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깜노우, 까사 바요트, 독립문, 피카소 박물관
[여행 5일차]
본격적인 여로의 길에 접어들자 시간이 휙휙 흐른다.
어제는 늦은 아침을 먹고 한서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바르셀로나에서 한국인들이 모인 교회.
피곤함에 졸긴 했지만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찬양하고 창세기 아브라함에 관한 말씀이 닿았던 예배였다.
예배 후에 프리나우란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가까운 캄프 누에 간다.
공사중이라 대형 크레인이 곳곳에 올라가서 을씬년스러웠다.
메가스토어 구경을 했고 막내 준이는 FC바르셀로나의 10번 라빈 야말의 유니폼을 구입했다.
한화로 33만원 정도 하는 꽤 비싼 값이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무리해서 구입해 본다.
다시 택시를 타고 고딕지구로 가서 점심을 먹는다.
3FOCS라는 스페인 식당인데, 맛집인지 현지인들이 가득 차 일요일의 오후를 보내는 중이다.
조금 기다렸다가 자리를 안내받고는 이베리아 스테이크, 모듬 야채구이, 빠에야로 점심을 먹었다.
나는 레몬맛이 나는 맥주 한잔으로 기분을 내본다.
비는 흩뿌리다 말고를 반복하는 궂은 날이다.
다행히 비는 맞지 않았다.
흐린 바르셀로나의 고딕지구 거리를 걷는다.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된 도시는 정형화 되었지만 안의 건물들은 나름대로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백 년은 족히 지났겠지만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는 건물에 샘이 난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다양한 품종의 개들과 함께 산책하는데, 우리나라는 소형 견종이 많은데 비해 이곳은 중대형 견종이 많다.
시내 중심부로 들어서니, 행인들 역시 점퍼보다는 코트와 재킷 차림으로 마치 모델들처럼 멋쟁이들이 많아 눈이 즐거웠다.
까사바트요를 밖에서 둘러보고 제미나이에게 물어 찾은 까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구글맵과 여행을 도와주는 AI 덕분에 여행의 허들이 많이 낮아진 느낌이다.
카페 이름은 TosTao Coffee.
신선한 에스프레소 한잔에 숨을 돌리고, 다시 개선문을 향해 걷는다.
날이 흐리고 빛을 잃어서인지, 풍경들이 올올히 살아나지 않지만 그래도 좋다.
개선문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대성당을 향해 걷는다.
가는 도중 길게 대기가 늘어선 츄러스 맛집 추레리아 라이에티나에서 초코라떼에 츄러스를 찍어먹고 이미 어둑해진 거리를 헤쳐 대성당에 간다.
웅장하고 우아한 성당의 첨탑이 하늘을 향해 뻗었다.
버스킹하는 무명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성당의 외관을 구경하고 바쁘게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한다.
18세 미만은 무료라 우리 부부만 표를 사서 피카소의 그림을 관람한다.
대가라서 드로잉부터 습작 작품같은 소품 모두가 벽에 전시가 되어 있다.
그림을 잘 모르는 문외한으로서 느낀 소감이라면, 피카소는 시대를 달리해서 이모양 저모양으로 그림을 열심히 그린 것 같다는 것.
범인들이 보기에 잘 그린 그림부터 점점 인물 구성을 해체한 우리가 아는 피카소의 그림까지, 다양한 그림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천재는 타고난 것도 있지만 그만큼의 노력을 했구나 라고 느낀다.
마지막 방에 전시된 벨라스케즈의 하녀들을 피카소 풍으로 그린 수십점의 그림에 매료된다.
작품의 힘이 느껴져서 요즘 그림에 푹 빠진 아내는 토끼눈으로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미술관을 나서니 밤이 깊이 찾아왔다.
도시는 불을 밝히고 어둠이 도시 곳곳에 번져있다.
이제 귀가할 시간. 형에게 이곳까지 데리러 와 달라기가 미안해서 기차로 가까운 Villasar de Mar역까지 가본다.
역사에서 표사는 것부터 출입구 찾는 것까지 더듬더듬 거리며 성공.
전철같은 기차를 탄다.
혹 소매치기가 있을까봐 가방을 꼭 끌어안고 기차 안내 스크린을 주시하며 간다.
30여분을 타고 아무일없이 기차역에 도착, 마중나온 형 차를 타고 형의 집에 도착한다.
너구리 라면을 끓여먹고, 형 부부와 대화를 하고, 내일 일정을 간략히 체크한다.
대화의 주제는 자녀들 입시.
형은 큰 아이를 영국의 더럼대학교 법학과에 보냈다.
그리도 둘째 그레이스는 의대를 가려고 하는데, 영국이나 스페인, 한국 모두 응시를 하려고 한단다.
영국 의대는 학비가 억단위라 부담스럽다는 걱정을 듣는다.
이제 시차에 조금 적응했는지 현지시간 밤 10시를 넘었는데도 피곤함이 덜하다.
그래도 꽤 많이 걸어서 침대에 눕자마자 기절했다.
이렇게 여행 5일차가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