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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10. 2016

#29 Wave of my Emotion

Looking back on my 4 Weeks

오늘은 드디어 이사 하루 전날! 아침에 일어나 창문 틈새로 흘러들어오는 차가운 아침공기를 들이마시니 이제 곧 내가 여기를 떠나야할 때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마지막이기에 특별한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생각에 특별한 것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그리움 보다는 설레임이 더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그래도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기숙사였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이런걸 미운정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한국에 돌아갔을 때 첫 한달을 떠올리면서 즐겁게 그리워 하지 않을까.


사람의 감정은 매 순간순간 요동친다. 인간인 이상 항상 생각하고 그 생각은 다른 생각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나간다. 그리고 마음속에는 잔잔한 물결부터 시작하여 큰 파도로 넘실거린다. 영국에 도착한지 정확히 오늘로써 4주째이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정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외국에, 거기다 아무도 없이 혼자오고, 첫 집은 환상을 박살내버리지 않나.. 특히 제일 인상 깊었던건 마음의 변화다. 이제껏 4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써왔는데 오늘 천천히 읽어보니 감정의 변화선이 느껴졌다. 물론 내가 쓴 글이니 나만이 알아 볼 수 있겠지만 글을 쓸 때, 들떠있는지 가라앉아있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파란만장한 4주였다. 가끔 혼잣말로 걸음 걸음마다 런던의 날씨가 변하는 것 같다고 투정부릴 때가 있는데 꼭 내가 그랬다. 하루하루, 글을 쓰는 그 짧은 순간 조차도 감정이 계속 요동치니깐 말이다.

사소한 생각이나 사항으로 계속 기분은 오락가락했지만 크고 굴직굴직한 감정을 표현하자면 처음은 설레임과 무서움이였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선 순간 온갖 상상이 머리속에서 점을 찍고 선을 그어 그림을 그려 '기대'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었다. 절대 기대를 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데 기대를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깐. 그래서 결국 기대라는 단어에 걸맞게 실망이라는 단어가 기숙사 방문 안에서 나를 맞이했다.

설레임이 실망으로 바뀌고 실망은 두려움과 발걸음을 같이하며 더욱 몸집을 키웠다. 감정이라는게 신기한게 감정끼리 섞여버리면 새로운 감정을 뱉어놓는다. 두려움과 실망은 머리속에 그려놓은 찬란하게 빛나는 런던의 생활을 벽에서 내려놓고 머나먼 고국의, 한국의 색으로 물들여버렸다. 가족, 친구, 음식, 문화 등 그리움을 만들어 내었다. 한동안 그리움에 갇혀지냈다. 몸은 타지 생활에 적응 해나가지만 마음은 같이 따라가지 못했다. 한동안 겉과 속이 따로 살았다. 껍데기는 런던에서 걸어다니고 있지만 생각은 온통 한국 생각이였다.

그리움.. 그리움은 곧 바로 외로움으로 성장했다. 당연한 결과다. 그리움은 내가 여기 혼자 있다고, 고립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낯선 환경과 문화의 차이로 인한 고독함이 날 지독하게 외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외로움에 사뭍혀 우울증이 올만큼 약한 사람은 아니였다.  그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리움 보다 강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한동안 사람만나는 모임과 인터넷 사이트에 목메었다. 아는사람이 생겨나고 친한사람이 만들어져 친구가 생기면 외로움은 사라지니깐.


그렇게 모임을 전전하다가 외로움을 한번에 없애버릴 일이 일어났다. 바로 내가 영국에 왜 왔으며,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알게된 것이다. 저번에 Language Exchange 후기를 썻을 때 이미 말했지만 그 때 만난 사람들이 내 정신을 깨워줬다. 목표가 생긴 것이다. 목표는 사람을 부정적인 생각으로 부터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머릿속에 잡념이 생겨나고 방황하는 건 가야할 길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런던에 혼자 덩그라니 떨어져서 영어 공부도 해야겠고, 관광도해야겠고, 글도 쓰고 싶고, 적응도 해야했다. 그렇게 수많은 갈림길 중앙에 떨어져 이곳저곳을 방황하고 있었다. 그래서 설레지만 무섭고 길을 찾지 못함에 실망하고 익숙함을 그리워하며 결국에는 외로워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는 하나의 길이 놓여있다. 물론 가는 길 곳곳마다 잠시 쉬어갈 갈랫길들이 있겠지만 휴게소일 뿐이다. 목적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은 매일 하루하루 순간마다 내적으로는 알차게 보내는 중이다.

4주차이지만 런던 날씨만큼 변덕적인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마 앞으로 런던에 완전히, 몸도 마음도 적응해버리면 이런 감정도 느껴보지 못할 것이다. 단지 한국에 있을 때와 같은 감흥. 그냥 풍경만 바뀐 일상. 지금까지는 첫 한달이 잊고 싶은 괴로운 기억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는 아닐 것이다. 처음으로 스스로 완벽히 외딴 곳에서 적응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니깐. 이 한달만의 경험만으로도 내 인생에 있어서 이 어학연수생활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확신 할 수 있다.


뭐 지금까지가 가시밭길이 였다고 앞으로가 탄탄대로일만큼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남은 9개월 동안 계속 부딛히고 넘어지고 싸울 것이며 그래도 꿋꿋이 걸어나갈 것이다. 그 끝에 뭐가 있는지는 도달해도 깨닫지 못하겠지만 먼 훗날 지금을 되돌아보며 후회가 없는 경험으로 남기를 갈망하며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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