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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Feb 18. 2024

* 남풍(마파람)을 받는 길

비응 마파지길(136)


비응도는 행정구역상 군산시 비응도동으로 새만금방조제가 시작되는 첫 번째 섬이다.

섬의 모양이 매가 나는 형상을 닮았다 하여 비응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개발의 물결이 밀려오기 전에는  조기, 대하, 주꾸미, 오징어 등이 많이 잡혔다는데, 1990년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석산개발과 매립 등으로 원래 있던 섬(비응도)의 70%가 사라졌다.


지금은 비응도 앞바다를 메워서 만든 군산의 신항으로 신선이 놀았다는 섬, 선유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는 고군산군도를 배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곳이다.



‘마파지길’은 옛날부터 비응도 주민들이 ‘마파람(남풍)’을 받는 자리’라는 뜻에서 ‘마파지’라고 불렀던 곳으로「비응항 주변 해양 체험 편익시설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전망대 쉼터와 함께 1.8km 산책로가 데크길로 조성되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걸으면 좋을 산책로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탁 트인 조망과 아름다운 풍광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통통 튀는 가슴을 진정하며 걷다 보면 바람의 결, 바다풍경이 살짝살짝 바뀌는 길목마다 작은 전망대를 몇 개 만날 수 있다. 잠시 데크길에서 내려서서 사진도 찍고 숨도 고르고 가라는 친절한 배려가 엿보인다.


은가루를 흩뿌린듯한 파도가 내게로 달려왔다


짧은 쉼표 같은 작은 쉼터에서는 확 트인 서해 바다가 더 가까이 들어온다.

멀리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들, 모래펄 가까이 평화롭게 날아오르는 갈매기의 날갯짓, 은가루를 쏟아부은 듯 반짝이는 윤슬...

하늘과 바다를 온통 붉은 꽃빛으로 물들이는 저녁나절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난생처음 가파르고 뾰족뾰족 울퉁불퉁한 바위투성이 길을 기어오르며(백사장에서 데크길에 올라타는 지름길) 바위틈에 고인 물에 발이 빠져 양말까지 다 젖어버리고도 앞서서 깡총깡총 잘도 걸어가는 우리 은성이, 무릎에 무리가 갈까 봐 뒤쳐져 걷는 할미를 돌아보며 기다려줄 줄도 안다.


앞서서 올라가는 어린 손녀와,  뒤따르며 늙은 엄마가 헛발이라도 디딜까 걱정하는 아들 사이에서 세상에 든든하고 뿌듯하였다.


경사가 완만한 오름길(데크길)을 한참 걷다 보니 반환점 600여 미터 앞에 두 개의 길이 나타난다. 우리는 정상으로 오르는 다소 가파른 계단이 있는 구간을 택했다.


점심에 과식하여 한층 무거워진 몸은 중력의 영향을 훨씬 더 받는 것 같다. 숨이 차고 무릎이 힘들어한다.

쉬엄쉬엄 정상에 오르니 정자 아래층엔 가족인 듯 보이는 세 사람이 먼저 와서 도란거린다.

우리는 위층으로 올라가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했다. 어눌한 표현으로 그릴 수 없어 감탄사만으로 한껏 스며들었다.


누군가 군산을 거쳐 새만금방조제를 지나시거들랑, '비응 마파지길'을 놓치지 마시라!

은빛 윤슬에 눈멀어도 좋을 한낮이어도 좋고, 꽃빛으로 하늘과 바다가 함께 물드는 저녁 무렵이라면 더욱 좋으리라.


고운 모래펄에서 데크길로 올라가는 바위투성이 지름길


▶주소 :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37번지 일원 (비응항 주변)


▶비응마파지길 주차장 :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36-16번길


일곱 살 은성이는 파도가 걸어오는 이야기에 어떤 대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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