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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Apr 23. 2016

#42 The reason why I write...D

일기를 왜 쓰는가?

어제 소셜프로그램과 요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붇고 장렬히 전사했다. 다행히 어떻게든 글은 써서 올리긴 했지만 양과 질에 있어서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글을 반드시 쓰고 자겠다는 집념 하나만으로 글을 쓰고 골아 떨어졌다. 그래서 오늘 어제 못다한 이야기를 다 쓰려고 하는가? 그건 아니다. 매일 쓰는 일기이기 때문에 그날의 이야기를 담아야하고 다시 뒤돌아가서 고치자니 그럼 일이 두배로 늘어나니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한달쯤 지났을 때, 일기를 매일써야하는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았다. 과연 일기를 매일 쓰는게 효율적인가? 폭풍이 몰아치는 첫 한달이 끝났으니 이제 굴직굴직한 사건만 쓰면 되지않을까? 매일 뭘 쓸지 고민하면서 고뇌하는 것 보다야 정말 쓰고 싶은게 생겼을 때 쓰는 것이 글의 질에 있어서도 더 좋지 않을까?.... 등등 여러가지 부정적인 생각들이 일기를 매일쓰는것을 반대하고 있었다. 확실히 설득력있는 생각들이였다. 더 이상 쓸 이야기도 없고 일기 쓰겠다고 억지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도 웃긴일이였다. 티비 드라마도 아니고 매일매일이 어떻게 극적일 수 가 있겠는가. 당연히 아무일도 없이 평범하게 지나가는 날들도 있고,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극적인 순간만 일기에 담기로 했다.


거짓말이다.


평범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며 꼭 담아야하는 이야기다. 내가 일기를 쓰게된 여러 이유 중 첫 번째가 바로 평범한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였다. 겁이 많은 성격 때문인지 새로운 것을 시도할때 이것저것 많이 찾아본다. 인터넷에 후기들을 많이 찾아보는데 대부분의 후기들은 첫 순간의 강렬함만을 남기고 그 뒤의 이야기는 없다. 영국에 오기전에도 마찬가지다. 온갖 블로그나 유학원 사이트에는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각종 미사여구와 사진으로 가득한 런던의 일상이였다. 문제는 디테일이 부족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검색하고 블로그를 들리고 비교하는데 전부 똑같은 느낌에 이야기다. 껍데기  뿐인 글이다.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었다. 어학원 사진이나 잔뜩 찍어서 잘되어있네, 선생님이 잘해주네, 등 두루뭉실한 이야기나 하고있으니 답답하기만 할뿐이였다. 그래서 내가 만약 영국에 가게되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진짜 어학연수생이 어떤 삶을 사는지, 빛나는 껍데기 안에는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있는지 그냥 알리고 싶었다. 물론 일기이기 때문에 개인적이고 남들도 이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어학연수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럼 내 일기로 부터 배울점이나, 버려야할점들을 알아내어 어학연수생활을 좀 더 수월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작정 부딛혀봐야지라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나는 정말 절실했다. 오만이지만 런던에 가기전에 머릿속에 런던의 생활을 정확히 오차없이 그려내고 싶었다. 그래야만 실수를 줄이고 돈도 아끼고, 고생도 안하니깐. 결국 구름속을 헤매이다가 더듬더듬 짚으며 생활을 해나가는 중이다.


두 번째는 바로 글쓰는 연습이다. 사실 이부분이 요새 조금 고민이다. 일기를 한글로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글을 많이 쓴다. 물론 일기를 제외하고는 한글을 쓸 일이 전혀없지만 문장을 어떻게 쓸지 고미하는걸 영어도 모잘라 한국어도해야하니, 어순이 완전히 다른 두 언어의 특성상 혼돈이 오는중이다. 번역체를 피하려고하니 영어로 말하는 거에 집중하고 온 뒤에 일기를 쓰는것이라 나도모르게 섞여들어가고. 이렇게 한글로 글을 쓰다 좋은 문장이 떠올라도 영어로 표현하면 이상한 문장이 되거나 말의 순서가 완전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한번은 일기쓰는걸 아예 포기할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영어로 일기를 써도 되지만 브런치에 올릴정도로 내가 영어로 글을 쓰는데 완벽한 것도 아니고, 영어로 올리면 누가 알아보겠는가. 알아본다하더라도 지루해서 읽을 시도 조차 하지않을 것이다. 대안으로는 영어로 일기를 쓰고 한글로도 쓰는건데... 이런 중노동을 매일매일 견뎌낼 자신이 없다. 그나마 한글으로라도 겨우겨우 매일 써오던 일기조차 그만두게 될 것 같기 때문이였다. 이 점은 일단 학원에서 글쓰기 수업을 듣게되면 그때가서 생각해보기로했다. 영어로 글을 쓰는데 익숙해지면 병행하는 것도 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은 약간 사심이 담긴 목적인데 언젠가 이렇게 매일매일 써놓은 일기로 인한 보답? 혹은 막연한 기대다. 아무리 문장력이 좋지않고, 중구난방으로 써놓지만 이렇게 써놓으면 순간순간을 기억하기도, 글을 수정하기도 편하다. 자기만족으로 쓴다고만 하면 거짓말이고 나중에 책으로든, 면접에서 써먹든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으면 좋은거겠지만 아니라도 별로 상관은 없다. 남 위해서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콩고물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수준이니깐.


전체적인 일기의 목적은 이 세가지인데 이 세가지를 묶어서 있어보이게 표현하자면

나는 내 일기가 등불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유학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나, 나 자신에게도.


그럼 오글거리니 오늘은 여기까지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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