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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Mar 30. 2016

#18 End of Long Holidays

New Class & Reading a Book

드디어 길고 긴 부활절 연휴가 그 끝을 고했다. 두번 다시는 이런 길고긴 연휴는 사양이다. 생각해보면 나름 보람차게 연휴를 보냈다. 안가본 지역도 탐방하고, 갤러리도 들리고, 앞으로 이사하고난 뒤에 혼자살 예행연습도 끝났다. 뭐 연휴내내 혼자였다는 것 말고는 꽤 괜찮지않은가? 잠시 눈물 좀... 처음에 영국오기전에 한달을 적응기간으로 잡았는데 한달까지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튜브나 버스, 화폐 등 영국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은 대략 2주면 거의 완벽하게 습득 할 수 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영어를 할 수 있고 없고는 별 상관이 없다. 그냥 와서 부딛히면 알아서 깨닫고 스스로 찾아보게된다.


생활적응은 그렇다치지만 역시 사람간의 관계는 개인차가 많이 날 것 같다. 내가 영어를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수업이나 수업외적인 시간에도 곧잘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긴하는데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어지간히 활발하고 나서기좋아하는 성격이 아닌이상 이미 만들어져있는 그룹에 끼어들기가 엄청 힘들다. 게다가 말했듯이 남미쪽이나 유럽쪽에서 뭉쳐뭉쳐 오기 때문에 그들끼리 스페인어나 자국어로 신나게 대화하고 있으면 답이없다. 이미 학원내에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이렇게 3남미 국가 학생들이 엄청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고향 동지들끼리 뭉쳐다니는 경향이 있다.


그에반해 한국인은 서로에게 철저히 무관심이랄까 같은 활동을 참여해도 서로 일절 관여를 안한다. 아마 그들도 나처럼 영국에 오기전에 한국인과는 친하게 안지내겠다는 각오로 왔을 것이다. 사람 관계는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서 아직은 그렇게 큰 걱정을 안하고는 있지만 만약 한달이 지나고도 이 모양이면 한번 제대로 고민좀 해봐야할 것 같다.  

오랜만에 학원을 가고 새로운 반의 수업이라 약간 설레었다. 새로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선생님은? 수업방식은? 수준은? 수많은 물음표를 머리에 띄우며 교실에 들어가자 매우 익숙한 얼굴들이 앉아있었다. 3명은 전에 나와 같은반이였던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회화수업할 때 같은 수업을 듣던 사람들이였다. 그리고 한명은 기숙사 옆방에 사는 중국인이였는데 기숙사에서 우연히 얼굴 볼때 말고는 서로 이야기도 나눠본적이 없어서 학원안에서도 어색하게 인사만 나눌 뿐이였다.

너 어제 뭐함?

그렇게 앉아서 새롭지만 익숙한 얼굴들과 주말에 뭐했냐로 수업시작전 까지 시간을 떼우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고 매우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스티브라는 선생님이였는데 종종 회화수업 때 들어오셨었고 소셜프로그램을 담당하고 계셨다. 하지만 분명 시간표에는 클로이라는 선생님이였는데 바뀐건가 싶었다. 하지만 들어보니 클로이라는 선생님이 오늘내일 일이 있어서 잠시 대신 수업하신다고 한다. 내심 스티브가 그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웠다.

그래서 첫 수업은 단어 게임으로 시작했다. 선생님이 주제를 던지면 우리가 그에 맞는 단어들을 열거해서 카드에적힌 단어 10개를 맞추는 거였는데 음식쪽이 엄청 힘들었다. 내가 단어에 조금 약한데 특히 생활단어들이 심각하다. 야채이름을 말하는 것에서는 거의 말하지도 못한데다가, 한국에서 익숙하지않은 야채들이름도 나오고 하니 학생들이 뭐라고 말해도 그게 야채이름인지 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뭐냐고 물어봐도 다른 생소한 단어로 설명하니 미궁속의 미궁이였다. 음식관련 내용이 엄청 많았고 그 외에는 상식들이였다. 세계여러국가들의 화폐단위나, 아프리카의 국가들, 산유국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했던게 클래식 작곡가들. 여기서 내가 엄청난 활약을 했다. 10개 중 8개를 혼자 맞췄는데 마지막 시간초가 다가기전에 라흐마니노프를 외치니 선생님의 표정은 거의 경악이였다. 어떻게 이런걸 아냐는 듯한 표정이였는데 상식이라고 어깨를 으쓱였다. 어릴적 피아노를 공부하기도했고, 고등학교 때 클래식에 빠져지냈던 때가 있어서 어지간한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이름은 대부분 알고 있다. 잡학이라고 말하고 교양이라고 쓰기는 하지만 이럴 때 도움이 될줄은 몰랐다.

음악 이야기하니깐 오래방 가고싶다... 진짜... 그립다.

게임이 끝나고 가벼운 문법정리를 했는데 문장의 구성요소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물론 다 아는 내용이고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숙달된 문법이였는데 영어로 설명하니 머리속에 혼란이 오기시작했다. 여기서 현재완료를 Present Perfect라고 하는데 번역한번 잘한 것 같다. 진짜 완료를 Perfect라고 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수업은 거의 질의 응답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문법은 자신있었기 때문에 수업내내 나와 다른 원래 있던 친구한명이랑만 대답하다 끝이났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말하지만 듣기가 역시 아직 부족하다. 문법이나 읽기, 쓰기에는 강할지라도 듣기가 확실히 다른 서양권 학생들이 훨씬 강했다. 수업내내 선생님의 빠른 말에 집중하느라 고생이였는데 다른 학생들은 진짜 가볍게 듣고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달은 완벽히 알아듣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목표가 하나하나씩 생겨나니 의욕적이게 되니 좋다.


두번 째 수업인 회화는 반은 그대로지만 선생님이 바뀌였는데 전에 있던 선생님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도움이 되었다. 전에 있던 선생님은 수업자체가 기이하고 재미는 있었지만 회화가 는다고는 생각을 안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학원에서 회화를 배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가지 이슈를 정해주고 그것에대해 토론하고 점점 사고를 확장해나가는 방식이였는데 한국에 학원다닐 때의 방식과 비슷해서 익숙했고 효과는 확실히 좋았다. 옆사람과 좀더 많이 말하게 되고 전체앞에서 말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확실히 전보다 좋았다.


수업이 끝나고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학원에 돌아와서 스터디센터에 앉아 어제 산 해리포터를 읽었다. 목표가 하루 3챕터씩인데, 모르는 단어는 그냥 밑줄만 긋고 넘어가면서 읽기로 했다. 사전 찾아가며 읽다가는 하루종일 걸리는데다가 몇개 모르는 단어는 그냥 넘어가면서 문맥으로 단어의미를 유추하며 읽는게 공부에 더 도움된다고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르는 단어를 밑줄 긋고 나서 보니 대부분이 수식어구나, 대화체뒤에 달라붙는 누가 말했다, 그르렁거렸다, 쏘아붙였다 등 이런 동사들이 너무 다양해서 혼이 났다. 대부분 대화의 뉘앙스를 읽으면 어떤 말인지는 알겠으나 뒷문장 읽고 이게 아닌가 하고 몇번이고 다시 되돌아 가기도 했다. 그래도 초반에 꼼꼼히 읽다가  지쳐 포기하는 것 보다는 엉성하게라도 완독하고 다시 찾아가면서 읽는게 더 효과적이다. 성취감도 느낄 수 있고, 소설의 특성상 작가의 특유의 표현이 반복되고 그것을 계속 읽어내려가다보면 익숙한 단어는 아예 머릿속에 각인도 될 것이니 말이다.


오늘은 딱히 한 것도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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