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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08. 2016

#27 Bowling's Night

점점 즐거워져간다

오늘은 볼링치러가는 날 이다. 학원에서 진행하는 소셜프로그램중 하나인데 영국오기직전에 한국에서 친구들과 갑자기 볼링에 푹빠져서 심심하면 치러다녔기에 거부감은 없었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너무 비싸다는 것이였다. 한게임에 6파운드 한화로 만원정도다. 2게임이라도 쳤다가는 생활고에 시달릴정도다. 그래도 사람이 많이 참여 할 예정이니 한게임치는데 오래걸리겠다싶어 안심했다. 볼링은 한게임이라도 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오래칠 수 있으니말이다.


학원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잡담좀 나누고 복습한 뒤에 볼링장 앞에서보자고 인사를한 뒤에 집으로 돌아왔다. 짐을 줄이려는 생각도 있었고 학원에만 있자니 좀이 쑤셨기 때문이다. 3시쯤에 공부가 끝났는데 2시간이나 아무도없는 곳에 남아있자니 공허했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에는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돌아와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는 짐을 풀고 가기전까지 영어방송들을 틀어보는데 갑자기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어보니 브라질에서 오신 분이 인사를 했다. 오늘 어떠냐고, 뭐하느냐. 오전에 학원에서 만나서 인사를 나눴음에도 마치 오늘 처음 보는듯이 대화를걸어서 조금 마음이 상할뻔했으나 그래도 문을 두드리면서 먼저 말을걸어준건 이번이 처음이라 기쁜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런던의 갤러리나 박물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요새 런던학생들이 방학이라 갤러리나 박물관이 너무 붐빈다면서 불평했다. 그러면서 갤러리갈꺼면 다음주에 방학이 끝나니 그때쯤 가보라고한다. 잘된일이였다. 안그래도 이번주말에 뭐할까 고민하면서 갤러리나 돌아볼까 생각했는데 덕분에 헛걸음질 안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약속시간이 다가왔다. 깜짝놀라서 양해를 구하고 급하게 약속장소로 향했다. 런던와서 한번도 뛰어본적이 없었는데 혹시나 미리 낸 6파운드가 공중분해 될까봐 뛸 수 있는거리는 최대한 뛰었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볼링장 Rowan앞에서 겨우 담당 선생님과 만날 수 있었다. 다행이였는게 볼링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약속시간보다 더 기다려야한다는 것 이였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을 만났는데 한국인이였다. 나랑 동갑이였는데 런던에 온지 이제 4일째라고 한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뻘줌하게 있는게 딱 내가 처음 왔을 때의 모습과 너무 겹쳐보여서 이래저래 친구와 함께 말을 걸었다. 그러다 맥주 한잔씩 시키고 학원사람들이 있는 테이블에 앉았는데 나와 그녀는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내가있던 테이블은 나와 친구 그리고 가끔가다 마주치던 사람들이였는데 친구랑 일면식이있는지 같이 신나게 대화를 했다. 다만 그 사람들이 초보반이라 이해시키는데 엄청 애썻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그리고 한국인분은 옆테이블에 있었는데 처음에 간단한 소개이후로 겉도는 것 같아 뭔가 안쓰러워서 그쪽으로 낄까했는데 주제넘는 짓 같기도 해서 그냥 놔두었다. 그리고 경험상 그런 뻘줌함도 겪어봐야 내성도 생기고 스스로 돌파구도 찾는 법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기대했던 볼링이 드디어 시작했다. 그 전에 볼링 신발을 빌리는데 옆에서 42사이즈를 달라고 하는 것이아닌가. 그래서 앞에 2를 빼고 숫자를 부르는가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였다. 아예 다른 기준이였다. 아마 피트인것 같은데 240사이즈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 하다가 그냥 닥치는데로 달라고 달라고 해봤다. 처음에 40부터 시작해서 낮춰가는데 36에 가서야 딱 내 사이즈가 나왔다. 사실 그전에 옆에서 선생님이 사이즈를 알아봐주었는데 37 신으면 된다고해서 신어봤는데 역시나 외국은 우리나라 사이즈보다 한사이즈 크게 나오는듯 했다. 그래서 결국 36사이즈로 딱 맞게 맞춰 신고 우리 라인으로 향했다. 그러던 도중 문득 한국인 분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겠다 싶어서 찾아봤더니 역시나 신발 빌리는 곳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살며시 다가가서 신발 사이즈를 물어보니 나와 같은 사이즈라 36 신어라고 추천해주었다. 아직 나도 영국 문화에 다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이런 거라도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줘야 뭔가 먼저온 사람같지 않겠는가.


아무튼 이제부터 본격적인 볼링을 시작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한국이 시설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것인지 런던의 볼링공은 뭔가 울퉁불퉁했다. 게다가 같은 번호의 공인데도 무게가 제각각인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 차례가 오고 공을 굴리는데 손에서 떨어져나가는 공의 느낌이 심각했다. 분명 오른쪽으로 굴렸는데 어째서인지 공이 왼쪽으로 굴러간다. 스핀은 오른쪽으로 걸려있는데 공은 왼쪽으로 굴러 가는게 말이 되는가? 그래서 몇번의 차례 동안 핀을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화려하게 핀을 쓰러트려서 화려하게 데뷔를 하려고 했더니 완전 망했다. 옆에서 공을 힘겹게 굴리는 여자들 보다도 못치고 있는 중이였다. 그래도 팀원들은 내가 처음 치는 줄 알았는지 격려를 해주는데 정말 다행이였다. 만약 치기전에 쳐본적있다고 자신있게 말했었으면.... 상상도 하기 싫다.

게임은 꽤 오래동안 지속되었는데 한팀당 6명이였으니 오래갈 수 밖에 없었다. 거의 한시간 가량 쳤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환호성도 적어지고 다들 지쳐서 대충 대충 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옆에 선생님팀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였는데, 죄다 스페어에 스트라이크에.. 치다가 기가 죽을 뻔했다. 그런데 너무 못쳐놓으니 그냥 해탈하고 막 굴렸다. 역시나 점수는 한국에서 쳤을 때의 반도 안나왔다.


게임이 끝나고 남자, 여자 부문에서 1,2,3등에게 종이로 만든 금, 은, 동메달을 수여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에 소셜프로그램은 끝이 났다.


여기서 끝? 아니다. 뒤에 번외편이 있는데 게임이 끝나고 집에가려고 할 때쯤 친구들이 펍에가서 맥주한잔 하자고 해서 속으로는 엄청 감격하면서 흔쾌히 수락했다. 펍에는 큰 텔레비젼에 축구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는데 아스날과 어디... 무슨 팀과 경기 중이였는데 챔스인지 펍안의 사람들은 전부 아스날 팬이였다. 그래서 아스날이 골을 넣었을 때 온 펍이 들썩였다. 솔직히 친구들과 나는 축구에 별 관심이 없어서 환호성이 들릴 때마다 텔레비젼에 눈을 돌리고 서로 대화하기 바빳는데 예전에 유럽에 여행갔다온 친구들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영국인들은 펍에 가면 대부분 축구 보면서 이야기한다고 말이다.


펍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하도록 하고, 맥주한잔하면서 한 이야기 내용이 흥미로운데, 이탈리아, 콜롬비아 에서 온 친구들이였는데 당연하겠지만 미래에대해서 생각이 많았다. 특히 이탈리아 친구들은 좀 더 열정적이였는데, 이유를 듣고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 이탈리아 상황은 우리나라보다 좀 더 심각했다. 정부에서 아예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이나 제도도 없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자신들을 평가하기를 너무 게으르고 일에대해 열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국가에서 밀려들어오는 인력들에게 일자리를 다 뺏겨가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생각있는 젊은 사람들이 영국으로 건너와 영어를 배우고 다른 나라에서 직장을 얻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친구들의 의견이라 정확한 이탈리아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만큼 심각하다고 한다. 콜롬비아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지금 대부분의 국가가 취업, 일자리 문제로 고통을 겪는데..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나아갈지 의문이다. 런던 펍에서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미래에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니 마치 꿈같은 일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서 좀 더 많이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영어가 더 절실하다는게 느껴졌다. 역시 언어는 실전으로 배우는 것이다.


펍에서 가볍게 한잔하고 배가 고파진 친구들과 케밥집에 갔는데... 그냥 집에 돌아갔어야했다. 돈은 7파운드나 썻는데 맛이.... 질이... 무슨 맛으로 먹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케밥이라고 해서 뭔가에 싸져서 나오는 줄 알았더니 그냥 접시에 다 펼쳐서 주는데 기름기만 줄줄 흐르고 짜기만하고... 한입 먹자마자 후회했다. 어느정도 각오하고 주문하기는 했지만 이정도 일줄이야. 다음 부터 케밥 시켜먹자고 하면 도망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렇게 길고 긴 하루가 끝이 났다. 런던에 오고나서 제일 즐거웠던 하루가 아니였나 싶다. 학원에서 친해진 친구들과 술도 한잔씩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볼링도 치고 사진도 찍고. 이제 한달 째인데 앞으로 남은 9개월이 정말 기대된다.


글을 빨리 쓰고 자려고 튜브안에서 부터 썻는데 벌써 12시다. 어서 빨리 자야지.. 그럼 오늘은 여기 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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