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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11. 2016

#30 House-Moving

새 집이다!!

드디어 이사가 끝났다. 지금 완전 피곤에 쩔어서 내가 글을 쓰고 있는건지 아무생각없이 자판기를 두들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제 조금 감성 돋는 일기를 써서 그런지 오늘 아침은 유난히 싱숭생숭했다. 괜히 쓸데 없는 일기를 써서는 미련같은게 생길뻔했다. 뭐 미련이고 정이고 어짜피 떠날 집이니 주섬주섬 마지막 이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사에 대해서 말하자면 어제부터 시작해야한다. 사실 이사는 어제부터 진행되었다. 어제 계약서에 서명하고 열쇠를 받으러 사무실에 찾아갔는데 내가 착각하고 2시약속을 3시로 착각해버렸다. 그래서 2시가 조금 넘었을 때, 전화가 걸려왔는데 계약 담당자였다. 전화를 받으니 2시약속인데 지금 어디냐고 묻길래.. 미안하다고 3시로 착각해서 2시반은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더니 자신은 다른 약속이 있어서 자리를 비워야하니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가겠다고 하여 다른 직원에게 간단한 숙지사항과 계약 항목확인 그리고 열쇠를 건내받으면서 실질적으로 계약이 완전히 성립이 되었다.


그저께 내가 계약서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했었는데 알고보니 대부분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물론 열쇠를 잃어버려 집에 못들어갈때 생기는 추가비용은 당연한거고. 열쇠가 엄청 비싼거니 잃어버리면 절대 안된다고 계속해서 말할정도였다. 어쨋든 모든 사항이 확인이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내일부터가 아니라 오늘부터 짐을 옮겨도 된다고 했다. 집에 사는 사람이 오늘 떠나서 5시이후에 청소가 끝나니 짐을 옮기고 들어와도 된다는 말이였다. 그래서 좋다구나 토요일에 짐을 일부정도 옮겨 놓았다. 짐가방이 두개인데다가 책가방도 있고 이불도 사야하고 이래저래 들고가야할 것들이 많아서 미리 옮기면 일요일이 편했다. 그래서 옷 캐리어와 책가방을 미리 옮겨두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짐가방만 정리해서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생각보다 들고 갈게 조금 생겨서 다시 두번에 걸쳐서 짐을 옮기기로 했다. 처음에는 짐가방을 먼저 옮기고 다음에는 침구류를 사고 그것과 함께 다시 기숙사에 들려서 나머지 짐을 들고 오기로 말이다. 그런데 새로 이사하는 집이 위치가 조금 어정쩡해서 걸어야할 일이 많았다. 게다가 3존이라서 아직 1-2존 트레블권이 있는 나로 써는 돈을 아낄려면 버스를 타야했고 망할 런던의 교통상황 때문에 버스는 계속 늦어졌고 추운 밖에서 조금 떨었다. 무거운 짐가방을 끌고 내리막길로 줄줄줄 내려가다가 길을 잘못든걸 깨닫고 다시 쩔쩔거리며 끌고올라오기도 하고 생각보다 강한 햇살과 중노동에 몸이 땀에 젖어 웃옷 다 벗어던지고 몸도식히고... 기나긴 여정 끝에 짐가방 하나를 옮기는데 성공했다. 짐가방 무게가 거의 25kg정도 해서 들고 올라가는 것도 문제였다. 낑낑 거리며 들고올라가 방에 짐가방을 안착하자 진짜 그냥 침대에 드러누워 자고 싶었다. 하지만 황량한 메트리스 뿐이라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로 향하는 도중 근처에 Argos가 없나 싶어서 지도로 찾아보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매장이 있었다. 그래서 기숙사 가기전에 먼저 들리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 Argos는 저번에 런던 중심가쪽에있던 곳과는 조금 달랐다. 제일 달랐던게 테블릿이 아닌 그... 가게 포스기같은거에서 상품을 검색하게 되어있었는데 이게 엄청 느린데다가 장바구니 기능도 없고 결재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어째란거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이상한 종이카드에 뭔가 숫자를 적더니 카운터에가서 주문을 하는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제품번호와 수량을 직접 찾아 적어서 들고가 계산하는 방식이였다. 같은 도시안에서도 런던 근교냐 아니냐에 따라서 매장의 수준이나 시스템이 조금은 다르다는게 신기했다.

침구류를 성공적으로 구매하고 기숙사로 돌아가 짐을 챙겨들고 방을 나서는데 습관적으로 문을 잠구고 나왔다. 아차하고 다시 문을 연뒤 집열쇠만 고리에서 뺀뒤에 방자물쇠 열쇠는 자물쇠와 함께 방 책상에 고이 올려두고 기숙사와 작별했다. 진짜 마지막 순간이였다. 다른건 다 몰라도, 책상은 정말 계속 기억날 것 같았다. 진짜 매일 저녁 7시에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기록해나간 곳이니깐. (사실 이사온집에 책상이 없어서 그렇다.)

이제 진짜 마지막...

짐 가방 옮길 때 썻던 경로는 너무 많이 걸어야되서 차라리 버스를 좀 더 타고 걷는 걸 줄이려고 했다. 그래서 버스를 하나 더 탔는데 아니, 이 버스가 갑자기 멈추더니 뭔가 문제가 생겼는지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튜브도 줄곧 멈추고 그러니 버스도 가끔 그러겠지하고 멍하니 앉아있는데 기사님이 올라오시더니 미안하다고 버스에 문제가 생겨서 다음 버스를 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는 경우라 그냥 내렸는데 다음 버스가 진짜 엄청 늦게왔다. 안그래도 얇게 입고 있었는데 이미 몸에 열이 식어서 바람이 시원한게아니라 싸늘했다. 진짜 이러다 감기걸리는거 아니야 싶을 때가 다되서야 버스가 도착했고, 겨우겨우 모든 짐을 다 옮길 수 있었다.

2층 버스에서 찍은거 ㅋ

짐정리를 다하고 침구류를 까는데 매트리스 커버가 좀 이상했다. 방수기능이 있다고 해서 샀는데.... 이상한 커튼같은 재질에 진짜 방수만 될것 같은 그런 커버였다. 까슬까슬한게 여름에는 시원할듯했지만... 뭐 이제 곧 겨울도 끝나는데 문제 있겠나 싶어서 그냥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정 불편하면 하나 다시 사야지 뭐.

모든게 정리가 끝나자 슬슬 배가 고파졌다. 오는길에 바로 근처에 엄청 큰 대형 테스코를 발견해서 오늘 장이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장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섰다. 가는 길목에 동네 슈퍼가 있어서 혹시 동네슈퍼는 싸지 않을까싶어서 들어가봤는데 별로 싸지는 않았다. 그냥 평범, 아니 조금 비쌋다. 그래서 곧 바로 테스코로 향했다. 테스코는 큰 대로 건너편에 있었는데 진짜 큰 대형 마트였다. 시내에있는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면 이건 홈플러스였다. 그래서 싼 씨리얼과 우유, 혹은 빵, 잼 등 아침을 해결할 만한 것들과 앞으로 저녁 해먹을 재료들은 얼마나 할지 조사하기도 딱 좋았다. 넓은 마트 돌면서 시간도 좀 떼우기도하고. 분명 그랬어야했는데... 정문에 도착했는데 셔터가 내려가있었다. 분명 실내에는 불이 켜져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뭐지 하고 주변을 계속 돌아보다 문을 닫은 것을 확인하고 갸우뚱거리면서 걸어나오는데 대로변에 우뚝 서있는 테스코 간판밑에 조그만하게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글씨로 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고 적혀있었다. 맥이 탁 풀리면서 저녁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세인스버리가 있기는한데 갈려면 꽤 걸어야했다. 그러자니 너무 다리가 아파서 왔다갔다하기가 싫고.. 하지만 배는 고프고.. 그래서 결국 처음 갔던 마트로 되돌아갔다. 근데 진짜 먹을게 없었다. 먹을만한건 진짜 말도안돼게 비쌌다. 어쩔 수 없이 할인하고 있던 카카오 맛 빵을 사서 저녁으로 먹었는데... 진짜 몇개 집어먹으니깐 진한 카카오맛때문에 물려서 먹을 수 가 없었다. 결국 바로 찬장에 집어넣어버렸다.

주방에서 빵을 먹다가 몇몇 사는 분들과 만나서 인사하고 했는데 다들 좋은 사람 처럼 보였다. 엄청 반갑게 맞아주셔서 고마웠다. 새 집. 드디어 좀 깔끔해보이는 집으로 왔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 전부 런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서 영어도 잘 한다고 들었다. 어서 빨리 친해져서 학원말고도 영어를 마구마구 쓰면서 실력을 늘려야겠다.


이제 이사도 끝났으니 당분간 골치아픈일이나 몸써야할 일은 없겠지.. 더 이상 몸이 힘든건 사양이다. 그럼 새 집에서의 첫 날밤을 맞이하러 가야하니 오늘은 여기 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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