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페인 여행기
(정보 없는 신변잡기 이야기)

05. 구엘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by 온평리이평온

[여행 6일차]


비가 온다.

바르셀로나의 하늘은 해를 보여주지 않는다.

형수님이 끓여준 스프로 아침을 먹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준 형네 차를 타고 구엘 공원에 간다.

하늘은 잿빛이고 비가 세차게 왔다.

어제 실수로 구엘 공원 티켓을 사그리다 파멜리아 입장 시간인 15시로 중복 구입했다.

티켓을 날린 것이 아닌가 해서 마음을 졸인채로 공원 입구에 도착했는데, 비가 와서 손님이 없는 편인지, 그대로 들여보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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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구엘공원은 매력을 잃었다.

설명을 들으면 더 풍성하게 다가왔겠지만 그러지 못한 우리는 공원에서 우왕좌왕 인파에 섞여 걸었다.

독특한 가우디만의 건축은 공장에서 찍어 조립하는 건축에 익숙한 내 눈에 생경하게 다가왔고, 한땀한땀 정성스레 만들었을 것 같아 그 수고로움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비를 피하기 위해 회랑을 걸었는데, 마치 물고기 뱃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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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걸어 구엘공원의 상징인 타일 도마뱀이 있는 계단을 내려와 공원을 나섰다.

두명씩 작은 우산을 옹기종기 모여 쓰고 가는 길이 불편하다.

택시가 잡히지 않아 30분 정도 걸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까지 걷기로 한다.

중간에 평점이 좋은 맛집을 찾다가 문이 닫혀 헛수고까지 하니 힘이 빠진다.

결국 몇차례 시도 끝에 지나가는 택시에 손을 흔들어 잡아 성가족 성당까지 갔다.




점심 때니 밥은 먹어야 겠다 싶어 택시기사에게 가까운 맛집을 짚어 그곳으로 갔다.

Paisano Bistro라는 이탈리안 식당이었는데, 보슬비를 맞고 20여분을 기다리다가 입장했다.

스페인어로 가득찬 메뉴판에서 손짓발짓해서 고른 피자와 파스트, 뇨끼를 고른다.

평점이 높은 곳이었는데, 우리가 고른 메뉴는 그럭저럭. 알리올리오 파스타는 메뉴에도 없는 것을 특별히 만들어 준 것인지 면만 오일에 볶은 파스타를 내 주었다.

지친 발과 고픈 배를 채운 점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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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옆 코너를 돌자 웅장한 성가족 성당이 위용을 드러낸다.

와! 스페인에 와서 처음으로 탄성을 질렀다.

가우디가 대단하구나.

이렇게 멋진 성당을 오랫동안 짓고 있었다니.

독특한 첨탑이 하늘로 치솟고 성당 외벽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대기가 조각되어 있다.

설명을 들으면 더 팍팍 가슴에 와 닿았겠지만 그러지 못한 우리는 우리가 아는 예수님의 일대기와 조각 모양을 퍼즐 맞추듯 맞춰보았다.

정문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조각되어 있었다.

마굿간에서의 탄생, 동방박사, 그리고 헤롯왕의 박해와 애굽으로의 피신 등등.

절정은 내부 입장이었다.

성당 내부는 멋드러진 기둥을 이고 천장까지 뚫려 있는데, 중앙에는 예배당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파이프 오르간이 자리하고 있다.

사방 창은 붉고 푸른 스텐인 글라스로 치장되어 따뜻하고 차가운 빛의 향연이 이뤄지고 있었다.

글라스에는 천주교 성자들의 이름이 써져 있는데, 우리는 A.Kim이라는 김대건 신부의 흔적을 찾았다.

뒤편에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형상 아래로 주기도문이 세계 각지의 말로 써진 커다란 석판이 놓여 있었다.

‘일용한 양식을 주옵시고’라는 문구가 한글로 쓰여있다.

성당에서 꽤 오랜 시간을 앉아 있었다.

우리 같은 수많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관람을 하는 통에, 고요와 성스러움은 맛볼 수 없지만 그래도 성당의 현대적 건축미에 푹 빠져든다.

성당 후문으로 나선다.

후문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달리심이 조각되어 있는데,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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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후 4시가 되었다.

형이 픽업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운 Lachinata로 간다.

이곳은 올리브유를 판매하는 곳인데, 한국인 관광객들로 작은 매장이 가득 찼다.

선물용으로 올리브 유를 한아름 바구니에 구입한다.




오후 5시에 형은 그레이스와 글로리아를 학교에서 픽업해야 했다.

40분을 달려 아이들의 학교 앞에 도착했다.

국제 IB학교인 이곳에는 고급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레이스는 이제 우리식으로 하면 고3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고, 글로리아는 중2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중인데, 의대를 가기 원하는 그레이스는 마지막 학기 수업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한다.




귀가하니, 형수님이 저녁을 준비해 주셨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구워 한국식 바비큐를 먹었다. 돼지고기인데 소고기 맛이 나는 이베리코를 맛있게 먹었다.

배부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곳 귤과 딸기를 후식으로 곁들이며 형네 부부와 대화를 한다.

비를 맞았더니 몸이 쳐진다.

벽난로에서 타들어가는 장작마냥 내 몸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오늘 대화 주제는 아이들 교육 이야기.

특히 폴란드와 스페인에서 힘겹게 견뎠을 아이들 이야기에 마음이 애잔해 진다.

그래도 잘 버텨준 아이들.

큰 아이인 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영국 더럼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고, 성적이 더 좋은 그레이스는 UCL에 입학허가를 받았다는데, 학비가 비싼 관계로 다른 대학의 의대를 찾고 있다고 한다.

막내인 글로리아는 첼로에 푹 빠져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들, 영어와 폴란드어, 스페인어,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외국 명문대에 진학하는 등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인해 아이들의 삶을 부러워했는데, 안에서 보이는 힘들었던 과정을 듣다보니, 짠한 마음이 몰려왔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이제 시차적응이 끝났나 보다. 밤이 되니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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