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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ngland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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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Mar 20. 2016

#8 Big Ben Preview!

사우디아라비아 친구와 함께!

오늘은 영국와서 맞이하는 첫 주말이다. 물론 런던에 도착한날이 일요일이였으니 정확히말하면 2번째지만 시시콜콜 이런거 따지지말자. 여튼 주말 나도모르게 불안한 마음에 새벽5시에 일어나버렸다. 꽤 오래잔것같은데 아직 5시라니 마음을 놓고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아 그러고보니 한가지 이상한점이 있었는데 난로를 찜질방이되도 끄지않던 인간들이 왠지모르겠는데 갑자기 어젠가 그저께부터 새벽에 끄기시작했다. 그래서 한번도 이불밑으로 들어간적없었는데 생존본능인지 일어나보니 이불속이였다. 뭐 그래도 얼어죽을정도는 아니고 평범한 쌀랑함이라 그냥 넘겼지만 만약 끄는타이밍이 더 빨라진다면 문제가생긴다. 여튼 6시에 알람이울리자 일어나 씻으려하는데 생각해보니 주말이다. 주말은 곧 노는날이니 이렇게 일찍일어나 굳이 에너지소모할필요가 없다. 주말임을 깨닫고는 다시 이불밑으로기어들어가 잠을 청했는데 생활리듬이 벌써 고정되어서그런지 9시가되기전에 스스로일어나졌다. 하긴 기왕 런던왔는데 주말에 더 의미있게 보내야겠다 싶어 할일을 정리하기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어제 헛발걸음한 집이 생각나고 또다시 한참을 집을 찾다 12시가되어서야 대충 뷰잉약속 메일을 보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일단 빨래가 먼저였다. 여기오고나서 제대로 샤워를 못해서 속옷은 얼마없었는데 양말은 한가득이였다. 그래서 샤워하면서 빨래도 같이할생각으로 다싸메고 들어가서 샤워와 빨래를 병행했다. 여기가 그래도 괜찮았던점은 따뜻한물은 잘나왔다는점이다. 한참을 빨래하고 씻다가, 누가 오기전에 겨우 마무리하고 나왔다.


이제 대충 할일도 다끝냈고 뭐할까 고민하는데 생각해보니 주말에 런던 돌아다녀야겠다라는 계획이 떠올랐다. 그래서 당장 검색해서 런던의 유명 관광명소를 찾아봤다. 블로그를 살펴보니 몇몇 멋진 풍경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영국 국회의사당이 눈에 띄었는데 왜냐하면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빅밴이라고 엄청 큰 시계탑이 있었다 그리고 그뒤로 강건너에 런던아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관람차가 있었다. 그래서 지도로 검색해보니 우연히도 내가 거주하고있는 기숙사근처에 있는 튜브와 같은 라인에 있었다. 그냥 튜브타고 잠시 눈감았다 뜨면 빅밴이라는 말이다. Westminster 역인데 불과 7정거장 정도 떨어져있는 위치다. 어쨋든 딱 좋다싶어서 짐을 챙기고 카메라를 목에메고 방을 나서는데 바로 옆방에 살고있는 어제만난 사우디아라비아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사실 그 친구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몸짓에 간혹 영어단어가 섞이는 정돈데 그것도 발음이 아랍어랑 섞여서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문을 잠그며 이야기를 하는데 대충 들어보니 어디가면 같이가자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혼자가려고했다. 왜냐하면 혼자다녀야 가고싶은 곳을 마음껏다니고 걸어다니고 사색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였다. 친한 한국인 친구랑 다녀도 친구 신경쓴다고 이래저래 힘든데 말도 잘 안통하는 그것도 어제만난 사람이랑 관광을 가려니 머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차마 거절할 수도 없고 그리고 이때 아니면 언제 사우디아라비아사람이랑 관광다녀보겠나싶어서 수락했다. 뭐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깐 말이다. 다음에 다시가도 되는거고 굳이 피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 친구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여기서 잠깐 그 아랍친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19살이며 이름은 아지스 마치 이집트 신화에서나 들어볼법한 이름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이름도 들을 때마다 까먹다가 나중에 나가서 확실히 기억하게 되는데 그 이유도 흥미로우니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중동답게 19살인데 영어를 배우러 영국에 왔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말했다 시피 영어실력이 거의 갓난아기 수준이다. 같은 기숙사니 물론 같은 학원을 다니는데 거기서 제일 기초반을 듣고있는 중이다. 그리고 런던온지 2달정도 됬고 앞으로 2달뒤에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간다고 한다. 솔직히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아는건 이정도 뿐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굳이 설명한 이유는 앞으로 빅밴 관광이야기에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등장인물 설명은 기본아니겠는가?


집을 나선뒤 아지르는 나보다 오래 살았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인지 잘보이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장서서 튜브역까지 길을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물론 친절이겠지만 뭔가 무시하는 듯한 기분이들기도했다. 벌써 5일동안 학원을 왔다갔다했는데 내가 길을 모를거라고 생각한건가. 그냥 오지랖이 조금 넓은것 같기도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지르는 집에서 나오고나서부터 빅밴까지 아예 가이드를 해줄 심산이였는듯 했다. 계속 자기 폰에서 튜브맵을 켜서 여기가 야경이 좋고 어디가 놀기 좋다는 등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그 모습이 그래도 보기 좋아서 웃으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이야기라기보단 거의 몸짓이였지만. 2달먼저 런던에서 생활한덕분인지 왠만한 관광지는 다 가보았는듯 했다. 그래서 빅밴에 도착했을 때 따로 휴대폰을 꺼내서 지도를 확인할 필요 없이 아지르를 따라다니며 관광에만 힘쓸 수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서 찍다가 가끔 부모님께 사진을 보내려고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데 아지르가 다가와서는 자기가 찍어주겠다며 손짓으로 경치를 가르키며 서봐라고 한다. 솔직히 아직 경계심이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뭐 설마 나보다 부자인애가 3년된 고장나기 직전인 폰을 훔치겠어라는 생각에 흔쾌히 부탁했다. 그런데.. 경계심이고 뭐고 일단 문제는 아지르가 사진찍는데 완전 잼병이였다. 무슨 사진을 이렇게 막찍는 사람은 처음봤다. 초점도 하나도 안잡혀있고 뒤에 배경은 보이지도 않게 찍고... 더 기가막힌건 찍은 사진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한말이였는데 짧고 강렬했다. 엘레강트, 판타스틱. 단 두단어로 화날뻔한건 처음이였다. 그래도 웃음 꽃 가득한 그의 모습이 처음봤을 때 찌들어있던 표정보다는 조금은 더 행복해보여서 마음이 풀렸다. 그 뒤 부터는 그냥 못찍든 말든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좋은 프로필 사진 한장 건지면 좋겠지만 그게 뭐가 대수이겠는가. 이런 타국에서 다른나라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빅밴 주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이 관광객들이였는데 유명관광지 답게 길거리 연주나 노래, 그리고 남미사람들 처럼 보이는 곡예단들의 아크로바틱 등 온갖 볼거리가 존재했다. 그 중 제일 기억에 남았던건 빅밴이 있는곳에서 런던아이가 있는 곳으로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위에서 통기타를 연주하던 사람이였다. 뭐랄까 아쿠스틱감성이 넘치는 곡이였었다. 다리를 건너는 내내 영국의 습한 바람에 실려오는 음률에 기분이 좋아져 나도모르게 흥얼거렸다. 아마 아지르는 옆에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을까?


다리에서 들은 기타연주가 첫번째 즐거움이였다면 두번째는 점심식사도중에 일어났다. 아지스는 중동사람답게 통이 엄청났는데 나에게 무려 맥도날드에서 햄버거세트를 하나 사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햄버거 세트는 비싸긴하지만 영국에 비할 바 못된다. 무슨 그냐야 치킨너겟하나 들어있는 버거가 5파운드, 8500원이나 한다. 관광지여서 그런 걸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그래서 사실 처음에 아지스가 맥도날드에서 밥먹자고 할때 솔직한 심정으로 거절하고 싶었다. 고작 햄버거세트하나에 10000원 가까이되는 돈을 쓰는건 아까웠기 때문이다. 영국 현지음식도아니고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맥도날드따위를 먹는데 말이다. 하지만 계속 잡아 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서 주문할 때 돈을 꺼내려는데 필요없다면서 자신이 계산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말 기뻣지만 한편으로는 부담이 됬다.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얻어먹는게 예의도 아닌것 같았고 그래서 돈을 내겠다고 했지만 자신이랑 영어로 대화해주는 것으로 됬다고한다. 뭐 내멋대로 해석한 것일 수도 있지만 대충 말을 이어붙여 해석하면 그런의미였다. 그래서 두번째 즐거움이 햄버거세트 얻어먹는 거냐고? 그건 아니다. 단지 햄버거세트는 그 즐거움의 전초언이였다고 할 수 있다.


햄버거 세트를 들고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안에 자리가 다차버렸기 때문에 결국 밖에 나와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밖에는 테이블이 있었는데 이미 만석이였다. 그런데 때마침 우리가 지나치던 테이블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길래 이게왠 횡재인가 싶어 바로 양해를 구하고 앉았다. 자리에 앉아 신나게 햄버거를 먹는데 갑자기 어떤 노부인이 양해를 구하시며 합석해도 되겠냐고 물으셨다. 물론 당연히 괜찮다고 했고 그 때부터 그분과 대화의 꽃을 피웠다.


한가지 안타까운건 경황이 없어서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후회가된다. 노부인은 영국 북쪽에 살고 계시는 분이였는데 오늘 하루 당일치기로 런던에 살고 있는 아들부부를 만나러 왔다고 한다. 손자들 이야기를 하시는데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도 같이 즐거워졌다. 그리고 나서 우리 얘기를 하는데 아지르는 영어가 약한관계로 대부분 내가 아지르 몫까지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러 왔다고하자 자신이 영국에서 태어난게 행운이라고 하신다. 젋을 때 유럽을 여행다닐때 다른나라 언어를 할 필요가 없는게 너무 좋다고한다. 대충 길가다 몇명만 붙잡아봐도 대부분 기본영어는 할줄 아니 다른나라 언어는 배울 필요가 없을테니말이다. 그러다 점점 이야기범위가 넓어져서 외국에 혼자왔는데 아직 적응하기 힘들다 부터 시작해서 혼자인게 영어 배우기 좋다고 격려해주시기도하고, 유럽여행 다닐 때의 이야기도 해주셨다. 파리에 자기 여동생이 사는데 그녀 덕분에 불어를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자리에서 불어를 뽐내시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멋져보였다. 그리고 미국 보스턴에도 친척이 있어서 미국 여행 갈 때도 좋았다고 한다. 이런점을 보면 정말 외국에 지인이 사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의 가족이 안에서 쇼핑을 마쳤는지 건물안에서 나왔다. 그러자 그녀가 저 사람이 내 '딸'이라고 외국에서는 아들의 아내도 딸이라고 불렀다. (물론 뒤에 in law라고 붙이지만) 딸이라고 불린 여자 옆에는 남자아이가 두명있었는데 똘망똘망한게 귀여웠다. 뭐 그렇게 그자리에서 그녀와 그의 남편과 인사를했다. 악수를 하는데 혹시 일본인이냐고 묻길래 웃으며 한국인이라고 대답해드렸다. 역시 아직은 한국보다 일본이 영국에선 더 유명한 것 같다. 일본식 음식집도 많고 아직은 한국은 널리알려지지는 않은 것으르 조금은 실감했다. 하긴 박지성 정도 아니면 영국에서 유명한 한국인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노부인의 가족이 돌아와서 마침 우리도 다 먹었겠다 자리를 비켜드렸다. 오늘 돌아간다고 하셨는데 부디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다음에 영국인이랑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꼭 이름부터 확실히 물어봐야겠다. 내이름만 말하고 상대방이름을 안물어보다니 이런 무례가... 그래도 그런걸 다 떠나서 정말 즐거웠다. 뭔가 이제서야 영국에 온것같고 이제껏 배워온 영어를 써본듯한 기분이다. 이제껏 투자한 시간이 헛되지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가 되었다.


이제 슬슬 해도지고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빅밴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아지스가 옆에서 계속 찬양을한다. Your English is so good!을 연발하며 엄지를 치켜세우는데 사실 노부인이 뭔가 감탄사라던가 묘사하는 부분에서 단어의 부족때문에 조금은 못알아들었다. 그냥 단지 흐름에 따라서 아 칭찬이구나, 뭔가 웃을만한 이야기구나를 판단해서 알아들은척 반응한것이지 전부 알아들은건 아니다. 아는단언데 발음때문에 못알아들은 것 일수도 있겠지만 못알아들은건 못알아들은것이다.  

나야 중급반을 듣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알아 듣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아지스에게는 내가 무슨 원어민처럼 보였나보다.


다시 Westminister 역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아지스가 카메라를 달라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뭐 아지스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고 카메라를 넘겼다. 하지만 카메라를 받더니 자신이 니콘사진기로 사진 잘찍는다며 막 구도를 잡고 하는것이 아닌가. 갑자기 달라보였다. 설마 휴대폰 카메라는 카메라로 쳐주지도 않는건가? 그래서 내심 기대하며 빅밴앞에섰는데 자세도 지시한다. 더욱 기대치가 높아지는 부분이였다. 그런데... 받아든 카메라 속의 나는 초점도 맞지않고 죄다 흐릿하게 보였다. 아니 어떻게 그 어느 한부분에도 초점이 안맞을 수가 있는거지? 디지털카메라답게 그냥 셔터만 눌러도 알아서 초점을 잡아주는데 초점을 놓치다니... 찍기전에 렌즈를 막 돌리며 유난떨때부터 알아봤어야했다.

그렇게 아지스가 찍어준 흐릿한 사진을 마지막으로 빅밴을 떠났다. 사실 야경사진이 그렇게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해써 야경을 보고싶었으나 힘들기도하고 아지스가 중동에서 온것 답게 추위에 엄청 약해보여서 집으로 돌아가기로했다. 집으로 돌아와 내 방에서 앉아 이야기라기보단 일방적으로 내가 떠드는 식으로 대화를 했는데 그나마도 잘 못알아들어서 질문 할 때에는 계속 번역기돌려가며 이야기를 했다. 어학연수와서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되면 안되는데.. 그러나 이것도 소중한 인연이니 참고 이해해줘야지.


길었는지 짧았는지 생각할 틈새도 없이 하루가 끝났다. 글을 쓸 때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것 같은데.. 줄이려고 튜브내에서도 줄곧 썻음에도 한참을 써내려가서 이제서야 글을 끝맺는다. 역시 외국은 외국 아무리 생활 여건이나 환상이 깨져서 실망했다고 해도 문화의 차이는 흥미롭고 아무리 써내려가도 끝이없는 듯 하다.  


5681-5852 사진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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