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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05. 2016

#24 Language Exchange

혼자가기에는 아직은 조금 이른 것 같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날씨가 쌀쌀했다. 주말에는 기온이 17도까지 올라갈정도로 봄날씨였는데 하룻밤 지나고나니 다시 겨울로 되돌아왔다. 여전히 새벽 3시쯤에 추워서 이불을 덮기 위해 일어나는건 변하지 않았다. 전날 술을 마셨든 늦게 잠에들었든 이제 그냥 습관적으로 일어나서 웃옷을 껴입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간다. 한가지 다른점은 창문을 안닫는다는것. 일어나서 창문닫으러가는게 그렇게 귀찮을수가 없다. 여기 런던은 집에서 신발을 신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 신발을 신고 창문을 닫고오면 잠이 조금은 깨버리기 때문에 좀 더 숙면을 취하기위해선 본능적으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것정도로 그쳐야한다. 주말에 따뜻해서 이제 아예 봄날씨인가 싶었는데 아쉬웠다. 게다가 오늘은 두번째 Language Exchage가 있는 날이라 좀 더 가볍게 입고나가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두텁게 입고 집을 나섰다.


자, 오늘은 드디어 Language Exchange 후기를 생생히 적어볼까한다. 느낀점이 꽤 많고 느낀만큼 고쳐야겠다거나 더 노력해야겠다는 부분이 확실해져서 이 글이 나중에 시간이 흐른뒤에 내가 얼마나 고쳐졌는지 바뀌었는지 확인하는 지표로써도 가치가 있다. 일기가 아니라 거의 보고서라고 불러야할듯하다.


시간이 늦긴 했지만 어제, 오늘 다녀온 Language Exchange에 대해 모두 쓰려고한다. 일요일에 다녀온 LE는 런던에서 유명한 Mammoth LE로 한국어로하면 매머드 즉 고대 코끼리 언어교환모임이다. 이름의 유래는 모르겠지만 알기 쉬운 이름이였다. 사실 여기 가기전에 조금 불안했던게 엄청 많은 사람들이 여기 온다고 신청해놓아서 그 북적거리는 군중들 속에서 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혹은 그 안에서조차 외톨이가 되버리면 어떻게 감당하지 등등 불안감이 급습했다. 게다가 한국인은 특히 남자는 이런류의 모임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고해서 더욱 그러했다. 언어교환이 주 목적이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의 목적은 영어고 간혹 영어권사람들이 사교의 목적으로 온다고해도 대부분 유럽권 언어를 배우려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기전에 내심 각오를 하고 갔다. 말을걸고, 대화를 한다고해도 크게 흥미를 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LE는 ZOO Bar라는 나이트클럽, 아니 한국으로치면 그냥 술집인데 클럽처럼 생긴 술집이다. 클럽임에도 춤은 커녕 노래도 뭔가 느린비트의 음악들이라 스탠딩술집같은 느낌이였다. 들어가면서 종이에 이름이랑 국적 이렇게 간단한 방명록을 남기고 가슴팍에 이름, 사용하는언어, 배우고싶은 언어를 적어 붙인 뒤 본격적인 모임의 시작이였다.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맥주한병을 주문한 뒤에 받아들고 주위를 서성였다. 이게 뭔가 자격지심같은거랄까, 고정관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유럽인들 특성상 대부분 누가 어디나라출신인지 구분하기 힘들 뿐더러 시끄러운곳에서 작정하고 자기들 언어로 얘기하면 저게 영어인지 다른 언어인지 알아듣기가 힘들다. 그래서 신나게 뭐라고 빠르게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끼어들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혼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는데 흥미없다는 표정으로 가볍게 인사만하고 돌아서는데 점점 후회감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뭐하러 여기왔을까.. 이제 고작 3주째인데..' 등등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다. Oliver 라고 하는 영국인이였는데 혼자 바에서 맥주들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내게 다가와서 한국인이냐면서 말을 걸어왔다. 그 뒤에 한참을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고보니 영어 선생님 자격증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국인임에도 문법이 쥐약이라고 그러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나도 한국 문법을 잘 모르는데 영국인이라고 영어 문법을 다 알겠는가. 어우.. 하루 지났다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딱히 중요한 이야기는 안했고 형식상 처음만난 사람들끼리의 대화였다. 그렇게 둘이서만 이야기하다가 좀 더 둘러보고 온다고하고 헤어졌다. 영국인이랑 이야기를 하고 나니 뭔가 조금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돌아다니다가 프랑스, 독일인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나 빼고 다들 한번 만나 본적이 있었는데 엄청 친해보인데다가 영어를 다들 잘했다. 특히 독일에서 온 분은 진짜 영어로 엄청 신나서 얘기하시는데 말이 너무 빨라서 끼어들 틈도 없었다. 여튼 그 뒤로 몇볓 사람들이 끼어서 조금 큰 그룹이 되었는데 사람이 많아지고 게다가 노래도 나오고 100명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홀에서 떠드니깐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듣기가 좀 약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도중 우연히 한국에 관심있는 영국인을 만났는데 다행히 둘이서 따로 이야기를 나누어서 좀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분과 연락처를 주고받고 서로 언어익히는데 도움을주자고 한 뒤 서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분은 피곤해서 그리고 나는 다음날 수업이 있기 때문에 밤늦게 까지 놀기는 좀 그랬다. 피곤하기도 했고. 이렇게 첫 LE는 나름 성공적으로 끝이났다.

첫번째는 Piccadilly Circus근처에서
제대로 못찍었는데 여기가 ZOO Bar


두번째는 친구한테 추천받은 Mundoringo라고 하는 LE인데 Camden Town에서 열리는 모임이다. 매 요일마다 장소가 바뀌는데 이번이 처음이라 별로 아는 것도 없다. 사실 오늘 LE는 한마디로 재미없었다. 어제보다 더 심각했던게 어제는 그래도 사람이 움직일 틈이라도 있었지 여기는 진짜 좁은 곳에 사람이 바글바글 움직일 틈도 없이 빽빽히 서있어서 말트기도 끼어들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오늘 진짜 뼈저리게 느낀게 있는데 내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내 영어 수준이 문제가아니라 내가 얼마나 대화를 잘하냐가 문제였다. 한국에서도 낯선사람이나 그나마 조금 아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하기보다 듣고 반응하기만 하는 처지인데 외국에서 영어로 대화를 이끌어나가거나 흥미를 유발시키려고하니 지옥이였다. 진짜 오늘 하루종일 대화기술의 빈약함에 절망했다. 그에반해 신나서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뭐가 그렇게 할말이 많은지 신가할 뿐이였다. 도대체 처음 만난사람들이랑은 무슨 대화를 해야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켜나가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거의다 유럽권의 사람들이다보니 서로의 국가에대해서 어느정도 지식이 있었다. 음식, 관광지, 언어 등 공감대가 어느정도 이미 형성되어있으니 이야기를 하기 편한 것이다. 오늘도 같이 이야기하던 사람들끼리 음식이야기나 어디 지명이야기가 나왔는데 혼자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기계적으로 고개만 끄덕이고 간혹 한국음식을 소개하듯이 말해봤지만 그들에게는 그냥 미지의 세계일 뿐이다.

두번째는 Camden!

고작 2번이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LE였다. 첫번째는 자신감의 부족, 두번째는 어휘, 듣기 등 기본 영어의 부족, 세번째는 대화기술의 부족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첫번째 자신감이 나머지 두가지를 다 보완할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하는 이야기지만 언어에있어서 제일 중요한게 자신감이다. 이놈의 부족한 자신감은 어떻게해야 생기는건지.. 자기애가 부족한 것일까 자존감이 낮은 것인가 아니면 그냥 소심한것인가. 셋다인것 같지만 앞으로 런던생활에서 활발한 유럽친구들과 시간을보내면서 발전이 있기를.


오늘은 여기까지하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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