 없는 생각과 함께 잠시 멍하니 쳐다보았다. 하지만 역시 만들어진 매력이다. 그 매력을 만드면서 겪은 고통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일 밖에서 그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아니 거의 통달 했다. 스트레스가 돌고 돌아 나한테 까지 왔기 때문에말이다.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은 억눌러왔던 감정을 가까운 사람에게 분출한다. 이해를 기대하고 그게 지속되면 부처라고 할지라도 불경을 다시금 고쳐쓰게 만들지도 모른다.

넓고 사람 많고 다양하고 시끄럽고

비행기 안에서도 사람들은 제각각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간이 테이블을 내리고 조용히 글을 쓰는데 저녁이라 그런지 기내안이 조용하다. 카트를 끌고 다니며 음료를 권하는 승무원의 사근사근한 목소리, 신문 넘기는 소리, 잠이 들어 새근거리는 소리, 가벼운 대화 소리, 글을 쓸 때마다 들려오는 사각거림 그리고 모든 소리를 덮는 엔진음. 5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노트를 채우기에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지만 대충 만족하고 마침표와 함께 짧은 비행여행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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