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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ngland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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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17. 2016

#36 Cooking for the first time

실패했다, 실패했다. 실패했다. 실패하고 말았다.

어제 저녁, 아니 오늘 새벽에 외국인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느라 늦게 잠들었다. 원래 오늘 일 찍 일어나서 영어 회화모임이나 참석해볼까 했는데..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또 다시 다음주로 미루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딩굴딩굴했다. 침대에 뒹굴다가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원래 회화모임이 끝나고난 뒤에 일식 식당에가서 라멘을 먹을 생각이였기에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 씻고 주섬주섬 채비를 한 뒤 Golders Green 역으로 향했다.


주말임에도 비는 멈추지 않는다. 비라도 좀 그쳤으면 밖에서 돌아다녀봤겠지만... 비가 오니깐 굳이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다. 비가 혹시나 변덕스러움에 힘입어 그쳤었다면 라멘 한그릇하고 오랜만에 갤러리 탐방이라도 해볼까 싶었는데.. 영 아니였다. 비가 가랑비처럼 오는데 진짜 스프레이를 머리위에다가 뿌리는 기분.. 우산을 쓰자니 너무 흩뿌리듯 내려서 꺼내다가 그냥 집어넣었다. Golders Green역에는 드물게도 한식당과 일식당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있다. 사랑 이라는 이름의 한식당은 예전에 한번 보고 군침을 삼키고 문을 열고 들어가다 문앞에 붙여진 가격에 기겁을 하고 바로 되돌아 나온 기억이 있다. 진짜... 순두부찌개 하나에 만 3,4천원인데 양이 많더라도 너무 부담 스러웠다. 그에 반해 건너편 일식집에는 푸짐한 라멘을 점심시간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 가지는 특별식에는 라멘이 자리하고 있다.

양이 엄청나다.

라멘을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이제 뭐할지 막막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집에 돌아가서 공부하자니 책상도 없어서 뭔가 쓰면서 하기도 그렇고 말이다.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나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문득 오늘 할 일도 없는데 요리나 시도해볼까 했다. 생각이 미치자 바로 마트로 향했다. 일단 가장 필요한 것 부터 찾았다. 쌀, 그리고 각종 조미료. 그리고 고기도 한번 살펴봤는데 팩에 들어있는데다가 사용기한이 너무 짧아서 오늘은 안 사기로 했다. 사실 오늘 재료를 사는 목적은 제대로된 저녁을 먹겠다는 생각이아니라 실험이 목적이다. 말했다 시피 진짜 한번도 요리를 해본적이 없다. 만약 라면끓이는 것과 달걀프라이를 하는 것을 요리라고 인정해준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다. 게다가 달걀프라이도 잘 못한다. 그래서 하나씩 천천히 해나가기로 했다.

기본적인 재료는 준비되었다.

오늘은 밥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는 밥을 한번도 해본적도 없다. 게다가 저녁을 매일매일 꼬박꼬박 챙겨 먹을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한번에 밥을 많이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한게 전자레인지로 만드는 컵밥인데 역시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사회답게 인터넷에는 각종 후기들이 자취생을 위해 준비되어있었다. 그래서 몇몇 블로그를 살펴보다가 제일 평범한걸로 정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쌀이 타원이 아니라 송곳처럼 생김

먼저 최대한 알고있는 상식을 뇌속을 뒤져가며 꺼내었다. 이곳 저곳에 숨어있는 과거 어깨넘어로 봤던 요리의 순간들을 모두 떠올렸다. 그래 분명... 밥을 짓기전에 쌀을 씻었었다. 씻는다는 표현처럼 아마 쌀에 있는 나쁜 물질들을 제거하는게 목적이겠다만 내가 산 쌀은 한국처럼 뭐 햅쌀이고 뭐고 그런것도 아니고 진짜 공장에서 찍어낸 것 처럼 생겨서 대충 씻었다. 사실 몇번 씻어야되는지 몰라서 2,3번만 헹구고 넘겼다.

그리고 정석적으로 쌀을 불렸다. 이곳저곳 봤는데 쌀을 안불리고하면 꼬들꼬들한 밥이 만들어진다고 하는 곳도 있고 최소 10분은 불려야한다고 혹은 30분은 불려야한다고 하는 곳도 있었다. 이 불리는 시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중간지점인 10분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였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밝혀졌다....

쌀을 10분간 불리고 컵에다가 옮긴뒤 쌀과 같은 양의 물을 집어놓고 랩으로 뚜겅을 덮고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바닥에 접시를 깐뒤에 전자레인지에 3분 돌렸다.

여러분 밥짓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효도합시다.

3분뒤에 꺼내보니 상당량의 물이 빠져나와있었다. 그래서 그 물을 다시 컵에 집어놓고 뚜껑을 올리고 1분 뜸을 들인 뒤 다시 전자레인지에 넣고 3분... 아니 3분 30초 정도 돌렸다. 3분째에 꺼냈을 때 밥이 거의 안 익어있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형광색의 타이머가 0을 가르키고 문을 열자 밥냄새가 풍겨나왔다. 오랜만의 밥 냄새였다. 생각외로 좋은 밥냄새에 엄청 기대하면서 꺼내들었는데... 밥 상태가좀 이상했다. 딱딱했다. 고슬고슬한 것도 아닌 딱딱...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흘러넘친 물을 다시 집어놓고 좀 더 전자레인지에 돌렸어야 했는데.. 그냥 꺼내서 먹었다. 솔직히 처음 꺼냈을 때는 그렇게 까지 안익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결국 밥을 그릇에 담자.. 진짜 밥이 탱글탱글 튕기며 그릇안을 돌아다녔다. 만약 거울이 눈앞에 있었다면 얼굴이 상당히 굳어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밥을 하는 동안에 계란프라이를 하고 있었는데 계란도 살짝 문제가 있었다. 분명 내가 기억하기로는 식용유를 냄비에 두르고 불을 올린 뒤에 열기가 올라오면 계란을 까고 소금을 뿌리고 몇번 뒤집으면 끝이다. 라고 알고 있었다. 다만... 열 체크를 잘 못했던 것 같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손바닥으로 열을 확인하며 고개를 혼자 끄덕여가며 음.. 이정도면 충분하겠군이라고 생각하며 계란을 툭 까서 후라이팬으로 떨어지는데...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가 이상했다. 퐁당. 진짜 거짓말 안하고 퐁당거리며 계란이 떨어졌다. 내가 생각한 소리는 치지직하면서 계란이 익어나갔어야 했는데 그냥 계란이 익을 생각도 없이 생생하게 후라이팬의 식용유 위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프라이팬 달구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는 계란이 익기 시작하는데 기름이 계속 튀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튀는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이해는 하는데.. 원래 계란프라이 할 때 이렇게 기름이 많이 튀는건지.. 뭔가 터질 것 같아서 무서워서 계속 불에서 뺏다가 달궜다가를 반복했다. 이래저래 문제는 있었지만 계란프라이는 성곡적으로 완성했다.

후후 노릇노릇 잘 굽혔다.

덜익은 밥, 그리고 계란. 이걸로는 부족했다. 사실 밥이 제대로 되었으면 간장을 더해서 자취생의 영원한 소울메이트 간계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도무지 덜익은 밥으로 밥맛에 어느정도 기대는 간계밥을 먹기는 문제가 있어서 그동안 아껴뒀던(사실 먹을 일이 없었던) 고추참치를 꺼내었다. 역시 고추참치답게 어떻게든 설익은 밥을 해치울 수 있었다.

그냥 고추참치 빨이다. 이거 없었으면 그냥 밥 버렸을 듯...

후.. 이렇게 겨우겨우 첫 요리 아닌 요리가 끝났다. 피드백도 충분히 했고 이제 다음에는 진짜 좀 그럴듯한 요리를 시도 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인의 요리에 밥이 빠질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만 제일 중요한게 소스인데.. 필요한 소스들이 찾기가 힘들다. 대형마트나 아니면 국제음식을 파는 마트에가서 한번 찾아봐야겠다. 도대체 데리야끼 소스는 어디에 파는건지...


생각해보면 오늘이 런던에 오고나서 제일 배부르게 먹은 날이다. 이제껏 샌드위치나 씨리얼 혹은 햄버거로 해결해서 제대로된 끼니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었다. 슬슬 혼자 사는 생활도 익숙해져가는 것 같다. 이러다 집에 돌아갈 때 쯤 되면 요리사가 되어있는게 아닐까?

막 나중에 빵도 굽고 하는거 아녀?

배도 부르고 선선하니 잠이 쏟아진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그냥 포기하고 다른 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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