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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16. 2016

#35 Rain and London

기우제 반대말이 뭐였더라....

어제 밤 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 아침에도 투둑투둑 침대 위 창문을 두들겼다. 창문은  요즘 유행인 이중창문임에도 잠을 깨우듯 노크하는 빗 방울 소리가 알람소리를 넘어 고막을 울렸다.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소음을 만들고 소음이 자연의 솜씨로 리듬을 만들자 꿈에서 꺼내 줄 것만 같았던 불청객은 알람 소리도 잊게만들고 나를 좀 더 깊은 꿈속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지각 할 뻔했다. 어제 지각 했는데 오늘도 지각 했다간 수업이고 뭐고 내 자신에게 실망 할 뻔 했다. 아무리 빗소리고 알람소리고 핑계를 읊어봐도 결국 지각하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조금 자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오늘 경각심을 세울 수 있었다.


어쨋든 오늘은 작정하고 쏟아져 내렸는데 차라리 이게 더 낫다. 어정쩡하게 왔다 안왔다 하면서 사람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 보다 한번 시원하게 내리고 잠잠해 지는게 좋다. 다만... 한국이라면 한번 쏟아붓고 한동안 잠잠하겠지만 여기는 매일매일 안쏟아부으면 다행이다. 여기까지보면 내가 비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겠지만 사실 비 내리는 것 자체를 전부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몇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비는 삶의 활력소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빗소리를 엄청 좋아하는데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부딛혀 나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백색소음이라고도 하는데 시험기간이나 잠이오지 않을 때 빗소리 어플로 비가오는 소리를 들으며 집중하고 잠에 들기도 했다. 그리고 옷인데... 내가 멍청해서 런던에 올 때 비가 쏟아져 내린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신발이나 바지를 그냥 청바지나 운동화만 챙겨왔다. 그 말인 즉슨 비와 강풍이 같이 오면 어쩔 수 없이 홀 딱 젖고 티가 엄청난다. 그래서 비가 꺼려지지만 빗속에서 축구를 한다거나 운동을 하는 건 좋아한다. 뭔가 온몸에 쌓인 더러운 것들이 씻겨져 나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토독 토독....하아 힐링..

런던와서 제일 신기했던 건, 런던 사람들이 비를 대하는 태도다. 오기전에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런던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안쓴다. 우리나라에서 비가 오면 형형색색의 우산들로 가득찬 길거리를 볼 수 있는 것과는 반대로 여기는 오히려 우산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빗속을 거닌다. 시력이 안좋다면 비가 안온다고 생각할정도다. 학원에서 수업하다가 비가 그쳤나 하고 흘끗 창 밖을 쳐다보면 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산도 없이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그래서 '오 비가 그쳤구나' 하고 땅에 고인 물웅덩이를 보면 파문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뭐 한 평생을 비가 오고 안오고를 몇초 사이에도 반복하는 곳에서 살다보면 이렇게 적응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다만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사랆들을 관찰하면서 알아낸건데 런던 사람들의 옷은 좀 특이했다. 모든 옷에 방수 기능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분명 나는 우산을 쓰고 걷고 있음에도 홀딱 젖은게 눈에 보이는데 우산 없이 걷는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젖었는지 안젖었는지 구분이 안갔다. 특히 밝은색상의 면바지 같은경우는 물에 닿으면 어느정도는 색이 어둡게 변하기 마련인데 빗속에서도 광택을 내뿜는 그 바지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겼었다. '와... 왜 저 바지는 안젖을까' 경탄아닌 경탄을 하면서 고개를 돌리자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빗속을 느긋히 활보하고 다니고 있었다. 비가 꽤 거세게 내리고 있었음에도 그들의 표정은 빗물로 눈쌀 찌푸리는 일 조차 없이 웃고있었다. 눈에도 방수가 되어있는건지.. 아니면 설마 이 비속에서 원활한 생활을 하기 위해 속눈썹 화장을 저렇게 짙게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했다. (지금 생각하니 매우 그럴듯 해서 스스로 놀랐다.)

가방 젖는 것도 싫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밖에는 열심히 비가 내리고 있는 중이다. 오늘 수업 때 BBC 일기예보를 듣기 연습겸 들었었다. 저번에 겪은 끔찍한 카멜레온을 방불케하는 변덕스러움에 치를 떨고나서 일기예보 보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오랜만의 일기예보였다. 솔직히 전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일기예보 특성상 그림과 그래프, 숫자만 봐도 이해가 가능해서 날씨 정보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웃기는건 주말에 영국에 눈이 온다는 소식이였다.... 지금 4월 중순인데... 물론 런던 쪽이 아니라 북쪽지역인데 덕분에 주말에도 빗속을 거닐어야하는게 확실해졌다.


가끔씩 비가 내릴 때마다 하는 생각인데, 영국인들은 이 비 때문에 다른 문명, 국가들 보다 이성적으로 발전했지 않았을까 싶다. 허구한날 비가 오니 기우제고 뭐고 지낼 필요도 없고, 항상 비가 내리고 분위기가 흉흉하니 신은 일찌감치 자신들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빗소리를 들으며 일기를 마친다. 오늘은 여기 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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