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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ngland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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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Mar 27. 2016

#15 The Gallery's Report No.1

Feat.The British museum&Comic museum

아직 토요일이다. 눈뜨고 일어나면 월요일일줄 알았는데... 관광도 슬슬 질려가고 있다. 런던 중심부만 너무 오래 돌아다녔다. 영국의 다른 지역도 돌아봐야 할텐데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다니고 싶기 때문에 미루고 있는 중이다. 저번에는 혼자다니는게 편하다고 했지만 런던 근교는 얼마든지 혼자든 여럿이든 다닐 수 있으니 상관 없지만 런던을 벗어나서는 교통비며 드는 에너지며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번 가기가 힘들다. 기왕 간다면 혼자보다는 여럿이 좋다. 그래서 집을 이사가고 그곳 사람들과 친해지고 학원에서 좀 더 친해진 사람들이 생기면 주말에 여행을 좀 다닐 계획이다.


이 말인 즉슨 오늘 또한 혼자 보냈다는 말인데,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싶어서 어제 잠들기 전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영국에 수많은 무료 갤러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심지어 세계3대 박물관인 대영박물관도 공짜였다. 예전에 대영박물관 입구에서 다음에 돈좀 여유되면 와야지라고 발걸음을 돌렸었는데 알고보니 무료였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딱 그 모양이다. 런던에는 역시 유럽권 도시답게 갤러리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자연사 박물관이나 과학 박물관, 만화 박물관, 카메라박물관, 빅토리아 박물관 등 주제도 다양하고 흥미로웠다. 게다가 전부 무료였다. 이름 있는 박물관이나 갤러리들은 입장료를 내야한다고 고정관념이 있던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는 본격 갤러리 탐방! 그 첫번째 이야기.


영국하면 런던이고 런던하면 대영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다. 다 돌아보는데 3일이 걸린다는 명성 답게 들어서는데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겉모습은 고대 그리스 신전처럼 생겼는데 지붕 쪽에는 뭔가 신화에 관련된 조각들이 새겨져있었다. 입구에는 기부함 같은게 있었는데 알고보니 입장료가 없는 대신 보고 감명받았으면 기부해달라는 식이였다. 5파운드라고 정확한 액수의 금액까지 적혀있는 걸로 봐서는 수틀리면 5파운드를 입장료로 받을 것 같은 기분이였다. 뭐 그러면 어쩔수 없이 내야겠지만...

안내 데스크

웅장한 모습에 다시한번 압도당하며 들어서는데 누가 주말아니랄까봐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린다. 대부분이 목에는 사진기와 한손에는 박물관 지도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휴대폰도 아닌게 이상한 기계를 들고다니며 귀에 이어폰을 꼽고 뭔가를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것들이 뭔지 궁금해서 쭉 돌아보니 오디오 안내시스템이였다. 5파운드를 내면 빌려주는 형식이였는데 그리운 한국어도 지원가능하다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안내데스크에는 한국어로된 책자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자그마치 6파운드였다. 뭐 그건 책이니 어쩔수 없다 치고 그 옆에는 박물관 지도가 있었는데 종이 쪼가리 하나에 2파운드씩이나 했다. 처음에는 오늘만 올것도 아니고 여러번 올껀데 하나 사놓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내가 무슨 전문가도 아니고, 솔직히 공대생이다보니 예술품을보고 감명받는건 어느정도 한계가있다. 대영박물관도 혼자 스스로 와 엄청 대단할꺼야, 감명을 많이 받을꺼야라는 둥 기대를 품고 들어갔지만 그냥 우와하고 끝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아무런 느낌도 못받은건 아니다. 오늘 내가 돌아본게 내 기억이 맞다면, 고대그리스, 이집트, 중국, 세계로부터의 수집폼, 아프리카, 인디언. 이정도였는데 각 관을 돌아보며 뭔가 묘한 느낌이 든건 사실이다.

말로 표현해보자면 일단 서양권과 동양권의 문화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동양권의 미술이나 물건들은 대부분 불교나 힌두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실용적, 사실적보다는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많이 다루고 있었다. 환상의 동물이라거나, 의식같은 것들. 그와 반대로 서양권은 매우 사실적이였다. 물론 기독교적 이야기나 그리스 신화를 담은 미술품들도 많았지만 그런 종교적 예술을 제외하고는 인간의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데 힘쏟는 모습이였다. 특히 세공이 장난이 아니였는데 예전에 한국의 금 세공 유물들을 보며 감탄한 적이 있었는데 서양은 수준이 달랐다. 돋보기로 봐야만 보일만한 정도의 사람들이 각자 다양항 표정을 가지고 새겨져있었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엄청 많이 보였다. 절제된 표정이 주로 담겨져 있는 동양권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내가 동양인이다보니 익숙한 동양문화보다는 서구권 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어학연수도 유럽으로 온 것이고.(싸게 영어를 배우고자하면 동남아지역이 괜찮다.) 특히 그리스와 이집트 쪽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적부터 두 문화와 관련된 만화책이나 영화, 도서를 많이 읽어서 뭔가 환상같은게 머리속에 자리잡혀있었다. 특히 이집트는 동경의 대상이였다. 미라의 저주, 아직 파헤치지 못한 비밀들이 가득한 세계였다. 그 어떤 문명보다 죽음과 삶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고 연구한 문명이기도 했다. 어릴때는 뭔가 그런 미스테리한 이야기에 동경같은게 있어서 이집트 문자를 인터넷으로 알아보거나 관련 신화도 알아보기도 했다.

이집트사진은 전부 카메라에..

그런 고대 이집트 문명의 파편을 여기서 잠시나마 보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 기대가 많이 되었고 분명 그래야 했었다. 하지만 역시 그 환경 그 장소가 아닌 곳에서 이집트의 유물을 봐도 죽은 느낌 밖에 나지 않았다. 파라오의 관은 피라미드 안에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고, 스핑크스는 피라미드 앞에 있어야, 오벨리스크는 신전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유리관안에 있는, 울타리 안에 있는, 평범한 공간에 노출되어있는 이집트 유물은 그냥 인터넷으로 사진 보는것만 못했다. 이건 그냥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한 탓이다. 여기가 아니고서야 어디가서 이런 이집트 유물을 보겠는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리스 관을 돌아보았는데 들어서자마자 보였던건 뭔가 익숙한 그릇들이였다. 어릴적 헤라클레스라는 디지니만화를 본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예고편이나 제목이 나올때 나오던 항아리에 그려진 그림과 비슷했다. 색감도 그렇고 그림체도 그렇고 딱 그대로였다. 그 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놀랐다기보단 디지니의 고증에 감탄해버렸다. 그 뒤로는 그리스의 여러신들의 모습과 전투의 모습 그리고 조각가들 별로 따로 전시를 해놓은게 인상 깊었다. 여기서 진짜 교과서에서만 보던 석상들을 보게되니 뭔가 감회도 새롭기도하고 가까이에서 본 석상들은 예술 그 자체였다. 돌을 깎아낸 것임에도 어디하나 모난 곳 없고 매끄러우며 근육의 움직임이나 표정의 묘사가 엄청 났다. 사실 그리스문화는 어릴 때부터 워낙 익숙해서 뭔가 새롭지는 않았다. 그냥 책에서나 보던걸 눈으로 봤다정도였다.

박물관을 도는데 평가가 너무 인색하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다. 내가 예술을해서 보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문명쪽으로 깊게 공부를 해서 각 유물들이 어떤 역사적 의의를 갖는지 모른다. 설명 책자를 사서 일일히 찾아보며 알아 볼 수는 있겠지만 내가 뭔가를 보고 엄청 감탄하는 일이 잘 없다. 아마 그 역사적 의미를 안다고 해도 나는 별 느낌 못 받을 것이다. 해봤자 저 시대에 저런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구나, 저런 묘사가 가능하구나 등 기술력에 감탄하는 정도가 최대다. 게다가 오늘은 첫날이기도 했고 그냥 눈에 담는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박물관을 나왔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젖으면 안돼서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뛰고 있는데 박물관 거리라고 하는 거리가 보였다. 길가에는 여러 박물관이 있었는데 그 중 제일 눈에 띄었던게 만화 박물관이였다. 영국인들은 어떤 만화를 볼까? 생각해보니 아는게 없었다. 웹툰이 발달한 것 같지도 않고 만화책방도 안보이고 서점가도 만화책은 동화책에 그림그려져있는 것 말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으니 궁금증이 일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만화박물관은 들어가자마자 기념품 판매장인데 만화가들이 낸 책이나, 머그컵, 열쇠고리 등 캐릭터 상품을 팔고 있었다. 대부분 모르는 것들인데 어드벤쳐타임의 제크하나만 알아봤다. 기념품 샵을 지나면 본격적인 만화 전시관인데, 대부분의 그림체들이 우리나라에서 캐리커쳐그리는 식으로 그려져있었다. 그리고 전시관은 총 2층으로 되어있었는데 1층은 전부 사회 풍자적 만화를 전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보기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들었다. 만화 옆에 붙어있는 설명 하나하나 부족한 어휘능력을 사전으로 커버해가며 읽으며 감상하는데 어떤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공감이 갔지만 어떤건 문화의 차이인지 설명을 읽어도 이해못할 그림들이 많았다. 고양이에 관련된 그림이 있었는데 쥐를 잡아라고 고양이를 기르는데 쥐가 고양이를 죽였다는 내용이였다. 그림도 섬뜩한게 침대 위에 고양이의 머리만이 남아있었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그림은 딱히 부연 설명도 없이 만화안에서 대사 두줄있는게 전부였다.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봐도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겠어서 그냥 넘어가버렸다.


심각했던 1층이 지나고 2층은 본격적으로 진짜 우리가 생각하는 만화들이 전시되어있었는데 중앙쪽에는 만화가들 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뭔가를 그려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 일어서 말을 걸어 볼까했는데 만화가가 아니라 그냥 일반인들이였다. 방문객들을 위해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둔 곳에서 자기들끼리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2층을 둘러보다보니 한가지 느낀게 있는데 왜 영국사람들이 만화를 즐겨보지 않는건지 알것 같았다. 그리고 왜 드래곤볼이 세계적으로 유명한지도. 여기 만화는 너무 분위기가 어두웠다. 특유의 날씨 때문에 국민정서가 좀 다운되어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단 한컷도 밝은 느낌의 만화가 없었다. 이러하니 웹툰이고 만화사업이고 흥할리가 없다. 튜브에서 신문뒤에 실린 퍼즐 풀기를 하고 크레마북(전자잉크로된 책읽는 테블릿)같은 기계를 들고다니며 활자만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만화가 없는 나라라니 무슨 재미로 살까.

※저작권 때문에 실내촬영이불가능한 관계로 사진이 없다.

이렇게 만화박물관을 끝으로 오늘의 갤러리 여정은 끝이났다. 다른 문명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였지만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일 수도 있고 관람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겨우 첫번 째일 뿐이다. 대영 박물관도 계속 가볼예정이고 만화박물관뿐만아니라 더 다양한 박물관, 갤러리에 다니면서 보는 눈과 시야를 넓혀 어학연수와서 영어만 하다가 돌아간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시간은 많다. 짧다고하면 짧을 수도 있지만 10개월 아니 이제 9개월반 가량 남았다. 언젠가 이 일기의 페이지가 100장 쯤 되었을 때 과연 나는 뭐라고 영국을, 그들의 예술을 문화를 평가 할까. 미래의 이 순간을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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