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Traffic Jam

아... Rush Hour라는게 이런건가..

by 공대생

요 몇일간 날씨가 오락가락하면서 좀 불안정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해가 쨍쨍하고 공기도 평소보다 좀 더 따뜻하고 맑았다. 문 밖에 나와 깊게 아침공기를 들이마시는게 요즘 생긴 습관인데 아침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폐부에 빨려들어오는 차갑고 맑은 공기가 하루를 좀 더 힘차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서 좋다. 런던의 공기는 뭐랄까 한국의 공기보다 좀 더 깨끗한 느낌이다. 이건 하늘을 봐도 느껴지는데, 먹구름은 자주 끼지만 구름이 걷힌 하늘은 한국 시골에서나 보던 그런 맑은 하늘이다. 진짜 런던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시골에 온듯한 기분이라 휴양온듯한 기분도 든다. 공부하러 와놓고 휴양이라니 좀 이상하긴한데 한국에서도 청학골같이 산속에 박혀서 공부하는게 유행이였던 적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공부하기 정말 좋은 환경이다. 집에 책상이 없어서 끽해봐야 책읽는 정도지만.

20160409_174552.jpg 집앞 풍경

집을 나와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은 살짝 언덕진 길인데 여기가 나만의 명소다. 언덕에서 올라 갈 때에는 하늘로 향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늘이 맑고 구름이 높아서 하늘이 가까워보이는 기분이다. 게다가 아마 런던이 북반구에 위치하다보니 언덕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한국의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반대로 내려오는 길에는 진짜 하늘에서 걸어내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집위에 바로 구름이 붙어 있는 것 같은 풍경이라 더 아름답다.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런던의 아침은 아침을 극악히 싫어하는 나를 아침을 사랑하게 만들어주었다. 아침의 이 맑고 쾌활한 공기를 놓치고 오후에 데워진 공기를 마신다고 생각하니 아쉽기 때문이다. 진짜 러닝화만 있었으면 아침에 조깅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IMG_20160412_193807.jpg 동네 언덕에서 찍은 풍경..캬 구름이 정말..

그러나 이런 좋은 날씨, 상쾌한 아침에 뜨거운 물을 붙는 일이 있었다. 런던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 아침, 그 고질병을 뼈저리게 느꼈다. 런던은 진짜 한국인이 살기에는 너무 정중한 나라다. 정중한데 왜 살기가 힘드냐라고 말하냐면... 이 말도안돼는 교통시스템 때문인데 저번에 한번 말한적이 있지만 런던 도로상황은 정말 극악이다. 달리 말하면 보행자들을 엄청 배려하는 아주 신사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정도껏 신사적이여야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이라도 할텐데 진짜 신사의 끝을 보여준다. 어쩌다 이런 문화가 뿌리박게되었는지는 현지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운전석에만 앉으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한국인과는 정반대다. 한번 상상해보자. 우리가 운전자고 빨간불인데 사람이 건너고 있다. 그럼 두말 않고 빵빵!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내리고 소리치거나 한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다. 빨간불일 때 길을 건너는건 보행자들에게도 위험하고 운전자들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런데 런던은 아니다. 빨간 불이건 노란 불이건 초록불이건 사람이 건너고 있다면 그냥 멈춘다. 그리고 신호등이 없는 곳이면 진짜 시동이라도 끌 기세로 건너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기다려준다. 건너라고 말이다. 내가 한국인이다보니 일단 무조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멈춰서서 차가 다 지나갈 때 까지 기다렸다가 건너는 편인데 한번은 차가 오길래 그냥 가만히 서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차가 바로 앞에 멈춰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누가 내리나 하고 있었는데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뭐지 하고 쳐다보니 운전석에 계시는 분이 왜 안건너고 저렇게 서있지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짓으로 먼저 가라고 했는데 오히려 안에서 먼저가라고 손짓을 하신다.

20160328_131515.jpg 파업이고뭐고 그냥 튜브타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듣다보면 정말 이상적인 문화다. 도로위에서 모두가 모두를 존중하는 사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점이 우리가 대중교통을 사용할 때, 특히 버스를 이용할 때 부메랑이 되어서 뒤통수를 후려친다. 이게 운전자만 정중해지지 보행자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서 그냥 막건넌다. 솔직히 한달정도 런던에서 지내면서 이럴꺼면 뭐하러 횡단보도앞에 신호등을 만들어 놨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는 신호등이 자동으로 주기적으로 바뀌는게 아니라 보행자가 직접 눌리고 일정시간뒤에 바뀌는 형식인데 이게 무단횡단과 겹쳐져서 심각한 교통정체현상을 만든다.


그 망할 교통정체 덕분에 오늘 아침에 지각했다. 집을 3존쪽으로 옮기면서 등교방법이 달라졌는데 그 중 하나가 등교 방법에 버스가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2존에 살았을 때에는 오이스터카드를 1-2존을 끊고 다니면 충분했는데 3존으로 옮기니 1-3존을 끊을지 1-2존을 끊을지 2-3존을 끊을지 고민이 되었다. 1-3존은 너무 비싸고 그렇다고 1-2존을 하자니 금액이 애매하고 2-3존을 끊으면 다른 두 방법보다 교통비를 엄청 절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2-3존으로 바꾼 뒤에 2존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는데... 걸어서 30분거리를 버스로 30분이 걸렸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였다. 킹스크로스 역 앞에 큰 교차로가있는데 그 앞에서 차들이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내가 예전에 막 무단횡단하던 그 구간이였는데 차에 탄 입장이 되니깐 속에서 열불이났다. 신호를 도대체 왜 안지키는 건지, 왜 다 지나갈 때 까지 기다려주는건지... 뭐 내가 속통이 터지든 말든 버스기사님은 그냥 세월아 네월아~ 하며 굼벵이 기어가듯 엑셀을 밟으셨고 결국 지각했다.


25분 늦었는데 학원 규칙상 15분 이상 늦으면 수업 도중에 들어갈 수 가 없어서... 1시간 반동안 컴퓨터보면서 멍 때렸다. 오늘 수업내용이 글 쓰는 것과 관련한 수업이였다는데 진짜 하필... 이런 수업을 놓치다니... 하... 런던 교통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불평 할 시간에 차라리 더 일찍 움직이는게 속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덕분에 알람시간이 30분 앞당겨졌다. 후.. 그래 이렇게 런던인이 되가는 거다. 이러다 한국돌아가면 또 다시 적응해야할지도...


그럼 30분 앞당겨진 내일 아침을 위해서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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