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奇蹟)

by 아천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어깨로도 메기 어려운 무거운 짐 한두 개는

어느 집 처마에나 걸려 있다


신은 닫힌 문 앞에서 서성이고

사악은 담을 넘어 마당을 채운다


현충원 마당은 저마다의 울음 섞인 아우성으로 가득 차고

아들과 남편을 향한 부르짖음은

산울림으로 퍼진다


우리의 우울은

발자크의 카페에서

천상병의 선술집에서

해소될 줄 알았다


기적은

늘 우리 곁에 있었는데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 날

산 위에서 터트린

너그러운 웃음이

문을 열어 신을 맞이하고

세상에 손을 내밀어

화해의 악수를 청했다

울음을 그치라 했다


나이 들어

기적처럼

기적을 알아차렸다


나를 찾아온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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