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몬세라트
[여행 7일차]
나는 지금 불편한 상황에 처해 있다.
암흑 속에 있는 것이다.
여행 내내 바르셀로나에는 비가 흩뿌린다.
오늘의 여정은 몬세라트.
그레이스와 글로리아 등교시간에 맞춰 온 가족이 함께 출발한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몬세라트로 출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다.
몬세라트는 기암괴석 아래로 수도원이 있는 아름다운 곳인데, 운무가 풍경을 뒤덮고 있어 애석할 따름이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비는 수평으로 와 온몸을 때린다.
덜덜 떨면서 구경보다는 따뜻한 안식처를 찾게 된다.
문을 연 카페에 들어선다.
몸이 노곤해서 커피와 특산품 치즈를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도 거의 다 우리와 같다.
아마 패키지 관광이나 현지 데일리 관광으로 온 모양인데, 단체로 오더니 카페를 가득 채운다.
시끌벅적한 상황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몬세라트를 내려온다.
돌아오는 길에 페이스톡으로 전주에 계신 부모님과 연락을 한다.
한국은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인가 보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형네 단골인 중국식당에 간다.
전통 중국요리 몇 가지를 시켜 배불리 먹었다.
꿔바로우, 볶음밥, 오이무침, 만둣국, 면요리, 꼬치 등 풍성한 음식으로 기분을 전환한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우리는 근처 아울렛에 간다.
먼저 나이키 팩토리.
한국 아울렛과 비슷하고 가격도 대동소이하다.
큰 메리트는 없었지만 이것도 기분이라 쇼핑을 해본다.
막내 준이는 츄리닝 바지를 하나 고르고 축구화를 사려고 했는데,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포기한다.
명품 아울렛도 둘러봤는데, 그저 그래서 다시 차에 오른다.
다시 오후 5시.
학교에 들러 아이들을 픽업해서 귀가한다.
나는 오늘 몸과 마음이 축 쳐졌다.
체력이 바닥난 모양인 듯 좀체 힘이 나지 않았는데, 집에 오자 마자 홀린 듯 침대에 누워버렸다.
씻고 저녁밥도 먹고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해야 하는데, 정신을 잃은 것이다.
꽤 오랜시간 잠들어 있었다.
시차 적응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한국 밤시간에 맞춰 고된 잠을 잔 것이다.
한국시간 새벽. 눈이 떠졌다.
이제 이곳은 밤 11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다.
정전이 된 것이다.
아마 며칠간 계속되는 비가 원인일 것이다.
형네 집만 정전된 것인지, 아니면 이 일대가 정전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났더니 암흑속에 놓인 것이다.
내일 새벽 일찍 출발해 공항에서 그라나다로 가야 하는데 문제다.
핸드폰 등 전자기기 충전도 해야 하고, 항공권 온라인 체크인도 해야 하고, 씻어야 되는데 하나도 하지 못한다.
다행히 노트북은 충전이 되어 있어 이 글을 쓴다.
걱정해봐야 무슨 소용이랴.
내일 일찍 공항에 가서 현장 체크인을 해야겠다.
말이 잘 안통하겠지만, 안되면 형의 도움을 받아야지.
우선 그라나다 까지만 가면 거기에서는 진짜 여행같은 여행이 기다리고 있겠지.
우리 부부 침대에 막내 준이가 가운데 시트를 차지하고 자고 있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이런 적이 없었는데, 여행을 와서 엄마 아빠 품으로 들어온 것이다.
덕분에 나는 이불도 뺏기고 해서 조금 춥게 침대 가장자리에서 이 글을 쓴다.
여행은 계획되지 않는 변수를 통제하는 재미가 있다.
좌충우돌하며 가슴 졸이는 것.
이것이 여행의 묘미일 것 같다.
오늘은 이것으로 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