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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ngland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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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Mar 25. 2016

#13 Fine Today!

이제야 조금 속이 후련하다.

오늘은 대부분의 걱정거리들이 해결된 날 이다. 내가 가지고있던 걱정거리는 엄청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골치거리였던게 집 구하는 것과 학원 수업이 문제였다. 집은 당연히 영국이든 한국이든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하고 수업은 애써 돈주고 한국을 떠나 영국 까지 생고생하러 왔기 때문에 학원에서 얼마나 뽑아 먹느냐가 엄청 중요했다. 그래서 제일 신경쓰였던게 지금 내가 있는 반이 나에게 맞는 수준인가였다. 1주가 지나고 2주째 시험주를 맞이해보니 대충 반의 레벨이 파악이 되었다. 이게 처음와서 내가 긴장해서 그런거지 사람들이 회화에서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 문장수준도 그렇지만 평소에 막 빠르게 내뱉던말들이 대부분 스페인? 남미? 어쨋든 그쪽 계열의 말들이였고 몇번 대화를 나눠본 결과 한국에서 회화배우고온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하하고자하는 의미는 아니고 정확히 내 레벨을 맞추기위해서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문법은 거의 우리나라 중학교 수준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1주간 배운거라고는 가정법이랑 동사구 그리고 부가의무문인데 전부 빠르면 중학교 때, 아무리 못해도 고등학교 때는 전부 다 몇번씩은 배운 문법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죄다 처음듣는다는 식으로 듣고있으니 여간 답답한게 아니였다.


드디어 오늘 시험날이였는데 4주간 배운 문법을 테스트하는 날이였다. 4주? 나는 1주 배웠는데? 라는 생각이 들법도하겠지만 대충 배운 문법들을 들어보니 두말하면 입 아플정도로 익숙한 문법들이였다. 시험은 140문항이였는데 대부분이 문법을 잘 알고 있는가, 시제를 얼마나 정확히 쓰는가, 동사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였다. 시험치기 전에 한가지 불안했던 점은 어휘부족이였는데 이건 뭐 어휘는 신경쓸 필요없이 그냥 문법만 알면 되는 시험이였다. 시험시간은 1시간 20분가량 주어졌는데 30분걸려서 다 작성하고 검토하고 가만히 앉아 펜이나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속으로는 이제 이 반도 안녕이구나라는 생각을하며 유리벽을 통해 런던거리나 감상했다.


사실 시험치기전에 겁이좀 났었다. 아니 같은반 친구들이 시험전전날부터 학원안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1시에 수업이 끝나는데 5시까지... 난 친구들이 공부할 때 옆에서 컴퓨터로 스파이더맨3를 보던가 아니면 영어 소설이나 한권 뽑아서 사전 뒤져가며 읽는 중이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시험날 아침에 로비에서 시험에대해서 자꾸 앓는 소리를 하길래 뭐 얼마나 어렵나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3~4개 정도 틀렸나, 그것도 정말 가벼운 실수였다. 시험지를 받아든 선생님이 Perfect라고 하시더니 조금 뒤에 새 시간표를 나눠주셨다. 레벨업이였다. 무슨 게임도 아니고, 어쨋든 나보고 다음주 화요일부터 다음 레벨반에 가면 된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뭔가 짠했다. 솔직히 반 레벨은 나보다 아래였지만 선생님은 엄청좋았기 때문이다. 듣기로는 이 학원에서 제일 잘 가르친다고 소문나있다고 한다. 근데 웃긴게 학원 시스템 상 4주마다 선생님들은 반드시 반을 바꾸어야한다고한다. 뭐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려고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4주마다 그렇게 바뀌어버리면 4주이상 한반에 머무는 학생들은 조금 불편할 듯했다. 자신의 발전정도를 잘아는 선생님이 다른반을 가버리면 또 다시 증명해야하는 것 아닌가. 물론 실력이 확실하면 상관은 없지만.

4주마다 본 시험이있다는데 한달만에 다음 레벨을 목표로


선생님들이 반을 바꾸는 것에대해서 좀 더 말하자면, 잘 가르치는 선생일수록 아래 레벨로 내려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그렇게 내려가게 된 선생님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오늘 회화반 선생님도 기초반으로 배정받으셨는데 우리보고 다음주에 학원안에서 만나면 좀 껴안고 위로해달라고... 그 만큼 힘든 일이다. 듣기로는 개가 영어로 뭔지도 몰라 몸짓으로 설명해줘야한단다... 갑자기 눈물이..


어쨋든 다음레벨로 무난히 넘어가면서 첫번째 고민이 어느정도는 해결되었다. 또 거기서 공부를 해봐야 알겠지만 학원다니던 한국인분에게 들은 얘기로는 그 반부터 진짜 어려워진다고하니 기대되는 바다. 공부가 어려운건 상관이 없다. 배우려갔는데 오히려 배울게 없이 제자리걸음하는게 더 무섭다.

멈추지않고 올라가자

다음은 집 계약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디엇 'Get' 했다. 진짜 이제 2주가량 되었지만 머나먼 여정이였다. 공부고 뭐고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사이트확인하고 학원일찍가서 컴퓨터로 뒤지고, 쉬는시간에도 검색하고, 집에와서도 스크롤을 오르내렸다. 그리고 몇번의 헛걸음을 발판으로 드디어 오늘 계약을 완료했다. 이틀전에 뷰잉을하고 긍정적인 의사를 전달한 뒤 계약서를 받고 오늘 직접 찾아가 구두로 설명을 듣고 필요한 문서를 제출하고 돈을 입금하고 모든 것이 끝났다.


집을 계약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같은 경우는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을 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부동산을 통해 계약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계약을 하지만 확실히 안전하고 계약에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그 수수료를 내기 싫다면 집주인이 직접 내놓은 집을 찾아가서 구두계약을 하는 방법이 있다. 전에 참고사항에서 말했다시피 영어로 하다보니 필수사항들이나 원하는 사항 또는 미리 공시되어있던 사항들이 확실한지 확인을 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나도 진짜 듣고 듣고 또 듣고 몇번이나 되물어서 겨우겨우 확실히 계약을 끝냈다. 일반 집주인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확실히 에이전시는 귀찮게하든 말든 언제나 친절하게 답해주니 이 점이 너무 편했다. 뭐 그래서 수수료를 받는거겠지만.

계약서에 싸인하는데 두근두근 하더라

어쨋든 오늘 직접 찾아가서 여권이랑 학원 등록안내서 사본을 제출하고 내가 정말 영국에 머무는게 맞는지 언제까지 있는지를 증명한 뒤 한달 방세 선납과 한달치 보증금을 입금하는 것으로 계약이 완료되었다.


입급이라고 하니 떠오른건데, 영국오기전에 나는 영국의 서비스에 대해서 막연한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듣기로는 우리나라에서는 바로 바로 그자리에서 해결될일이 영국에서는 미팅 약속잡고 일주일 기다려야 그제서야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외국인이라 혹시나 팅긴다면 다시 예약부터 해야하는 것이였다. 그리고 은행거래, 즉 돈이 왔다갔다하는 업무다보니 혹시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이상한데 돈을 보내서 신고하고 연락하고 돌려받고... 이 모든걸 영어로 한다고 생각하니 현기증이 날것같아 의식적으로 은행은 피해왔었다. 그런데 오늘 방값은 현금으로 해도 된다고 하는데 보증금은 무조건 은행으로 해야한다는 것이 아닌가. 전부 현금으로 처리하고 싶어서 애써 찾아왔는데 말짱도루묵이되었다. 내가 은행을 겁내하는게 느껴졌던지 그때부터 직원이 친절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은행위치부터 가서 어떻게하면 될지. 그런데 듣다보니 한가지 이상한게 있었다. 직원분 말로는 은행가서 기계로가면 직원이 와서 도와줄것이라고 하는데 한국은행을 상상하던 나는 직원이 도와준다는 말이 경호원이 와서 도와준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래서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은행으로 향했는데 신기한 풍경을 봤다. 창구라고 부를 만한 것은 단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기계로 되있었고 그 옆에는 직원들이 서서 고객들의 업무를 도와주고 있었다.

영국은 동전이 무게감이 있다. 뭐랄까 진짜 동전 같은 기분

처음보는 광경에 살짝 벙쪄있는데 직원이 도와드릴까요 하면서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이들어 우물쭈물거리며 기계앞에섰다. 그리고 에이전시에서 준 종이 쪼가리를 보내주니깐 돈 입금하는 거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하자 그때부터 버튼 하나하나 눌러주시면서 계좌번호는 저렇게 보증금 보내는건 이렇게 그리고 참조에 내 계약번호 쓰는 것 까지 모두 실시간으로 설명과 진행을 해주셨다. 그래서 겁나고 떨렸던 첫 은행업무가 끝이났다.


사실 우리나라 은행하면 4시에 셔터를 내림에도 직원은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야근하는 노예같은 이미지였는데 여기는 뭐랄까, 직원은 여유가 있고 오히려 손님들이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였다. 뭐 고객입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훨씬 편하지만 너무 과도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타지에서 생활해보니 느껴진다.


어쨋든 오늘로 발뻣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 많던 현금도 다 처리했고, 집도 구했고, 학원도 익숙해져가고 있고 모든게 순조롭다. 이제 다음은 영어실력이나 키우고 더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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