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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18. 2016

#37 The Gallery's Report No.2

Feat. Cooking, Conversation

새 집에서 처음 맞는 주말. 토요일은 비가 오기도하고 기분도 꿀꿀해서 집에 하루종일 틀어박혀서 지냈지만 오늘은 뭔가 축적해둔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었다. 비 때문에 밖에서 걸어다기기가 싫어서 어제 저녁에는 제발 일요일에 비가 안오기를 바라면서 잠에 들었다....람쥐!


어제 저녁쯤에 한통의 메일이 날라왔다. 또 스팸 메일이거나 집 구한는 사이트에서 날라오는 메일이겠지 싶었는데 Language Exchange사이트에서 등록해놓은 계정에 누가 연락을 남겼다는 내용이였다. 그래서 어짜피 저녁에 일기도 쓴 다음이였고 심심한데 답장이나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떼우다 자려고 했었다. 그런데 생각외로 연락을 주신분과 말이 잘 통하고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언어 교환에 확실히 열정이 있어서 열띤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러다 조금 답답했는지 서로 전화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확실히 문자로 나열해서 보내는 것 보다 말 하는 것이 언어는 빨리 느니깐. 상대분이 나를 베려해주셔서 정말 즐거운 통화를 했다. 영국에 오고 난 뒤에 집을 구할 때 말고는 통화를 해본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처음만난 사람과 그것도 잠시 문자를 나눈 것 뿐인데 바로 통화를 하려고 하니 부담이 엄청나게 되었다. 수화기 넘어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Hello라고 말한 뒤에 그 끝없는 침묵은 아직도 무섭다. 솔직히 한국에서도 그렇게 모르는 사람과 통화를 해라고 시켜도 잘 못하는데 외국인이랑 하라니..


얼마나 지났을까. 내 생각으로는 진짜 영겁같은 시간이 지난 기분이였다. 겨우겨우 힘겹게 입을 떼었는데 첫 한마디부터 삑사리였다. 지금생각해도 부끄럽긴한데 다행히 그 삑사리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수화기에서 차분하게 말을 해주시니 조금은 자신감이 생겨서 대화의 물꼬를 트고 거의 장장 3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통화가 끝날 때 쯤에는 새벽 3시였는데 진짜 커플들이 전화로 밤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별로 그렇게 대화를 많이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3시간이라니.. 이게바로 상대성이론인가..


뭐 그 통화를 끝으로 잠을 자려는데 또 이번에는 Hello talk이라고 언어교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메신저 어플이 있는데 여기서 또 문자가왔다. 분명 새벽 3시였는데 영국 사는 사람이 연락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냥 인사나 한마디 남기고 자려고 하는데 이것또 이야기가 잘통해서 한참을 문자를 주고 받다가 새벽 5시가 넘어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서두가 길었는데 사실 오늘 하려고 했던건 갤러리&박물관 탐방 그 두번째 이야기 Victoria & Albert Museum 을 가다.


내가 어제 했던 소망이 런던의 이상기후에 닿았는지 오늘 아침은 오랜만에 태양을 볼 수 있었다. 아침에 환하게 비춰들어오는 햇빛이 그렇게 따스 할 수악 없었다. 다만 새벽 6시쯤에 잠이 들었기 때문에 해볕아래에서 침대위에서 조금더 뒹굴었다. 그리고 10시(5시에 잔거 치고 엄청 일찍 일어났다.)에 일어나서 밖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빨래를 했는데 빨래를 돌리고나니 당장 나가고 난뒤에 빨래가 다 돌아가면 내가 집에 없으니 빨래를 걷을 수도 없다. 결국 같이 사는 사람들이 빨래를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집에 세탁기가 두개였으므로 그냥 빨래를 남겨두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해가 뜬 런던 시내에는 사람들이 활보를 하고 있었다. 전부 해볕을 온몸으로 받기 위해 나들이를 나왔다. 박물관 가는 길에 커다란 공원이 있는데 초록 잔디밭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버스안에서도 공원의 광활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는 공원 나들이를 한번 제대로 가보고 싶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뒤에 박물관에 도착했다. 사실 가는길이 꽤 길었는데 튜브를 탔으면 금방이었을텐데 1존에서는 더 이상 튜브를 탈 수가 없다. 덕분에 영화에서나 보던 이층 버스를 질리도록 타는 중이다. 버스에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이제껏 그냥 흘려보냈던 익숙해져버린 런던의 거리를 다시한번 새롭게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박물관에 가기전에 한껏 감수성을 키우기도 할겸 말이다.


전 세계의 시대와 양식을 총망라한 미술 공예품을 수집한다는 모토를 내세우는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은 장식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박물관의 시작은 1852년 문을 연 ‘공업제품 박물관’인데 1851년에 하이드 파크에서 열렸던 만국박람회의 출품작들을 전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1859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 ‘사우스켄징턴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라는 이름은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이 그의 부군인 알버트 공(Prince Albert)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1899년에 붙인 것이다. 네이버백과


뭐 대충 저런 곳인데 확실히 총 망라해서 수집하겠다는 생각답게 매우 다양한 양식의 미술품들이 있었다. 아랍, 아시아, 유럽 그리고 영국은 시대별로 나눠져있었는데 년대별로 층으로 나눠져있어서 영국의 미술의 발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뭐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이게 전부이지만 한가지 제일 인상 깊었던건 영국의 한 귀족집의 방을 구현해놓은 곳이였는데 사방에 금으로 정밀하게 장식된 거울들이 놓여져있었는데 말로하기 힘든 기이함, 혹은 경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뭐라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건 둘째 치고 역시나 딱히 뭔가를 느끼진 못했다. 그냥 머릿속에 새겨놓고 왔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사진으로 얘기하고자한다.

한참을 관람하다가 집을 돌아왔는데 문득 영국에 오기전에 같은 학원에 다니던 누나가 추천해준 요리 레시피가 떠올라서 오늘 해보기로했다. 바로 토마토계란 볶음. 정말 간단하고 맛있다고 해서 저녁으로 먹어보려고했다. 그러나 토마토가 없어서 다시 장을보러 갔다왔다.


오늘은 밥을 실패하지 않기위해 쌀도 어제보다 양을 조금, 물의 양을 늘리고, 불리는 시간도 늘렸다. 그런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이.. 날아다녔다. 쌀알이 타원형인게 어릴 때 보던 날아라 슈퍼보드인 줄. 그냥 다음부터는 냄비밥을 시도 해봐야겠다.


뭐 밥은 쌀과 조리법의 문제라 치고 바로 다음 메인 메뉴조리에 들어갔다. 먼저 계란을 두개 풀어서 두고 토마토를 썰었다. 먹기 좋게 4번씩 잘라서 조각조각내었다. 그리고 어제의 실패를 본보기 삼아 충분히 후라이팬을 데우고 계란을 푸니 치~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함께 계란이 구워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소금을 살짝 치고 숫가락으로 스크럼블 에그를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아까 썰어 두었던 토마토를 투입, 마지막으로 토마토와 계란을 함께 어느정도 볶은 뒤 접시로 옮겨 담았다.

엄청 맛있었다. 뿌듯

오늘은 알찬 영어대화, 관광에 멋진 저녁까지. 완벽한 하루였다. 후후 점점 익숙해져나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뭐 자화자찬은 여기까지하고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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